여자들만 사는 세상, 금남의 집이기도 한 그곳, 깊은 산 속에 둥지를 틀
고 있는 그곳의 이름을 사람들은 '나눔의 동산'이라고 불렀다. 다운증후군의
장애우들과 치매 할머님들이 살고 있지만, 4살된 아이(미연)도 있고, 고아가
된 학생들도 살고 있다. 진짜 여인 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장님부터 아
이까지 여자들만 살고 있다가 얼마 전부터 봉사자 부부가 들어와 함께 공동
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고 한다.
호반의 도시 춘천, 모든게 낭만적일 것 같은 도시의 한 귀퉁이에는 작은
사랑의 공동체가 있었다. 두남님이 우리 자오가족이 된지 꽤 됐다. 그녀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나눔의 동산은 봉사 선교를 하고 있는 우리 자오 나눔
선교회에 충분한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장차 장애인 공동체를 만
들어 살아가야 할 우리들인지라 한 번 방문해 보기로 한다. 마음먹기가 어
렵지 마음만 먹으면 금방 행동으로 옮기는 게 우리 자오가족들의 장점이기
도 하다.
다리.
다리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꿈같은 이야기 오작교부터, 개울을 건너게
하는 징검다리까지 다리의 역할은 만남을 만들어 주고 있다. 두남님은 다리
의 역할을 참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각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연결
해 주는 그녀의 지혜가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추석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4일. 아내와 친구는 부지런히 음식을 준
비한다. 46명이 산다고 하지만, 봉사자까지 합하면 60명분은 만들어 가야 한
다며 손큰 아내는 일을 벌리고 있다. 김치를 담그고, 전을 부치고, 잡채를
만들고, 물품들도 부지런히 챙긴다. 4일 자정까지 일하다 잠시 눈을 부치더
니, 5일 새벽 5시부터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함께 가기로 했던 분들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할 수 없다기에 큰샘물님과
친구, 그리고 나는 7시 30분에 춘천을 향해 차를 달린다. 출근 시간이라 도
로가 많이 막힌다. 그래도 마음이 즐거움은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출발하며 두남님께 연락을 드린다. 달리는 차안
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들 눈에 들어오는 산야(山野), 단풍이
서서히 들기 시작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일주일 안에 단풍이 들 것 같
다는 생각을 한다. 핸드폰이 울린다. 이천에 사시는 경민정 권사님이다. 진
즉 알았더라면 함께 갈 것을 아쉽다며 잘 다녀오시란다. 다음부턴 봉사자가
한명 더 늘 것 같다.
춘천에서 두남님과 정교수님을 만나 다시 차를 달린다. 중간에 푸줏간에
들려 쇠고기도 사고, 도 다시 차를 달린다. 의암호를 끼고 달리는 코스는 정
말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낚시꾼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좌대가 이채롭
다. 30여분을 더 달렸나 보다. 깊은 산중에 아름다운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그리웠던가 우리들이 도착하니 나도 나도 나와서 반겨 준다. 짧게
깎은 머리를 보면서 처음에는 남자들로 착각했다. 자세히 보니 모두 여자들
이다. 아마 두발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없기에 짧게 깎았는가 보다. 건장한
남자가 두남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대구에서 올라오신 최정일님이다.
혼자 방문을 했는데 우리 일행과 조우를 하여 너무나 반가운가 보다.
나누는 삶에 익숙해 버린 우리 일행들, 차에서 물품들을 내려놓고 각자
의 자리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두남님은 어디서 구했는지 세제를 트렁크
가득 싣고 오셨다. 넓은 주방이 우리를 반긴다. 아내와 친구, 그리고 두남님
은 주방에서 부지런히 점심을 준비한다. 나이 잡수신 할머님들을 부축하고
식당으로 올라오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네살!"이라는 단
어와 괴성만을 지를 줄 아는가 보다. 어느 자매는 목발 짚고 있는 나에게
와서 "네살!"을 연신 외치고 있다. 밖에 마련된 평상에 상이 놓이고 수저와
젓가락이 놓인다. 어느 공동체를 가보나 똑 같은 모습, 각자 맡고 있는 분야
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각자의 자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반복 연습을 했는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식사가 다 차려졌다. 간단하게 식사 기도를 하고 식사를 하게 한다. 푸짐
한 식탁이다. 우리들도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 울릉도에서 보내 주신 취
나물이 참 맛있다. 어제 저녁에 버무린 무생채가 참 감칠맛이다. 마련된 반
찬이 모두 맛있다. 쇠고기 국에 잡채까지 말아 맛있게 잡수시는 할머님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온다. '주님, 저분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게
하세요...'식사를 마친 후 하모니카를 불러 본다. 정교수님도 불러 보겠다며
한다. 하모니카를 건네주니 40년만에 불러 본다는 하모니카를 기막히게 부
르고 있다. 가을과, 노래와, 하모니카 소리와, 사람과 딱 어울린다고 정일님
이 한마디하신다. 좋으신가 보다.
오전에 나눔의 동산이 텔레비전에 나왔다고 좋아하는 장애우들. 그들과
함께 녹화해 둔 비디오를 봤다. 신기해하는 그들을 보며 천진난만한 아이의
마음을 발견한다. 원장 집사님은 빵을 실러 가서 아직 안 오시고 있다. 차가
고장 났단다. 우리들도 철수를 해야 한다. 산 속의 오후는 짧다. 코스모스의
붉은 빛은 더욱 곱기만 하다. 돌아본 시설에서 많은 배려를 발견한다. 조금
이라도 장애우를 위해 설치되어 있다. 방을 둘러보는데 어느 나이 잡수신
할머님이 혼자 성경을 보고 계신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
우리들은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해 주는 그들을 뒤로 오던 길을 되돌아
나오고 있었다. 달리는 차안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달에도 방
문하자는 의견이다. 한 번 정하면 최하 3년은 해야 한다는 나의 의견에 긍
정적이다. 그러나 자오가족들과 회의를 해 보고 결정하자고 여운을 남겨 둔
다. 낮에 부천서 출발하여 저녁 식사를 해 주고 철수하면 저녁 10시에는 모
두 집에 도착할 수 있겠다며, 나에게 질문을 해대는 아내와 친구가 고맙다.
주말과 주일에는 방문자가 많지만, 평일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자꾸 내 마음을 잡고 있다. 주님의 뜻대로 해야지...
2001.10.6
고 있는 그곳의 이름을 사람들은 '나눔의 동산'이라고 불렀다. 다운증후군의
장애우들과 치매 할머님들이 살고 있지만, 4살된 아이(미연)도 있고, 고아가
된 학생들도 살고 있다. 진짜 여인 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장님부터 아
이까지 여자들만 살고 있다가 얼마 전부터 봉사자 부부가 들어와 함께 공동
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고 한다.
호반의 도시 춘천, 모든게 낭만적일 것 같은 도시의 한 귀퉁이에는 작은
사랑의 공동체가 있었다. 두남님이 우리 자오가족이 된지 꽤 됐다. 그녀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나눔의 동산은 봉사 선교를 하고 있는 우리 자오 나눔
선교회에 충분한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장차 장애인 공동체를 만
들어 살아가야 할 우리들인지라 한 번 방문해 보기로 한다. 마음먹기가 어
렵지 마음만 먹으면 금방 행동으로 옮기는 게 우리 자오가족들의 장점이기
도 하다.
다리.
다리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꿈같은 이야기 오작교부터, 개울을 건너게
하는 징검다리까지 다리의 역할은 만남을 만들어 주고 있다. 두남님은 다리
의 역할을 참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각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연결
해 주는 그녀의 지혜가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추석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4일. 아내와 친구는 부지런히 음식을 준
비한다. 46명이 산다고 하지만, 봉사자까지 합하면 60명분은 만들어 가야 한
다며 손큰 아내는 일을 벌리고 있다. 김치를 담그고, 전을 부치고, 잡채를
만들고, 물품들도 부지런히 챙긴다. 4일 자정까지 일하다 잠시 눈을 부치더
니, 5일 새벽 5시부터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답다.
함께 가기로 했던 분들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할 수 없다기에 큰샘물님과
친구, 그리고 나는 7시 30분에 춘천을 향해 차를 달린다. 출근 시간이라 도
로가 많이 막힌다. 그래도 마음이 즐거움은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출발하며 두남님께 연락을 드린다. 달리는 차안
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들 눈에 들어오는 산야(山野), 단풍이
서서히 들기 시작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일주일 안에 단풍이 들 것 같
다는 생각을 한다. 핸드폰이 울린다. 이천에 사시는 경민정 권사님이다. 진
즉 알았더라면 함께 갈 것을 아쉽다며 잘 다녀오시란다. 다음부턴 봉사자가
한명 더 늘 것 같다.
춘천에서 두남님과 정교수님을 만나 다시 차를 달린다. 중간에 푸줏간에
들려 쇠고기도 사고, 도 다시 차를 달린다. 의암호를 끼고 달리는 코스는 정
말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낚시꾼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좌대가 이채롭
다. 30여분을 더 달렸나 보다. 깊은 산중에 아름다운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그리웠던가 우리들이 도착하니 나도 나도 나와서 반겨 준다. 짧게
깎은 머리를 보면서 처음에는 남자들로 착각했다. 자세히 보니 모두 여자들
이다. 아마 두발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없기에 짧게 깎았는가 보다. 건장한
남자가 두남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대구에서 올라오신 최정일님이다.
혼자 방문을 했는데 우리 일행과 조우를 하여 너무나 반가운가 보다.
나누는 삶에 익숙해 버린 우리 일행들, 차에서 물품들을 내려놓고 각자
의 자리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두남님은 어디서 구했는지 세제를 트렁크
가득 싣고 오셨다. 넓은 주방이 우리를 반긴다. 아내와 친구, 그리고 두남님
은 주방에서 부지런히 점심을 준비한다. 나이 잡수신 할머님들을 부축하고
식당으로 올라오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네살!"이라는 단
어와 괴성만을 지를 줄 아는가 보다. 어느 자매는 목발 짚고 있는 나에게
와서 "네살!"을 연신 외치고 있다. 밖에 마련된 평상에 상이 놓이고 수저와
젓가락이 놓인다. 어느 공동체를 가보나 똑 같은 모습, 각자 맡고 있는 분야
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각자의 자리를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반복 연습을 했는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식사가 다 차려졌다. 간단하게 식사 기도를 하고 식사를 하게 한다. 푸짐
한 식탁이다. 우리들도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한다. 울릉도에서 보내 주신 취
나물이 참 맛있다. 어제 저녁에 버무린 무생채가 참 감칠맛이다. 마련된 반
찬이 모두 맛있다. 쇠고기 국에 잡채까지 말아 맛있게 잡수시는 할머님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온다. '주님, 저분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게
하세요...'식사를 마친 후 하모니카를 불러 본다. 정교수님도 불러 보겠다며
한다. 하모니카를 건네주니 40년만에 불러 본다는 하모니카를 기막히게 부
르고 있다. 가을과, 노래와, 하모니카 소리와, 사람과 딱 어울린다고 정일님
이 한마디하신다. 좋으신가 보다.
오전에 나눔의 동산이 텔레비전에 나왔다고 좋아하는 장애우들. 그들과
함께 녹화해 둔 비디오를 봤다. 신기해하는 그들을 보며 천진난만한 아이의
마음을 발견한다. 원장 집사님은 빵을 실러 가서 아직 안 오시고 있다. 차가
고장 났단다. 우리들도 철수를 해야 한다. 산 속의 오후는 짧다. 코스모스의
붉은 빛은 더욱 곱기만 하다. 돌아본 시설에서 많은 배려를 발견한다. 조금
이라도 장애우를 위해 설치되어 있다. 방을 둘러보는데 어느 나이 잡수신
할머님이 혼자 성경을 보고 계신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
우리들은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해 주는 그들을 뒤로 오던 길을 되돌아
나오고 있었다. 달리는 차안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다음달에도 방
문하자는 의견이다. 한 번 정하면 최하 3년은 해야 한다는 나의 의견에 긍
정적이다. 그러나 자오가족들과 회의를 해 보고 결정하자고 여운을 남겨 둔
다. 낮에 부천서 출발하여 저녁 식사를 해 주고 철수하면 저녁 10시에는 모
두 집에 도착할 수 있겠다며, 나에게 질문을 해대는 아내와 친구가 고맙다.
주말과 주일에는 방문자가 많지만, 평일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자꾸 내 마음을 잡고 있다. 주님의 뜻대로 해야지...
20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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