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교도소] 눈물이 있는 사람이 따뜻한 사람이다.

자오나눔 2007. 1. 17. 12:33
      교도소 방문을 하루 앞둔 날 저녁 시간에  전화가 왔다. "집사님 저 장은
   숙 집산데요" "네 집사님 오랜만입니다. 요새 안보이던데요?"  "네... 동생 장
   례 치르고 이제 집에 왔어요..." "네?..이런..." "그런데 집사님 교도소 가실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전에  저한테 한 번 가 보자고 했지요?" "네... 그런데
   지금 정신에 갈 수 있겠어요?" "몇 명이나 가세요?" "이번에는 4명인데요..."
   "그러면 저도 갈께요..." 이렇게 해서 5명이 안양 교도소를 방문하게 된다.

      며칠전부터 성경과 주석 집을  뒤적이며 그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준비하
   며, 홈페이지 '보고  또 보고' 게시판에 올라 있는 아름다운  사연들 중에 재
   소자들에게 맞는 내용을 골라 프린트까지 해 놓는다.  송편을 마련해 가겠다
   던 아내는 송편 값이 너무 비싸다고 그냥 떡과  과일, 과자, 음료, 커피만 준
   비해 가자고 한다. 마련해 갈 물품은 아내에게 일임을 하고, 잠시 짬을 내어
   소록도 난방비 보내기  자선 음악회 팜플렛 디자인을 해 본다.  10월 27일이
   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괜히 마음만 분주하다.

      제이비, 미룡, 큰샘물,  나눔, 은숙님, 이렇게 5명을 실은 차는  안양 교도
   소를 향해 달리고  있다. 어제 저녁에 교화행사에 나올 재소자가  더 늘었다
   고 전화를 왔기에 넉넉히 물품을 준비하라고 아내에게  부탁을 했지만, 아무
   래도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소자가 더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살기 힘들다는  뜻도 포함되리라. 한동안 재소자가  줄어들어 좋다던
   어느 교도관의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 한데...

      평상시 2-3시간씩 재소자들과 함께 있도록 조정을 해 왔는데,  다른 재소
   자들이 항의를 했는가 보다. 이젠 1시간 30분만 시간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부족한 시간이지만  정해진 시간을 얼마나 유익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더
   보람이 있으리라. 평상시  보다 30분 일찍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사전에
   연락이 되어  있었기에 점심만 먹고  바로 모였는가 보다. 새로운  얼굴들이
   많다.

      바로 예배를 인도했다. 제목은 '너희  원수를 사랑하라.'이다. 준비한 설교
   대로 하려고 했는데  전혀 다른 쪽으로 인도를 하고 있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놓고 이야기를  한다. 내가 장애인이 되자  가정을
   버리고 떠났던 사람을  미워하면서 생겼던 내 마음의 갈등, 그로  인해 점점
   힘들어 가는 나의 마음. 결국 미워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쉽고, 편하
   더라는 예화를 들면서 말씀을 전한다. "선을 악으로 갚는 사람, 선은 선으로
   갚는 사람, 악을 선으로  갚는 사람이 있습니다..." 설교와 기도와 여자의 치
   마는 짧을수록 좋다고 했던가? 아무튼  짧게 설교를 마치고 준비해 간 음식
   을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젊은 청년 재소자에게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부천
   이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는 분의 조카다. 향정신성 위반으로 10개월
   을 받았단다. 다시  말하자면 뽕을 맞다가 잡혀 들어  온 거다. 나이를 물어
   보니 23살이란다. 한참 좋을 나이에 교도소에서 있으니... 그 청년이 나이 잡
   수신 재소자께 반말로 윽박지르는걸 보았기에  타일렀다. "비록 교도소 안이
   지만 여기서부터 손윗사람에게  공손하게 대하다 보면 출소해서도 자연스럽
   게 어른들을 공경하게  될 것이다. 그때는 다른 사람들도 네가  감옥에 다녀
   오더니 사람이 달라졌다고  할 것이다. 젊은 사람답게 한 번  도전해 볼래?"
   라고 했더니 씨익 웃으며 해 보겠단다. 다음달에 나올  때는 성경 시편 23편
   을 암송해서 나오라고 부탁을 해 본다.

      그들과 찬양도  부르고, 준비해 간  아름다운 사연을 미룡님께  낭송하게
   한다. 가슴 뭉클한  사연에 몇 명의 재소자들이  눈시울을 붉힌다. 낭송하던
   미룡님도 울먹이며 겨우  마무리를 한다. 장은숙 집사님께도  한마디하게 했
   다. 죽은 동생이 예수를  믿었지만 이렇게 좋은 일을 해보지 못하고, 병상에
   누워만 있다가 하늘 나라에 갔는데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적신다. 눈물이 있
   는 사람들, 가슴에 따뜻함이 간직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탁자 위에 수북하게
   차려져 있던 음식도 다 떨어졌다. 시간이 어느새 지나가 버렸다. 2시간 동안
   그들과 함께 있었지만 그들에게 어떤 시간이 되었는지는 그들이 더 잘 알리
   라.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앞으로 20여일 동안은 우리들과의 만남을 이야
   기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우리가 무엇이관데 동생 장례 치른지  하루도 안
   되었는데도 찾아와 함께  해 주었는지, 그런 마음을 주신 하늘의  그분에 대
   하여 오래도록 고민하게 되리라 믿는다.
      200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