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교도소]사랑의 기쁨

자오나눔 2007. 1. 17. 12:35
나는 나나무스꾸리의 사랑의 기쁨을 자주 듣는다. 애잔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 사랑의 기쁨은 결혼 축하곡으로도 많이 불리운다. 하고 많은 노래중에서 이런 노래를 자주 듣는 나를 이해 못하겠다는 지인도 있다. 가사 내용은 사랑의 기쁨은 잠간이고 사랑의 아픔은 오래간다는, 배반당한 사랑을 괴로워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이 노래를 자주 듣는다. 곡이 좋아서일거다. 물론 더 좋은 찬송가나 가스펠도 많지만 사랑의 기쁨을 자주 듣는 이유를 말하라면 가을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다.

 그들 중에도 사랑에 배반을 당하고 가슴속에 응어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정말 그중에는 사랑했던 사람이 배신을 하여 사고를 치고 푸른 죄수복을 입고 몇년을 살아야하는 사람도 있었다. 언제나 교도소를 방문할 때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교화 행사를 한다고 방문하는 우리들을 통해 오히려 역효과를 얻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 나름대로 기도로 준비를 하고 교도소를 방문하게 된다.
 교도소 교화 행사 때는 언제나 사람이 부족하다. 물론 다른 사역에도 사람이 부족하지만 유독 교도소는 더 부족하다. 아직도 병원, 경찰서, 교도소는 살아서 가지 말아야할 곳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일까. 어쩌면 편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윤건주 목사님께 설교를 부탁해 놨기에 큰 걱정은 없다. 그래도 조금 더 많은 방문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안 미용 회원이 동참을 하기로 한다. 이제 아내까지 4명으로 결정이 난 것 같다.
 그들이 먹고 싶어했던 통닭을 미리 주문해 놓는다. 출발하기 1시간 전까지 꼭 배달해 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드린다. 소록도 봉사를 다녀오면서 들린 익산에서 신명자 회원이 맛있는 단감을, 장은숙 회원이 감귤을 보탰다. 다른 볼일이 있어 아내는 서울에 들렸다 교도소로 오기로 하고, 커피, 음료 등 다른 준비물은 아내가 챙겨서 오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에 장춘화 회원과 장은숙 회원이 합세를 했다. 사람이 부족하다고 기도했더니 금새 채워 주시는 하나님. 윤건주 목사님 차를 타고 안양으로 달린다.

 잘생긴 경비병들의 검문과 우렁찬 경례소리를 들으며 15척 담 아래로 달리고 있다. 15척 담은 새로운 치장을 하고있었다. 마침 단체 접견이 있는 날이었다. 1년에 2번 정도 있는 단체 접견. 몇백명의 사람들이 만남의 장을 가졌었다. 교도소 정문을 나서는 방문객들의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그래도 공통점 하나는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찾아가는 재소자들은 단체 접견도 할 수 없는... 아니 면회 올 사람이 없는 외로운 재소자들이다. 그중에서도 장애인 재소자들. 정해진 시간이 있기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그러나 마음대로 빨리 들어 갈 수가 없었다. 단체 접견이 끝나고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교육관에 도착한 우리들을 맞아하는 재소자들의 표정이 밝다. 아마 통닭이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가 보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가 넘었다. 서들러 예배를 드리시는 목사님. 힘있는 설교에 아멘으로 화답하는 재소자들. 기쁨이 넘치는 얼굴들이다. 사랑을 통한 기쁨을 느끼는 모습들이다. 사랑의 기쁨, 아무런 연고도 없는데 무엇이 우리와 자기들이 만나게 했는가를 깨달아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볼때면 감사가 나온다. 사랑의 기쁨이다.

 예배가 끝났는데 마련해간 물품이 도착하지 않았다. 보안과에서 검열이 심한가 보다. 기다리는 그 시간이 아쉬워 가수 장춘화 회원의 노래를 듣기로 한다. 밤무대 트로트 가수가 예수를 믿고 이제는 무대에 서지 않고 녹음만 하면서 복음가수로 탈바꿈 해가는 멋진 분이다. 이번 나눔의 노래 때도 멋지게 한 몫을 하셨다. <나 아무것 없어도>와 <예수님이 좋은걸 어찌합니까>를 간드러지게 불러준다. 모두가 넋이 빠진 모습이다. 보기 좋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물품이 도착했다. 변함없이 여자분들은 복도로 나가 음식을 담아서 각자의 탁자에 나르고, 우리들은 서로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많이 기다렸다는 내용부터, 소록도 봉사 잘 다녀오셨느냐는 내용까지 인사하기에 바쁘다. 넉넉하게 준비를 해 왔는데 장정들이 먹으니 금방 줄어들고 없어진다. 부족함이 더 맛있게 만들었는가 보다. 통닭은 모두 먹고 탁자위엔 과일과 과자 커피 음료만 남았다.

 부천에서 출발을 할 때 밤 늦게까지 준비한 낭송용 원고를 미용 회원과 은숙 회원께 드리며 낭송할 준비를 하라고 했더니 많이 연습했는가 보다. 낭송을 시키니 아주 자연스럽게 감정을 넣어가며 잘 하고 있다. 답가로 찬송을 불러주는 재소자도 있고, 타 종교모임에 나가다가 이번이 두번째 왔다는 어느 재소자는 일부러 연습했다는 가스펠을 불러 준다. 은혜다. 감사다. 체험하는 나눔의 현장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지난달에 성경 암송을 해 보라고 도전을 주었더니 완벽하게 암송은 못했지만 시편 23편을 암송하는 형제, 성경 66권을 모두 손으로 써서 전해주는 형제, 열심히 공부하여 중학교 졸업 자격도 받겠다는 어느 형제, 모두가 자오나눔을 만나 변화된 모습이다. 변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고 전에 내가 말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모습들이 너무나 감사하고 좋아서 준비해간 영치금까지 상으로 준다. 당근과 채찍이라는 표현은 이상하지만 잘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이 필요하다. 아무리 교도소라지만 손윗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젊은이에게 꾸중도 해 본다. 속으론 나에게 욕할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그들에게 새로움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교도소에서 재소자에게 꾸중을 하는 방문자는 없었을테니까...

 다음 달에는 야고보서를 각 방별로 암송하기로 했다. 얼마나 좋은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최선을 다할 그들을 난 믿는다. 12월 방문때는 양말과 생일 케익을 준비하여 단체로 생일 파티를 해 주고 싶다. 집으로 돌아 오는 차 안에서 비를 만났다. 사랑의 눈물, 사랑의 기쁨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