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춘천 나눔의동산] 시래기

자오나눔 2007. 1. 17. 12:36
넉넉한 인원, 충분한 물질이 있어서 나누며 사는 사람을 부러워 한 적이 있다. 아마 모든게 열악한 상황에서 일을 해 나가려니 힘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약할 때 강함되시는 주님이 항상 함께 하신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어 기도할 때 힘 주시고, 부족한 물질로 안타깝게 기도하면 물질도 채워주시고, 봉사자가 부족하여 기도하면 봉사자가지 채워주시는 멋진 하나님을 내가 모시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우리들의 처지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던 춘천 나눔의 동산을 두달째 찾아가 나눔을 하고 있다. 다운증후군과 노약자가 살고 있는 곳, 여자분들만 살고 있기에 더 힘들게 살아가는 곳, 어려운 곳이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그곳에 연결 시키셨는가 보다. 아내를 격려해 가며 준비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경남님은 하루 결근을 하면서 참석하겠단다. 서울에 사시는 미양, 명수 집사님도 바쁜 일정을 뒤로 미루고 춘천 나눔의 동산 봉사에 참석하겠다고 하신다. 나까지 5명이 참석한다. 너무나 바쁜 직장 일로 참석하지 못하게 되어 미안하다며 전화를 자주 하는 우주님이 감사하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운가.

서울을 들려 집사님들을 태우고 부지런히 달린다. 보이는 산야에 단풍이 빛을 잃어 가고 있다. 벌써 겨울이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들, 그 아래에는 가을 낙엽이 뒹굴며 갈갈갈 소리를 내고 있을 법 하다. 푸른 잎이 단풍되고 단풍이 시들어 모두 떨어진 앙상한 가지를 보며 새롭게 준비하는 희망을 만난다.

춘천 나눔의 동산에는 벌써 겨울이 시작되고 있었다. 두툼한 옷으로 갈아입은 장애우들, 겨울 옷이 부족해 가을 옷을 입고 있는 그들을 보며 헌옷이라도 모아서 보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난 달에 앉아서 밥 먹던 평상에는 스산한 바람이 먼지를 쓸어 내고 있었다. 천정에는 겨울 김장을 마치고 매달아 놓은 무청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올 겨울에 맛있는 시래기 된장국 재료가 될 것이다.

주방에 들어가 함께 기도를 한 후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한다. 나는 나눔의 동산 원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곳의 실정을 들어 본다. 모든게 어렵다. 어려워도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감사하는 사람속에 있는 나는 얼마나 복있는 사람인가. 덩달아 감사가 나온다. 주방에서는 자오 가족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있다. 냄새가 참 좋다. 오늘도 행복한 식탁을 만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예배당 겸 식사를 하는 장소로 들어 간다. 식탁이 놓이고 사람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먼저 할머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도록 방석을 놓도 있는 그들. 먼저 어른들붙 밥을 가져다 주는 그들을 보며 고향을 만나게 된다. 간단하게 식사 기도를 했다. 맛있게 먹는 우리들. 역시 먹을 때가 제일 행복한가 보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 밖으로 나와 구경을 했다. 내가 어릴 때 내 고향 바닷가 오두막집 앞마당에는 무청과 배추 겉 잎이 볕짚에 묶여서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할머님이 했던 일을 어머님이 이어서 해 왔었다. 김장을 해 놓고 시래기만 잘 말려 놓으면 겨울 걱정은 끝이었다. 그 고향을 여기 춘천 나눔의 동산에서 만난다. 바닷가와 산속 깊은 곳이 함께 있는 듯한 생각을 하게 한다.

돌아 오려고 차에 타는데 벌 한마리가 차 안으로 들어와 장난을 치고 있다. 놀란 아내가 밖으로 나가 차에 타지를 못한다. 너무 빨리 돌아가는 우리가 아쉬워 더 붙잡으려는 마음이 벌에게도 전해졌을까... 그래도 우리는 떠나야 한다. 그래야 다음달에도 올 수 있으니까. 눈이 와서 도로가 막히지 않으면 꼭 오겠노라고 말하며 그들과 악수를 나누는 우리의 마음이 좋다. 사랑은 이런 것인가 보다. 평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
2001.11.15.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