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춘천] 개똥이래~

자오나눔 2007. 1. 17. 12:48
   개똥이래~

   부천서 차로 왕복 7시간을 달리는 거리에 있기에 봉사를 갈 때마다 고민을 하게 된다. 거리가 멀기에 아침 일찍 출발하는 관계로 봉사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봉사자가 생겼다. 춘천에 있는 모 대학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지원을 나오고, 의정부에서 풋내기 목사님이 오시기로 했으니 부천에서 출발하는 6명을 포함하니 총14명이 된다. 아내는 수산 시장에 가서 동태며 고등어 자반이며 어패류를 듬뿍 샀는데, 좋은 일 한다며 삼치 한 상자를 후원해 주신 생선 가게 사장님으로 인해 힘이 나는가 보다. 감사의 조건이다.
   새벽 5시50분에 집에서 출발하여 함께 갈 회원들을 차례로 방문하여 차에 태운다. 새벽부터 내리는 비는 아침까지 내리고 있다. 부지런히 고속도로를 달려 춘천으로... 중간에서 합류한 풋내기 목사님은 차는 주차장에 파킹해 놓고 우리 차에 탄다. 구제역으로 인해 도로에 설치된 방역기로부터 거센 소독약이 품어 나오고 차는 그곳을 통과한다. 몇 년 전에 춘천에서 목회를 하실 때 나눔의 동산을 방문했었다는 풋내기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은 넓고도 좁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새 도착한 나눔의 동산, 변함 없이 반갑게 맞이해 주는 원장님 이하 나눔 동산의 가족들. 비록 말은 못해도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차에서 짐을 내려 주방으로 옮기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봉사를 하고 있다. 예배당에서는 풋내기 목사님의 인도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오늘의 주제는 '개똥'이다. "개똥이래~"하며 깔깔대며 웃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종이를 가위로 잘라 멋진 모양을 만들어 가며 알기 쉽게 설교를 하시는데 모두 넋을 놓고 있는 것 같다. 뒤늦게 춘천팀이 도착하여 주방으로 예배당으로 분산이 된다. 두남님의 인도로 시각 장애인도 오시고, 사회복지학과 학생들도 왔다. 간단한 예배를 마치고 풋내기 목사님의 기타 반주에 맞춰 즐거운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주방에선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온다. 찬양을 좋아하는 나눔 동산의 장애인들은 신났다. 비록 뒤틀린 몸으로 하는 율동이지만 그 모습이 순수하고 아름답게만 보이는 것은 오직 그 율동에만 모든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리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리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신났다. 그 때 주방에서 들리는 소리, "식사 준비 다 됐으니 상 펴세요~" 반가운 소리다.

   매콤한 낙지볶음에 겉절이와 산나물 무침, 생선 등 상이 푸짐하다. 매월 한 번은 그들만의 잔칫날이라며 좋아하는 모습이 기분 좋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는 학생들 차지다. 예배당에선 은혜로운 찬양의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잠시 밖으로 나오니 아내가 원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해 완성될 자오 공동체를 어떻게 꾸려 나갈 것인가를 놓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궁금한 것 몇 가지를 물어 보고 차에 오른다. 여전히 실비는 내리고 있다. 갈 길은 먼데 마음은 나눔 동산에서 떠날 생각이 없다. 그래도 이젠 돌아가야 한다. 각자의 삶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귀한 시간이었다. 감사의 조건이었다. 부족한 사람들을 사랑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는 춘천 나눔의 동산의 정이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다.

2002.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