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효도잔치] 마땅히 해야 할...

자오나눔 2007. 1. 17. 12:46
   거제에 피어난 카네이션.

   5년 전부터 해마다 5월 8일이면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도 잔치를 해 왔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올해는 효도 잔치를 할 수 없겠다는 막연한 생각에 마음속으로는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하게 만드시는 주님을 찬양할 수밖에 없다. 부천에서 큰 행사를 마치고 거제도에 내려갈 일이 있었다. 장애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데 마침 거제도에 있는 실로암 건물이 참 잘 지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한번 답사를 했지만 자료가 부족했다. 서은경 전도사님께 부탁하여 건물 설계도까지 복사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해 놓고, 행사에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셨던 최영천 목사님과 함께 거제도를 향해 부지런히 달려간다. 거제도 다포리에서 다포교회를 섬기시는 목사님은 다포리의 머슴이라고 할 정도로 마을을 위해 헌신을 하신다. 워낙 기독교를 배척하는 동네라 마음에 힘듦이야 오죽하랴 만 묵묵히 내 부모 섬기듯 다포리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 주시는 분이다. 차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운전하고 있는 아내에게 이번 어버이날 효도 잔치를 거제도에서 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의견을 물었더니, "효도 잔치를 꼭 부천에서만 하라는 법이 있느냐"며 찬성을 한다. 일이 시작됐다. 그때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새벽 3시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이래서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했는가 보다.

   어버이날에 대하여 자료를 찾아보니 [1956년 국무회의에서 해마다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정해 17회까지 행한 뒤 1973년 3월 30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6615호)에서 어버이날로 개칭해 현재까지 기념식과 기념 행사를 거행해 오고 있다. 제정 목적은 범국민적 효사상 앙양과 전통 가족 제도의 계승 발전은 물론, 사회와 이웃에 모범이 되는 효행자, 전통 모범 가정, 장한 어버이를 발굴해 포상·격려하는데 있다.]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어버이날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버이날은 본래 한국에서 생긴 것은 아니고, 사순절의 첫날부터 넷째 주 일요일에 어버이의 영혼에 감사하기 위해 교회를 찾는 영국·그리스의 풍습과, 1910년경 미국의 한 여성이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교회에서 흰 카네이션을 교인들에게 나누어 준 일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다 1914년 미국의 제28대 대통령 토머스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이 5월의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하면서부터 정식 기념일이 된 이후 지금까지도 미국에서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에 어머니가 생존한 사람은 빨간 카네이션을, 어머니가 죽은 사람은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각종 집회를 열며,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어머니에게 선물을 한다.

    거제도에서 효도 잔치를 한다는 긴급 공지를 보고 반응이 다양하다. 부천으로 올라온 우리들은 부지런히 행사 준비를 한다. 마침 친구 혜정이가 수줍게 행사 준비할 때 보태라며 10만원을 보내 준다. 힘이 난다. 문제는 행사를 치를 봉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자립 개척 교회인 다포교회에서 봉사자가 지원된다고 해도 부족함은 어쩔 수 없는 일, 이리 저리 연락을 해 보지만 봉사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함께 내려가기로 한 봉사자들도 펑크를 낸다. 그래도 무언가 뜻이 있으리라 믿고 밀고 나가기로 했다. 아내와 상의 끝에 미리 내려가서 준비를 하기로 한다. 마침 준열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효도 방학이 났다. 미룡님네 아이들도 효도 방학이 났단다. 아이들 걱정을 하지 않도록 효도 방학까지 예비해 놨으니 뭐가 두려우랴. 서울에서 준비할 것만 준비한다. 빗 길을 달려 거제도를 향한다. 지금은 비가 내려도 어버이날에는 맑은 날씨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보면서 거제도를 향해 달린다. 참 멀다. 7시간을 달렸는가보다. 목사님께 부담을 드릴까봐 따로 숙소를 잡고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고 빗 길을 달리며 목사님과 노인 회관에서 만나기로 한다. 다포리 노인 회관에서 목사님과 반가운 포옹이 이뤄진다. 아이들은 노인 회관에서 놀고 있으라고 해 놓고, 준비해 온 짐을 노인 회관에 내려놓는다. 우리 일행은 다시 차에 올라 거제시로 간다. 크게 잘 지어진 메가마트에 들려 필요한 물품을 산다. 서울서도 준비를 해 왔지만 막상 시장에 나오니 살 것도 많다. 조금이라도 다포리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아내의 배려일 것이다. 마침 주인을 목사님이 알고 계셨다. 행사 취지를 말하고 봉사자를 구해 달라고 부탁을 하니 금방 몇 군데 연락을 한다. 마침 손님으로 온 마을 사람에게도 부탁을 한다. 기쁜 마음으로 봉사 약속을 해 주시는 분들. 미리 준비된 군사들은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봉사자가 부족하다. 가까이에 사는 지인들에게 다시 한번 부탁을 해 놓는다.
   아내와 미룡님은 부지런히 음식 준비를 하고 있고, 나는 목사님과 몇 가지 준비를 하러 다닌다. 나야 길동무밖에 못하지만 동행하는 맛도 괜찮다. 드럼통을 잘라 만든 불 판도 구해 오고, 떡집에 들려 쌀을 전해 드리며 떡도 주문한다. 미리 프린트 해 온 것을 보며 한가지씩 점검을 해 본다. 미리 내려간 아내와 미룡님이 고생한다. 어디서나 일이 진행되려면 누군가가 미리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임을 우리는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숨겨진 일군은 발견치 못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보고 판단을 할 때가 많다. 핸드폰이 울린다. 울산에 사는 뽀씨다. 홈페이지가 해킹 당한 것 같단다. 이동 중이라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몇 가지 가능성과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서버를 제공해 주는 회사의 담당자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뽀씨. 몇 번의 시도 끝에 당사자와 통화가 이루어진다. 결과는 좋다. 그사이 목사님과 미룡님은 통영 시내에 일을 보러 나가고, 아내는 마을 회관에서 부지런히 음식을 만들고 있다. 그사이에 마을 어르신 몇 분과 친해졌다. 밤이 깊었다. 마을 회관에서 자기로 한 우리는 아이들을 먼저 재우고 어르신들께 상품으로 드릴 것을 예쁘게 포장을 한다. 밖으로 나가 보니 하늘에선 아직도 비를 뿌리고 있다. 벌써 자정이 넘었는데... 목발을 짚고 서서 잠시 기도를 한다. 모두 잘 되리라. 아니 잘되어야 한다. 잘 될 수밖에 없다. 마늘 껍질을 벗기고 있는 아내와 미룡님은 친자매처럼 사이가 좋다. 나는 서서히 꿈나라로 들어간다.

   분명 방을 따뜻하게 해 놓고 잤는데 춥다. 눈을 떠보니 모두 웅크리고 자고 있다.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침 5시다. 보일러 조정기를 보니 꺼져 있다. 전등 스위치 인줄 알고 끄고 잤는가 보다. 다시 보일러를 켜 놓고 자리에 눕는다. 6시가 되니 스스로 일어나게 된다. 어르신들 아침 일찍부터 오실 것 같다며 자리를 정리하고 준비를 한다. 겉절이를 맛있게 담그는 아내와 미룡님. 그사이 국수를 삶아서 찬물에 씻어 한줌씩 보기 좋게 담아 놓는다. 행사를 치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아내를 만난 것도 하나님의 은혜다. 잠시 후 최영천 목사님이 오셨다.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진주에서 이백진 목사님과 박동한 집사님이 내려오실 것 같다는 소식도 들려주신다. 턱없이 부족한 봉사자... 이왕 맡길 것 모두 맡기자며 하나님을 의뢰한다. 다포교회 사모님도 오셔서 방을 걸레로 닦고 계신다. 실내에서 준비할 음식은 다 된 것 같다. 목사님은 방앗간에 떡을 찾으러 가시고...
   일손이 부족할 것 같으니 고기를 미리 초벌 굽기를 해 놓자고 아내에게 말한다. 드럼통에 불을 피운다. 숯을 올리고 불이 적당하게 피어오르자 고기를 구워 먹기 좋게 가위로 자른다. 안에서 준비를 다 해 놓은 아내와 미룡님은 부지런히 고기를 굽고 있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고 있지만 많은 어르신들이 오실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고기를 굽는다. 지글지글 맛있게 고기가 구워지고 있다. 밤새 파인애플 원액으로 숙성된 고기라 부드럽고 맛있다. 고기 굽는 냄새를 맡고 동네 개들이 사람보다 먼저 와서 구경을 하고 있다. 땅에 떨어진 고기 부스러기라도 먹으려는 모습들이다. 완전히 개판이구먼... 하는 소리에 웃음소리 듣기 좋다. 다포교회 태숙님이 오셨다. 장갑을 끼고 바로 고기를 굽고 자르는 일에 동참을 하신다.

   진주에서 이백진 목사님 일행이 도착하셨다. 박동한 집사님은 당연히 오셨고, 이백진 목사님 사모님은 선교원 일 때문에 바쁘실 텐데 함께 오셨다. 여호와 이레. 남자들이 고기를 굽는 일을 맡고 여자들은 실내로 들어가 상을 차린다. 동네 어르신들부터 노인 회관으로 모이기 시작하신다. 몇 분의 다포교회 집사님들이 봉사자가 되어 수고하신다. 미리 준비해 간 다포교회 봉사자라는 이름표를 모든 봉사자들에게 달게 했다. 자오 나눔 선교회 어깨띠는 두르지 않기로 했다. 이 자리는 자오 나눔 선교회가 나타나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과 다포교회가 나타나는 자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준비하면서 목사님들과 박집사님 그리고 내가 대화실에서 상의하며 효도 잔치이니까 막걸리라도 내어놓자고 상의했었다. 막걸리 대신 소주를 즐겨 하신다는 말에 소주로 바뀐다. 효도 잔치이니까 부모님께 효도하는 그것만 나타나게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었다. 마음이 열려 있는 귀한 분들이다. 면장님과 시의원도 다녀가신다. 항상 고기를 푹삶아 썰어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고기를 직접 구워서 주니 참 별미라는 어르신들. 한상 가득 담아서 몸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한 어르신들께 배달을 가는 태숙님... 참 그 모습이 아름답다. 각 마을에서 차량으로 어르신들이 도착하신다.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차례대로 오시는 모습이 마치 봉사자가 부족함을 아시고 오는 듯 한다. 실수하지 않으신 하나님. 실로암 장애우들을 초빙했는데 실로암 가족 중 한 분이 하늘나라에 가셔서 참석을 할 수 없단다. 마음이 무겁다.

   음식을 다 드신 어르신들은 별실에 마련된 노래방으로 안내를 한다. 별실에는 주안상이 차려져 있다. 어르신들의 취향을 몰라 민요를 불러 드렸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어르신들께 노래를 선택하라고 하시니 전부 트로트를 선택하신다. 태진아, 나훈아, 남진, 이미자, 송대관, 설운도... 으아... 난 50년대 가수들 노래를 불러 주는데 어르신들은 요즘 가수들 노래를 부르신다. 갑자기 내가 더 늙어(?)버린 것 같다. 혼자 노래 찾아서 선곡해 주랴 막히면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함께 불러 주기가 힘들다. 목사님, 박집사님 불러도 밖에서 일하시는 게 좋은지 안오신다. 헬프미 미용~ 어르신들과 함께 춤추며 흥을 돋구어 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태진아의 사모곡과 나훈아의 어매를 불러 준 후 잠시 앉아서 어르신들께 짧은 간증을 해 드린다. 자식에게 제삿밥 얻어 먹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는 어르신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자식이 잘 되어야 가능합니다. 자식이 잘못되어 죽거나 교도소에 들어가 있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부모가 자식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자식 잘되라고 기도해 주는 것 그것이 얼마나 큰 일 인지요...라며 일찍 부모를 잃은 내 처지를 설명하며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눈다. 노래방 안에 계시던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교회 가서 양집사 기도해 주시겠단다. 비록 말뿐일지라도 얼마나 감사하던지....

    두분 목사님들께도 노래를 부탁한다. 시집와서 목사님 가요 부르는 걸 처음 들었다는 사모님의 고백에 오늘 효도 잔치에 얼마나 마음을 열고 참석하셨는가를 알 수 있다. 감사할 뿐이다. 노래를 부르는 분들께만 상을 드렸는데 박수만 치시는 어르신들이 눈에 걸린다. 상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께도 골고루 상을 나눠 드린다.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서서히 행사가 끝나 간다. 미리 고기를 챙겨 뒀다가 실로암과 진주에도 보내라며 사모님께 부탁을 하는 아내 큰샘물이 참 감사하다. 뒤늦게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가셨던 분들이 도착하셨다. 숭어회를 덤으로 먹게 된다. 모든 것을 예비해 놓으신 하나님. 내가 비록 부족하고 못났어도 부족함을 들어서 부유하게 하시고, 못난 것을 통해 잘난 것을 부끄럽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행사를 마치고 마지막까지 남은 어르신들과 봉사자들이 어부들이 가져온 숭어회로 대미를 장식한다. 7시간의 행사를 위해 미리 내려와 수고해 준 아내 큰샘물과 미룡님께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행사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봉사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2002.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