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의 만남이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다시는 푸른 죄수복을 입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을 했던 사람이 어느날 교도소 교화 행사장에 푸른 죄수복을 입고 자리에 앉아 반갑다고 인사를 할 때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들어 왔다고는 하지만 배신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가야할 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기에 교도소를 방문할 날짜가 가까워오면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내는 며칠전부터 그들에게 가져갈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커피와 통닭이란다. 그래서 교화 행사를 갈때마다 꼭 챙겨가려고 노력을 한다. 더운 여름이라 시원한 커피면 더 좋겠다며 집에서 직접 끓였다가 식혀서 패트병에 담아서 냉동실에 얼려 놓고 있는 아내는 기분이 좋은가 보다. 마침 초복을 지낸 다음날이라 복날 음식을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 더 드는가 보다. 수박도 미리 사다가 사무실 냉장고와 집에 있는 냉장고에 넣고 시원하게 냉장을 시키다. 통닭집에 미리 주문도 해 놓는다. 평상시 같으면 넉넉하고도 남을 음식들이지만 이번 행사부터는 갈보리교회 예배당에서 하기에 장애인 재소자들이 90여명 참석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을까? 라는 한마디에 더 챙기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 좋다.
우리 일행은 예정된 시간에 예정된 시간표대로 행동을 한다. 언젠가 교도소에서 체육대회를 했는데 체육대회 프로그램 중 재소자가 가족을 업고 달리는 순서가 있었다. 평상시 체육대회처럼 누가 먼저 달리나 시합인데 이번에는 이상했다. 누가 더 늦게 달리는가 시합을 하는 것처럼 늦게 달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재소자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이리라. 우리들이 방문할 때도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간다. 그래서 항상 아쉽기만 하다. 절충안을 내어 놓았었는데 점심 시간때 미리 식사를 하고 희망자에 한해서 30분 먼저 집회를 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우리들도 12시 30분에 교도소 안으로 들어 가려고 서둘렀는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 재소자들이라 예배당까지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렸는가 보다.
담당 교도관인 박주임님이 나와서 마중을 해 주신다. 평소 하던대로 신분증과 핸드폰 등, 소지품을 맡기고 마련해간 물품은 보안검열을 위해 그자리에 두고 교도소로 들어 간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구불구불 작은 철문들을 지나 재소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사동을 통과한다. 마침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내어 놓은 배식기 등을 보면서 어떤 식사를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예배당에 ㄷ자로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재소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윤건주 목사님의 인도로 예배가 시작된다. 민국주 강도사님의 대표기도, 윤목사님의 설교와 기도, 모두가 은혜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의 시간이다. 음식을 접시에 담는 회원들, 그 사이의 공백을 내가 재소자들과 시간을 보낸다. 이런 저런 이야기와 찬양 등, 오고가는 눈빛이 정답다. 일본말이 우리 삶에 깊숙하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데 일본말 대신 우리말을 쓰자며 몇개의 일본말을 한국말로 표현해 보라니 참 잘 알고 있었다. 일본말이 거의다 폭력이나 거칠게 사용하는 말이라 그런가 보다. '가다'라는 일본 말에는 '어깨, 폭력배, 깡패'라는 뜻도 있지만 '틀, 거푸집'이라는 뜻도 있음을 설명하며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꼭 필요한 거푸집들이 되자며 대화를 풀어 간다.
음식을 다 준비했다는 연락이 온다. 각자 한접시씩 푸짐하게 안겨진다. 통닭, 수박, 과자, 냉커피, 음료수가 차려진다. 그런데 뭐가 빠졌다. 미룡님이 사온 빵이 보이지 않는다. 봉사자들에게 물어 보니 따로 챙겨 준다고 해 놓고 깜박 잊었단다. 서둘러 나눠 준다. 어느 재소자가 빵을 따로 챙기고 있다. 같은 방에서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동료들에게 주려는 그들만의 작은 배려이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윤건주 목사님이 앞에 나가 찬양하며 율동을 가르쳐주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여 따라하지 않던 재소자들도 신이 나서 찬양하며 율동을 따라 하고 있다. 기독교 집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종교를 떠나서 참석한 그들이 하나되는 순간이다. 참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모처럼 활짝 웃는 그들을 본다.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로 구성된 악단들의 연주는 서툴렀지만 최선을 다해주고 있었다. 감사했다.
교도관이 시간이 다 됐다며 끝내 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30분만 연장하자고 말은 해 보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윤건주 목사님께 신호를 보내 서둘러 마치게 한다. 잠시 마이크를 잡고 교도소 사역을 위해, 자오 장애인 공동체를 위해 많은 기도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해 본다. 연약한 자의 기도를 잘 들어 주시는 하나님을 설명해 드리며 함께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목사님의 기도로 모든 행사를 마친다. 그들에게 걸어가 한사람씩 모두 악수를 했다. 내가 목발을 짚고 걸어가는 모습을 처음 본사람, 조막손이 되어버린 내 오른손과 무심결에 악수를 했다가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분들, 내 손을 꼭 한번 잡아 보고 싶었다는 나이 잡수신 재소자... 모두가 소중한 영혼들이다.
들어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는데 98년에 처음 책임자였던 교도관을 만났다. 무궁화 1개를 달고 있었는데 직책은 모르겠다. 반가움에 악수를 나누며 9월에 있을 집회에 대하여 잠시 대화를 나눴다. 욕심이 있다면 8월에도 우리만이라도 집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여름 혹서기인 8월에는 외부 행사가 없다. 그들이 여름을 잘 보내기를 기도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교도소 사역만은 중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미룡님의 독백이 듣기 좋다. 하늘이 파랗다. 날씨 맑음~
2002. 7. 16
아내는 며칠전부터 그들에게 가져갈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커피와 통닭이란다. 그래서 교화 행사를 갈때마다 꼭 챙겨가려고 노력을 한다. 더운 여름이라 시원한 커피면 더 좋겠다며 집에서 직접 끓였다가 식혀서 패트병에 담아서 냉동실에 얼려 놓고 있는 아내는 기분이 좋은가 보다. 마침 초복을 지낸 다음날이라 복날 음식을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 더 드는가 보다. 수박도 미리 사다가 사무실 냉장고와 집에 있는 냉장고에 넣고 시원하게 냉장을 시키다. 통닭집에 미리 주문도 해 놓는다. 평상시 같으면 넉넉하고도 남을 음식들이지만 이번 행사부터는 갈보리교회 예배당에서 하기에 장애인 재소자들이 90여명 참석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을까? 라는 한마디에 더 챙기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 좋다.
우리 일행은 예정된 시간에 예정된 시간표대로 행동을 한다. 언젠가 교도소에서 체육대회를 했는데 체육대회 프로그램 중 재소자가 가족을 업고 달리는 순서가 있었다. 평상시 체육대회처럼 누가 먼저 달리나 시합인데 이번에는 이상했다. 누가 더 늦게 달리는가 시합을 하는 것처럼 늦게 달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재소자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이리라. 우리들이 방문할 때도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간다. 그래서 항상 아쉽기만 하다. 절충안을 내어 놓았었는데 점심 시간때 미리 식사를 하고 희망자에 한해서 30분 먼저 집회를 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우리들도 12시 30분에 교도소 안으로 들어 가려고 서둘렀는데 몸이 불편한 장애인 재소자들이라 예배당까지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렸는가 보다.
담당 교도관인 박주임님이 나와서 마중을 해 주신다. 평소 하던대로 신분증과 핸드폰 등, 소지품을 맡기고 마련해간 물품은 보안검열을 위해 그자리에 두고 교도소로 들어 간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구불구불 작은 철문들을 지나 재소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사동을 통과한다. 마침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내어 놓은 배식기 등을 보면서 어떤 식사를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예배당에 ㄷ자로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 재소자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윤건주 목사님의 인도로 예배가 시작된다. 민국주 강도사님의 대표기도, 윤목사님의 설교와 기도, 모두가 은혜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의 시간이다. 음식을 접시에 담는 회원들, 그 사이의 공백을 내가 재소자들과 시간을 보낸다. 이런 저런 이야기와 찬양 등, 오고가는 눈빛이 정답다. 일본말이 우리 삶에 깊숙하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데 일본말 대신 우리말을 쓰자며 몇개의 일본말을 한국말로 표현해 보라니 참 잘 알고 있었다. 일본말이 거의다 폭력이나 거칠게 사용하는 말이라 그런가 보다. '가다'라는 일본 말에는 '어깨, 폭력배, 깡패'라는 뜻도 있지만 '틀, 거푸집'이라는 뜻도 있음을 설명하며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 가는데 꼭 필요한 거푸집들이 되자며 대화를 풀어 간다.
음식을 다 준비했다는 연락이 온다. 각자 한접시씩 푸짐하게 안겨진다. 통닭, 수박, 과자, 냉커피, 음료수가 차려진다. 그런데 뭐가 빠졌다. 미룡님이 사온 빵이 보이지 않는다. 봉사자들에게 물어 보니 따로 챙겨 준다고 해 놓고 깜박 잊었단다. 서둘러 나눠 준다. 어느 재소자가 빵을 따로 챙기고 있다. 같은 방에서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동료들에게 주려는 그들만의 작은 배려이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 윤건주 목사님이 앞에 나가 찬양하며 율동을 가르쳐주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여 따라하지 않던 재소자들도 신이 나서 찬양하며 율동을 따라 하고 있다. 기독교 집회라는 것을 알면서도 종교를 떠나서 참석한 그들이 하나되는 순간이다. 참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모처럼 활짝 웃는 그들을 본다.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들로 구성된 악단들의 연주는 서툴렀지만 최선을 다해주고 있었다. 감사했다.
교도관이 시간이 다 됐다며 끝내 달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30분만 연장하자고 말은 해 보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윤건주 목사님께 신호를 보내 서둘러 마치게 한다. 잠시 마이크를 잡고 교도소 사역을 위해, 자오 장애인 공동체를 위해 많은 기도를 해 달라고 부탁을 해 본다. 연약한 자의 기도를 잘 들어 주시는 하나님을 설명해 드리며 함께 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목사님의 기도로 모든 행사를 마친다. 그들에게 걸어가 한사람씩 모두 악수를 했다. 내가 목발을 짚고 걸어가는 모습을 처음 본사람, 조막손이 되어버린 내 오른손과 무심결에 악수를 했다가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분들, 내 손을 꼭 한번 잡아 보고 싶었다는 나이 잡수신 재소자... 모두가 소중한 영혼들이다.
들어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는데 98년에 처음 책임자였던 교도관을 만났다. 무궁화 1개를 달고 있었는데 직책은 모르겠다. 반가움에 악수를 나누며 9월에 있을 집회에 대하여 잠시 대화를 나눴다. 욕심이 있다면 8월에도 우리만이라도 집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여름 혹서기인 8월에는 외부 행사가 없다. 그들이 여름을 잘 보내기를 기도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교도소 사역만은 중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미룡님의 독백이 듣기 좋다. 하늘이 파랗다. 날씨 맑음~
2002.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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