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춘천] 감자사랑

자오나눔 2007. 1. 17. 12:56
   냉면을 해 주겠노라고 지난 봉사때 약속을 했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무척 기다렸다고 한다. 우리들이 방문을 하자 환호성을 지르며 반가워 한다. 이렇게 우리를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감사의 조건이요, 행복의 조건이다.

   변함없이 집에서는 6시 30분에 출발을 한다. 사무실에 들려 냉면과 칼국수, 이틀밤을 수고하여 직접 만들어 얼려 놓은 콩국과 김치를 싣고 먼저 경남님을 태우러 간다. 그에게는 한달만에 방문하는 나눔의 동산이지만, 그 한달 동안에 생사를 오가는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 지난달 봉사 마치고 그 다음날 입원하여 뇌출혈 판정을 받고 6시간의 대수술을 했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같이 회복되어 함께 봉사를 가게 되니 얼마나 감사한지...
   경남님을 태우고 바로 미룡님 댁에 들려 함께 태우고 춘천을 향해 고속도로로 들어 선다. 부지런히 달리다 휴게소에서 잠시 일을 보고 바로 달린다. 경남님 간호 때문에 시골에서 올라 오신 어머님을 모시고 왔으면 좋은 구경을 시켜 드릴 수 있었을텐데 모시지 않고 왔다는 나의 핀잔을 듣고 있는 경남님은 연신 딴청이다.

   춘천 초입에 들어서자 지난 봉사 때 감자를 샀을 때 하셨던 말씀이 기억났다. "다음에는 팔 수는 없어도 우리가 먹기에는 좋은 감자를 챙겨 놓을테니 연락하세요"라고 하시며 전화 번호를 주셨던 어느 할머님을 생각했다. 전화를 드리니 반갑게 받는다. 기다렸다며 집으로 차를 가지고 오란다. 집 앞에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들어서니 방에서 나오시며 반기신다. 처마밑에 차곡차곡 쌓아 놓은 감자 상자, 그중에 5박스를 주신다. 크고 작은 감자 알맹이가 상자에 가득하다. 차에 싣는 것을 보시던 할머님, 잠시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마당에 널어 놓았던 완두콩을 한소쿠리 담아 오신다. 함께 가져가고 올 때는 감자 상자와 소쿠리를 주고 가라며 감자 상자 한개에 몇백원씩 사는 거란다. 아무 댓가 없이 조금이라도 챙겨 주시려는 할머님의 감자사랑에 우리 일행은 가슴이 뭉클. 할머님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출발을 한다.

   의암호를 끼고 돌아가는 도로를 달릴 때면 주변의 경치가 참 아름답다. 일부러 돈 주고 오는 관광을 봉사하며 할 수 있으니 역시 우리는 복있는 사람들이다. 나눔의 동산은 여전히 산 밑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도착하여 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는데 산에서 8명의 남자들이 내려 온다. 옷에는 긁힌 자국과 비에 젖은 흔적이 보인다. 손에는 낫을 한개씩 들고 있고 등에는 베낭을 한개씩 맸다. 30년 전에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이런 사람은 간첩이니 신고하라고 교육을 받았던 생각이 떠올라, 그들에게 질문을 했다. "산에서 뭐하시고 내려 오세요?" 조금도 당황한 내색도 없이 "우린 산림관리하는 사람들인데 일하고 내려 오는 중입니다." 나이는 거의가 60대에 가까운 분들이었다. 영세민 근로작업을 하고 내려 오시는 것 같다. 원장님과 그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한번이라도 본 분들이냐고 했더니 처음이란다. 아침에 이 길로 갔느냐고 물으니 아니란다. ... 에이~ 아니겠지. 회의 때문에 봉사에 참석하기 힘들 것 같다는 두남님께 잠시라도 들렸다 가라며 전화를 끊었다.

   부엌에서는 음식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봉사를 마치고 고향으로 휴양을 가는 경남님은 얼려진 패트병에서 콩국을 꺼내고 있고, 미룡님은 계란을 삶아 놓고, 눈물을 흘리며 양파와 오이를  부지런히 썰고 있다. 큰샘물은 솥에 물을 끓이고 칼국수를 삶으며 겉절이를 만들고 있다. 일손이 부족함을 알고 나눔의 가족들이 지원을 해 준다. 오늘 메뉴는 냉면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냉면 재료는 모두 준비해 왔으니 내일이라도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으니까, 오늘은 냉콩국수를 해 주겠단다. 어느새 겉절이가 만들어지고 칼국수도 삶아 졌는가 보다. 상을 펴는 분주한 손길들, 어느새 상이 차려 진다. 고소한 냉 콩국에 수북하게 담긴 칼국수위에 삶은 계란과 오이가 얹혀져 있다. 식사 기도를 해 준다. 맛있게 먹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비빔면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아내는 따로 몇그릇 비빔면으로 만들어 왔다. 비빔면도 먹고 냉콩국수도 먹는다. 맛있다고 무작정 먹었다가 배가 불러 고생한다. 두남님이 도착했다.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에는 소록도 봉사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소록도 봉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앞에서 이끌어 가는 내 자신이 그만큼 초조하다는 것이겠지... 봉사자가 문제가 아니라, 재정이 문제가 아니라, 내 믿음이 문제다. 주님께 모두 맡기고 일을 추진해야 하는데 내 열심이 더 앞서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맛있게 먹었다며 일부러 찾아 오셔서 손을 잡아주는 할머님의 모습이 보기 좋다. 언제나 감사함으로 섬기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해 본다. 먼 길... 다시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며 다음 달에는 피서객 행렬에 길이 많이 막힐텐데 걱정이라는 아내의 말을 듣는다. 방법이 있겠지... 오늘은 우리가 수고한 보람만 생각하자. 아직 오지도 않은 날을 걱정하다보면 오늘 누려야 할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법이니까...

   2002.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