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춘천] 솜사탕은 휴지??

자오나눔 2007. 1. 17. 13:07
    정신없이 바쁘다는 표현은 요즘을 말하는 것 같다. 오갈 곳 없는 장애인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주택인 자오쉼터 짓느라 현장으로, 은행으로, 지인들에게로... 부지런히 돌아 다니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바쁠 때는 시간도 잘 간다. 엇그제 봉사를 다녀온 것 같은데 벌써 춘천에 있는 나눔의 동산에 봉사를 갈 때가 됐다. 아내와 함께 이번에는 어떤 음식을 마련해 갈까... 어느 것을 준비해 가면 좋을까로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면서 건축 현장으로 차를 달리고 있는데, 풋내기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이번 나눔의 동산 봉사때는 성산교회에서 음식을 마련해 보겠다는...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동안에 예비되어 있는 하나님의 군사들을 만난다. 어리석고 부족한 나를 발견한다. 나눔의 동산 장애인들에게 솜사탕도 만들어 주기로 약속을 했기에 준비를 해야 한다. 마침 교회에 솜사탕 만드는 기계가 있어서 기계문제는 해결 됐지만, 솜사탕을 만드는 설탕이 일반 설탕이 아니란다. 그래서 솜사탕 기계를 만드는 공장에 솜사탕용 설탕을 특별 주문을 해 놓고 기다린다.

    설악산에 단풍이 절정이라는데 일부러 갈 수도 없고, 마침 춘천으로 봉사를 가니 오고 가면서 차창으로 단풍구경 실컷 하겠다는 설렘이 있다. 풋내기 목사님 팀과 우리는 따로 출발을 한다. 의정부에서는 부천보다 춘천이 가깝기에 여유가 있다. 부천에서 출발하는 우리는 아침 7시에 집을 나선다. 차를 달려 한참가고 있는데 휴대전화기에 신호가 온다. 받아 보니 장은숙님이다. 통장님하고 함께 봉사에 참석하려고 했는데 늦잠을 자서 이제 연락한다며 아직 떠나지 않았으면 태우고 가라는... 그런데 어쩔 수 없다. 11시까지 춘천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려면 차를 되돌려 태우고 갈 형편이 안된다. 중간에 미룡님만 태우고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짙게 깔린 안개는 차량의 속도를 늦추게 만들고 있다. 중간 중간 햇볕이 비출 때면 눈에 보이는 경치가 참 아름답다. 푸르던 잎이 울긋불긋 고운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해 주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사람을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절로 감사가 나온다. 나를 위해 저 단풍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안개와 단풍을 번갈아 보면서 춘천을 향해 달린다.

    의암호를 끼고 달리다 작은 파출소 앞에서 잠시 주차를 한다. 뒤가 급해 파출소 안으로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들어가니 하이고 장애인은 사용할 수 없는 변기다. 파출소 순경 아저씨께 좌변기 있는 곳을 물어 보니 면사무소에만 있단다. 하이고~ 차에 올라 부지런히 달린다. 춘천마라톤 준비를 하는지 봉사자들의 모습도 보인다. 의암호를 끼고 달리는 차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절경이다. 호수와 단풍이 어우러짐이 참 아름답다. 중간에 농협 하나로마트에 들려 필요한 물품을 사서 춘천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니 5분전에 성산교회 팀이 도착해 있다. 반갑게 맞이하는 목사님, 주방에는 집사님들이 음식 준비를 하고 있다. 섬기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이러한 모습을 바라고 계시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눔의 동산 가족들과 봉사자들 일부에게 예배를 드릴 준비를 하자고 한다. 예배 준비가 되는 동안 풋내기 목사님은 차에서 솜사탕 기계를 내려 설치해 놓고, 예배당으로 들어 가신다. 한센병자를 고쳐주신 주님의 사랑을 전하며, 종이를 가위로 잘라 시청각 설교를 하신다. 모두가 은혜다.

    예배를 마치고 식사를 한다. 상이 펴지고 음식이 놓인다. 커다란 접시위에 뷔폐음식 처럼 차려져 있다. 홍채영권사님(정승훈 목사님 어머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도토리묵으로부터 겉절이, 오징어 볶음과 몇가지 반찬이 더 놓여 있다. 얼큰한 동태국에 따끈한 밥이 감칠 맛이다. 사람은 배고플 때 음식을 먹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나 보다.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며 행복하게 먹고 있다. 모두가 넉넉한 가을의 마음을 닮았는가 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 솜사탕 잔치를 벌린다. 처음 솜사탕을 만들어 보는 풋내기 목사님과 미룡님, 두분이 콤비가 되어 부지런히 나무젓가락을 돌리고 설탕을 넣는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애인 친구들. 할머님들부터 먼저 가져다 드리는 섬김의 모습이 그들에게 있었다. 생전 처음 먹어 본다는 말이 여기 저기서 들린다. 조용하게 앉아 있는 어느 장애인에게 솜사탕을 가져다 주니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하얀 솜사탕을 휴지라고 생각했는지 솜사탕을 뜯어 입부터 얼굴 전체를 닦고 있다. 얼굴을 닦는 것이 아니라며 입에 넣어주니 거부를 한다. 어쩌나... 원장님이 오셔서 다시 먹여주니 그때부터는 솜사탕이 입속으로 들어 간다. 아이고 이제 하얀색 휴지를 보면 솜사탕인줄 알고 입으로 넣으면 어쩌나...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집에 돌아갈 시간이 다 됐다. 멋진 단풍이 눈앞에 있으니 그냥 지나갈 수가 있는가? 사진을 몇장찍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잠시 돌아가며 단풍구경을 하면서 가기로 한다. 돈주고 일부러 와야 할 단풍구경이지만, 우리는 좋은일 하면서 공짜로 구경하니 얼쑤 좋을시고. 차에 빈 그릇들을 싣고 사람들도 차에 오른다. 나눔의 동산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춘천 나눔의 동산을 떠나고 있다. 풍요로운 10월의 햇살이 알알이 우리들에게 쏟아지고 있다. 가을의 햇살을 피부로 받으면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단다. 이래저래 가을은 축복의 계절이다. 참 감사하다.

200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