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소록도와 아내---1

자오나눔 2007. 1. 17. 13:08
     억새꽃 바람에 날리는 가을속의 겨울을 만나는 하루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는 먼 길을 떠나는 우리들에게 두툼한 옷을 준비하게 한다. 누구든지 혼자서는 살아가기 어려운 게 세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혼자보다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더불어 살아가야 제 맛이 나는 사람들, 그들은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 내가 살아가는 원천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록도.
     이름만 들으면 먼 이국땅 같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말로는 들어 보았지만 소록도가 어떤 곳인지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람들은 소록도를 천형의 땅이라고 불렀다. 소록도에 살고 있는 분들, 한센병(문둥병)자들은 하늘의 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센병에 걸려서 코가 문드러지고,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발가락이 없어져도 감각을 모르고 살았던 환자 시절이 그분들에게 있었다. 아이들의 간을 빼먹는 사람들이라며 가까이 오면 그들에게 돌팔매질을 서슴없이 했던 세상, 그 돌팔매를 맞으면서도 하나님의 긍휼하심만을 바라며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들. 세상에는 나가보지도 못하고 소록도라는 섬에서 몇 십 년씩 살아가고 있는 분들도 있다. 저주의 땅이라던 소록도는 알고 보면 이 세상에 남아있는 작은 천국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설명을 해 줘도 모른다. 작은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소록도라고 한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에 아름답게 조성되어 있는 섬은 찾는 사람들에게 감탄사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소록도에 사시는 한센병자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노동력도 없어서 육지로 나가서 살지 못한다. 연고자도 없어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누가 찾아오면 무척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그분들이다. 그분들의 소득은 거의 없다. 정부에서 나오는 작은 보조금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기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겨울을 보낼 수 있는 난방비를 마련하여 방문한지도 벌써 7년이 지나고 있다. 해마다 자선음악회를 열어서 난방비를 마련했는데, 올해는 오갈 곳 없는 장애인들이 살아갈 집을 짓느라고 자선음악회를 열지 못했다. 대신 후원받은 아가씨와 아이들의 여름옷을 선교회 회원들이 교회와 길거리에서 팔아서 기금을 모았다. 부족한 기금은 아름다운 사랑을 모아서 모두 채웠다. 작년처럼 푸짐하게 물품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난방비와 식사 한 끼는 대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회원들과 함께 40일간의 릴레이 금식기도를 마치고 소록도를 향해 출발을 한다.

     해마다 난방비를 마련하여 방문할 때는 동행자가 작았다. 작년에는 아내와 아들만 데리고 갔었다. 올해는 미룡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가기로 했다. 소록도 앞 녹동이 친정이라 겸사겸사 방문단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날씨가 춥고 바람이 심하게 분다. 바다에는 태풍주의보가 내렸다고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차가 휘청거린다. 바람이 거세다. 밖의 날씨와는 상관없이 차 안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다. 울긋불긋 고운 옷을 입고 자랑을 하고 있는 덕유산과 지리산의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길가에 한들거리며 피어 있는 코스모스는 아직도 가을이라고 호소를 하고 있는 듯 하다. 하얗게 피어 온몸으로 세상을 유혹하는 억새꽃은 차를 세우고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는데 소록도가 눈앞에 보이는 녹동항에 도착하니 오후 3시 30분이다. 부지런히 달려왔는데도 8시간 이상이 걸렸다. 배고프다며 밥을 먹자는 아우성이 크다. 그러고 보니 아직 아침도 먹지 않고 강행군을 했나 보다. 선착장 앞에 있는 단골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주문한다. 하루 종일 처음 밥을 먹어 본다는 아내의 항의에 미안하다며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고 녹동 시장에서 장을 본 물품들을 차에 싣고 미룡님 일행은 친정집에 내려 드리고 내일 아침에 일찍 소록도로 들어오라고 해 놓고, 우리 가족만 소록도행 배를 탄다.  

     소록도에 도착하니 강대시 장로님이 부두에 마중을 나와 계신다. 장로님과 함께 가니 평상시 하던 검문과 입도 신고 등을 생략하고 통과한다. 우리의 목적지인 동생리에 있는 동성교회로 차를 달린다. 교회 마당에 차를 주차하고 강 장로님과 반가운 악수를 나눈다. 올 여름에 봉사 와서 작업했던 방풍벽에는 예쁜 색깔로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산뜻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교회로 차가 올라가는 소리에 박 장로님이 오셨다. 반가운 해후가 이루어진다. 교회로 올라오는 수도의 펌프가 고장 나서 우물에서 물을 길러 사용해야 한단다. 내일 오전에 고쳐 준다고는 하지만, 밤에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아내는 우물에서 물을 퍼다 부엌에서 배추를 씻고 다른 음식재료를 씻고 있다. 아들도 한 몫 거들겠다며 한바가지나 되는 마늘을 절구에 찍어서 양념 마늘로 다지고 있다. 아내와 아들이 일하는 것을 거들어 보려는 나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아들에게 통사정(?)을 해서 나도 마늘을 다지는 작업을 해 본다. 한바가지나 되는 마늘이 어느새 다져졌다. 아내는 내일 점심 때 식사를 해 드리기 위해 김치와 반찬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추운데도 성전에는 난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아마 난방비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99년에 불었던 태풍 올가와 같은 바람이 밖에는 불고 있다. 화장실에 가려고해도 중심을 잡기 힘들다. 어르신들이 새벽예배를 드리러 오시는 새벽에는 바람이 잔잔해지면 좋겠다.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