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노인의 날] 가을산은 없는 친정보다 낫다

자오나눔 2007. 1. 17. 13:56
       양로원에 봉사를 갔다가 할머님들과 식사를 나누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할아버님이 산에서 알밤을 주워 오시는 것을 보고, 곁에 있던 할머님이 "가을 산은 없는 친정보다 낫다."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풍요로운 가을을 예찬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가난한 시절에 시집살이하며 친정을 생각했던 그 날을 떠올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이제는 일가친척 아무도 없는 외로움을 그렇게 표현했는지도 모르지요.
      오전에 열린마음 목사님이 사모님과 함께 일찍 자오쉼터에 도착을 하셨습니다. 바로 차를 타고 양로원으로 함께 갑니다. 오늘은 노인의 날이라 자오쉼터에서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효도잔치를 합니다. 지역 어른신들께는 미리 연락을 해 놓았기에 점심때가 되면 오실 것입니다. 차편이 마땅치 않아 오고 싶어도 못 오시는 양로원 어르신들을 태우러 갑니다. 노인의 날 효도잔치가 시작되니 제일 먼저 양로원 어르신들이 생각났던 것은 어쩌면 그 할머님의 넋두리가 가슴에 남아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양로원 어르신들을 차에 태우고 돌아오니 에미님과 정옥님 등 봉사자들이 도착을 했습니다. 70평의 예배당 겸 교육실에는 20개의 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아내는 며칠 전부터 독산동 우시장, 평촌 농수산물 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사더니 어제 하루 종일 어머님과 미룡님과 함께 족발을 삶고 갈비를 삶고 각종 반찬 등을 만들더니 상마다 가득 차려 놓았습니다.

      어르신들이 도착을 하자 따끈한 갈비탕이 나오고 밥이 차려집니다. 성도교회에서도 목사님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오셨습니다. 일부는 주방으로 들어가 팔을 걷어 부치고 설거지를 하십니다. 목사님의 인도로 간단한 기도를 드리고 식사를 하십니다. 한 동네에 살면서도 우리 자오쉼터에 처음 와보신 어르신들은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는 쉼터를 보며 깜짝 놀라십니다. 이런 곳에서 사는 무의탁 노인과 장애인 고아들은 행복하겠다는 말도 빼 놓지 않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어르신들 70%는 농사를 짓는 분들입니다. 흙과 더불어 살아온 평생, 누구보다 농사는 자신 있는데 올 농사는 망쳤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약주도 한잔씩 하시라며 따라 드렸더니 참 좋아하십니다. 풍악은 없어도 이야기꽃이 피어나고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온통 꽃밭입니다. 봉사자들은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고 상을 치우고, 또 상을 차리고 있습니다. 평상시 어색했던 어르신들의 사이도 벽이 허물어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겠다며 밖으로 나와서 담소를 나누며 담배 한 대씩 피우고 계시는 어르신들. 목발 짚고 비틀거리며 나가서 배웅을 하고 마중을 하는 나에게 감사하다고 내 손을 꼭 잡아 주시는 어르신들께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는 말로 감사를 대신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젊은 아가씨들이 들어옵니다. 자세히 보니 이번 소록도 봉사 때 소록도에 미용봉사를 함께 갈 미용사 팀들이 오셨습니다. 늦었지만 팔을 걷어 부치고 봉사를 해 줍니다.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소록도를 방문하여 소록도 주민 850명께 이발을 해 드리고, 점심 식사를 대접해 드리기로 했는데 그분들이 미리 오셔서 함께 봉사를 해 주십니다. 참 감사합니다. 저분들도 어느새 봉사가 중독된 것 같습니다. 우리 자오가족들은 모두가 봉사에 중독된 사람들입니다. 항상 감사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제 한숨 돌리려고 할 때 또 한 무리의 어르신들이 쉼터로 오십니다. 30여명의 어르신들이 오십니다. 다시 분주해지는 봉사자들. 그들에게는 웃음꽃이 피어 있습니다. 감사의 사람들입니다. 어느새 오후도 저물어 갑니다.

      늦은 식사를 하고 있는 봉사자들, 그 와중에 아내와 미룡님은 어르신들께 무언가 싸서 포장을 해 드리고 있습니다. 기뻐하시는 어르신들, 한쪽에서는 은행나무에서 은행을 털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복입니다. 어르신들께 한줌씩 담아 드리기 위함이랍니다. 스스로 섬김을 할 줄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겠지요. 오늘 만났던 200여분의 어르신들을 내년 노인의 날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봉사를 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2003. 10. 2
      자오쉼터에서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