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햇살고운 소록도

자오나눔 2007. 1. 17. 13:57
       자선음악회를 마치면 다음날 바로 소록도 봉사를 떠나야 하기에 자선음악회와 소록도 봉사 준비를 함께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봉사자가 30여명 참석할 것 같았는데 점점 숫자가 줄더니 10명도 안됩니다. 일할 것은 많은데 걱정입니다. 정 안되면 일당백의 각오로 봉사하고 오자고 우리들끼리 각오를 합니다. 소록도에서도 뷔페식은 몸이 불편하여 나와서 잡수지 못할 분들이 500여분이나 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밖으로 나와서 식사를 하실 수 있는 분이 300여분밖에 안된다며 도시락으로 만들어 나눠주면 안 되겠느냐는 연락이 왔습니다. 갑자기 비상이 걸렸습니다. 음식 재료부터 도시락까지 새로 구입을 해야 합니다. 많은 손길이 가야한다는 도시락, 일단 900개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구입합니다. 아내는 건대 앞에서 박사족발을 운영하는 유미경 집사님께 부탁하여 불고기도 협찬을 받습니다. 운전할 사람이 부족하여 목양교회에 가서 이규환 목사님과 상의를 했더니 장영섭 부목사님을 지원해 주십니다. 트럭을 한대 빌려야 하는데…….하며 걱정했는데 김미경 집사님이 남편께 전화하더니 트럭까지 빌려 주십니다. 그래도 운전사가 부족합니다. 나눔의 노래 때 겨자씨 목사님은 함께 오신 갓이즈러브의 정동하 간사님께 권면을 하십니다. 몇 군데 전화를 하시더니 참석하겠다는 정동하 간사님, 일단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차량이 5대 이동합니다. 참가인원은 총 27명, 이번 소록도 봉사에 어떤 은혜를 주실까 기대하며 출발준비를 합니다.

      주일 밤 11시에 쉼터에서 소록도를 향하여 출발하고 월요일 아침 6시 30분에 소록도가 보이는 녹동항에 도착했더랍니다. 헤어드레서 원장님은 개인출발을 하여 소록도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밤길을 부지런히 달려 도착한 소록도. 말없이 반겨주는 소록도에는 공기부터 다릅니다. 도착하여 간단한 예배를 드렸습니다. 장영섭 목사님이 인도를 하셨고요. 첫날부터 은혜가 넘칩니다. 첫날은 미용봉사와 음식 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며칠 전에 광주에서 내려와 이발을 하고 갔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발 할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르신들이 찾아오십니다. 한센병자들을 처음 대하는 헤어드레서 원장님은 마음속에 두려움을 감추고 생글생글 웃으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며 이발을 해 주십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에 겨자씨 목사님은 차를 이용해 어르신들을 모셔옵니다. 열심히 머리를 깎고 계시는 순옥님, 곁에서 잠시 지켜보며 역시 프로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소록도 봉사가 그에게 커다란 사건이 되리라 생각을 해 봅니다. 다른 봉사자들은 다음날 효도잔치를 할 음식들을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약 900명분의 음식을 만드는데, 반찬 가짓수만 14가지였어요. 우리 큰샘물(제 아내 오세연 집사)은 통도 크지요? ^_^* 이동이 불편한 어른신들을 위해 반찬 도시락을 665개를 만들었어요. 도시락 만드는 것 그거 장난이 아니데요? 반찬 14가지를 차곡차곡 넣고 랩으로 포장까지 하는 작업은 밤 11시까지 진행되었어요. 봉사자들 지치지 않도록 하려고 하모니카로 찬양을 불러주며, 저의 간증을 4시간이나 했답니다. 눈은 게으르고 손발은 부지런하다는 말이 맞는가 봐요. 어느새 그 많은 음식이 도시락으로 변해 있었어요. 참 감사하지요?

      14일 새벽예배는 4시부터 드렸는데 3시부터 예배당에 모여서 찬양을 합니다. 그런데 소록도 어르신들은 새벽1시부터 나오셔서 기도하고 계셨어요. 새벽예배 때 난방비도 전해 드렸어요. 자선음악회를 통한 사랑이었어요. 얼마나 감사하던 지요. 소록도에는 새벽예배 때도 성가대가 하나님께 찬양을 드려요. 모두 환갑이 넘으신 분들인데 얼마나 목소리가 고운지요. 듣는 이들에게 모두 눈물을 흘리게 한답니다.

      아침 일찍부터 갈비탕을 끓이고, 잡채를 만들고 밥을 합니다. 화성에서 가져간 50인용 밥솥 3개와 진주에서 가져간 50인용 밥솥 1개, 소록도에 있는 가마솥 3개엔 밥이 맛있게 되고 있었고요. 커다란 들통마다 구수한 갈비탕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25명의 봉사자들이 과일을 깎고 샐러드를 만들고, 김치를 썰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합니다. 넓은 장소가 있는 마을로 이동을 합니다. 자리가 펼쳐지고 상이 놓이고, 무대에는 장춘화 집사님이 공연을 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300명도 나오기 힘들 거라고 하던데 400여명의 어르신들이 나오신 것 같아요. 몸이 불편해 나오기 힘들다는 어르신들까지 나오셨어요. 잔치 집엔 역시 손님이 많아야 흥이 나나 봅니다. 소록도 지킴이 이남철 장로님은 다리를 다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이것저것 챙겨 주십니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 주신 이남철 장로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를 비웃듯이 햇살이 곱게 내려옵니다. 즐거워하시는 어르신들, 더 열심히 섬기는 봉사자들, 모두가 하나 되는 아름다운 순간들이었어요. 흥겨운 노래와 춤이 있는 무대, 함께 춤을 추시는 어르신들. 눈이 어디에 있고, 코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지만 기뻐하는 모습은 참 아름다웠어요. 도시락은 자치회로 전해 주면서 참석하지 못한 분들께 전해 드리게 했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버선도 여성분들께 골고루 나눠드리도록 했습니다.

      장춘화 집사님의 공연은 압권이었습니다. 예수를 알기 전에 트로트 메들리 가수로 활동하면서 24번의 카세트테이프를 내었고, 그러다 예수를 만나 새롭게 변해 찬양음반을 녹음하다가 소록도 봉사단에 합류를 했는데, 지난 시절을 기억하며 자연스럽게 민요와 뽕짝이 흘러나오고, 간증과 함께 마무리 되는 찬양은 어떤 집회보다 더 은혜였더랍니다. 무대 뒤에서는 헤어드레서 김순옥 원장님이 부지런히 이발을 하고 있습니다. 몇 명 없을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이발을 하기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신 가위춤을 추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입가엔 미소가 가득합니다. 종교가 다른 벽을 허물고 함께 봉사에 참여한 멋진 분입니다. 섬기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장춘화 집사님과 어느새 언니 동생 하며 인연을 맺은 것 같습니다. 그 인연이 아름답게 이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자오에도 소중한 일군이지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숨은 일군입니다. 미용실을 쉬는 날에는 어김없이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가 이발을 해주는 분입니다. 이번 주엔 함께 양로원에 가기로 했답니다.

      어르신들이 서서히 돌아가고 봉사자들은 자리를 치우기에 분주합니다. 수많은 그릇들을 설거지하고, 상을 치우고, 자리를 걷어 내고, 빗자루로 깨끗이 청소까지 하고 있는 봉사자들. 군포 호스피스에서 참석하신 찬미님 일행도 열심입니다. 운석님은 이번 소록도 봉사가 충격이었나 봅니다. 마음속에 많은 사건이 생겼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답니다. 행사장에 청소가 끝나자 숙소에 가서 정리하고 짐을 싣고 다시 내려오라고 했습니다. 아직도 이발을 해야 할 분들이 많았거든요. 무대위에 앉아서 소록도 주민들과 담소를 나누며 이발하는 순옥님 동무를 해 줍니다. 이남철 장로님과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8년 동안 소록도에 봉사를 다녔지만 미처 몰랐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지요. 이발이 끝나갈 무렵 일행들이 짐을 챙겨서 내려옵니다. 마지막 청소를 하고 짐을 싣고, 소록도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린 후 각자 차에 나눠 타고 출발을 합니다. 아내는 진주를 거쳐서 겨자씨 목사님을 내려드리고, 기차로 오라올 분들을 내려 드리고 올라오기로 합니다. 나는 트럭과 15인승 승합차를 인솔하여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옵니다. 승합차 안에서는 부흥회가 시작됩니다. 장춘화 집사님의 파란 만장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배꼽 잡는 웃음이 터지고, 가끔은 눈물도 닦아야 했고,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기쁨의 아멘이 나옵니다. 아직 출시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 소록도 공연을 위해 녹음을 해 놓았던 찬양 테이프를 틀어 줍니다. 세상엔 처음 공개하는 찬양 테이프랍니다. 집사님의 스타일대로 찬양도 뽕짝 메들리처럼 불렀는데, 찬양이 힘 있고 어깨춤이 절로 납니다. 찬양 테이프가 출시되면 구입하여 지인들에게도 선물해야겠습니다. 어떤 위치에 있던지 주님께 영광 돌리는 그 믿음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내려갈 때 7시간 30분의 시간은 참 지루했는데 올라 올 때 시간은 2시간 정도 지난 것 같았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3박3일의 소록도 봉사. 짧은 시간들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준 봉사자들이 참 멋졌습니다. 이렇게 큰일을 할 수 있도록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자선음악회와 소록도 봉사에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동참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2003.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