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그래도 나는 안다

자오나눔 2007. 1. 17. 13:58
      교도소 체육대회 관계로 이번 달 교화행사는 일주일 연기된다는 연락을 교도관을 통하여 연락을 받았다. 마침 자선음악회와 소록도 봉사 준비로 정신없이 바쁠 때였는데 일주일 연기되었다니 참 감사했다. 자선음악회를 잘 마치고 소록도 봉사까지 은혜롭게 마치고 올라와 이틀동안 준비를 하여 안양교도소를 향해 출발을 한다. 지난달에 재소자들이 예상보다 더 많이 참여하여 준비해간 음식이 부족하였다. 그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아내는 떡이랑, 과자랑, 커피까지 넉넉하게 준비를 한다. 옹달샘님이 음료를 넉넉하게 준비를 하셨단다. 의정부 성산교회를 담임하시는 정승훈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이번엔 변상용 집사님과 함께 참석할 수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목사님께 기타를 가지고 오시라고 했다. 감사하다. 이번엔 목사님들이 두분이나 참석을 하신다. 조금 더 다양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호원에서 출발하는 최혜순 집사님도 약속시간까지 도착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안양교도소 정문 주차장에서 만나 각자 차를 나눠 탄 우리들은 경비병들의 검문을 받고 교도소 안으로 이동한다. 15척 담이 앞을 막고 있다. 숨이 막힌다는 표현을 빌리고 싶다. 이래서 교도소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보다. 일행이 차에서 짐을 내리는 동안 나는 안내소로 들어가 간단한 절차를 밟는다. '교정위원'이라는 명찰에는 사진과 함께 내 이름이 적혀 있다. 교도관들도 이상한가 보다. 목사님들이랑 항상 함께 오는데 인솔자는 항상 나였기 때문이리라. 장애인 재소자들을 교화하는 특수 분야이고, 자오나눔선교회의 리더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되는가 보다. 오늘은 종교별 교화 행사가 많은가 보다. 우리 장애인 재소자 교화 행사가 1번, 불교가 2번, 천주교 1번, 여호와의 증인이 1번 등 총 5번의 행사가 오후에 잡혀 있어서 보안 검색이 철저하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예배당으로 안내를 받는다. 예배당에는 벌써 장애인 재소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애인 재소자들이지만 거의가 조직폭력배 생활을 하다가 부러지고, 잘려나가고 하여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노점상 등을 하다가 단속반들과 시비가 붙어서 재소자가 된 사람들도 있지만, 거의가 화려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98년부터 매월 한번씩 찾아가 나눔의 시간을 갖으며 그들이 닫혔던 마음을 스스로 열고 함께 어울릴 수 있음은 커다란 결실이라 할 수 있다. 눈에는 살기로 가득 차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부드러운 말보다 욕설이 앞서던 그들이 변하기 시작함이 얼마나 감사한지... 보통 전과 3범 이상이라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당당하게 다가설 수 있는 담대함을 허락해 주신 주님이 감사하고, 그들의 마음을 열어주신 주님이 감사하다.

      열린마음 목사님께 기도를, 설교는 풋내기 목사님께, 찬양은 두분이서 함께 이끌어 가도록 부탁을 드렸다. 살기가 흐르던 눈빛이 부드럽게 변하고, 욕설이 마구 튀어나오던 입술이 변하여 아름다운 찬양이 흘러나올 때, 그 찬양을 들으며 가슴이 벅차지 않을 사람은 그 자리에 없는 것 같았다. 옹달샘님은 재소자들이 부르는 찬양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신다. 여자 분들은 준비해간 음식을 부지런히 접시에 담는다. 골고루 그들에게 나눠주며 함께 찬양을 부르는 모습이 아름답다. 나는 직설적인 스타일이다. 특히 재소자들에게는 말을 돌려서 하지 않는다. 가장 단순하게 다가서는 것, 그것도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방법이다. 어느 재소자가 성경을 펜으로 써서 보내준 것을 합본을 하여 책으로 만들어 가서 보여 주었다. 두툼한 사전 두께의 합본 6권, 신구약 성경 전체를 펜으로 써서 보내준 것을 합본으로 만들었더니 그렇게 되었다. 감탄과 부러움을 자아내는 재소자들. 그들에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도록 한다. 팔이 하나가 없는 재소자는 벌써 출애굽기를 쓰고 있단다. 성경을 쓰면서 그들의 마음에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리라 믿는다.

      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잔소리로 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들이 통닭을 먹고 싶어 하지만 교도소 규정상 반입이 안 된다. 장애인 재소자들에게만 통닭을 반입시키고 다른 재소자들에게는 반입을 금지시키면 내부 소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도하며 때를 기다리자고 했다. 특별한 날이 오면 특별 행사를 빌미로 통닭을 먹을 수 있도록 해 보자고 했다. 난감해 하는 교도관의 얼굴이 보인다. 교도관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재소자들에게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자고 했다. 노력해 보자는 대답을 받아냈다. 어째든 교도소 방침을 따라야 한다. 그래야 재소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변상용 집사님께 한마디하시라 했더니 짧은 간증을 하신다. IMF 이후 9번이나 직장을 옮기며 지내오면서도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해 주신다. 재소자들에게 사회의 어려운 이야기도 해 주었다. 모범수로 일찍 출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도소 안에서 도둑질과 사기치는 기술 빼고 다 배워 보라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해 준다. 힘들고 어려울 때 사람이 힘이 되어 줄 것 같지만 결국은 상처로 남는다는 것, 그래서 힘들고 어려울수록 하나님께 매달리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공대를 형성해 주는 그들이 고맙다.

      어느새 다과도 끝나가고 정해진 시간도 다 되었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하는 시간을 주기 위해 끝내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몇 가지 순서를 추가한다. 그래도 시간은 멈추질 않는 법, 일어서야 한다. 정승훈(풋내기) 목사님께 마무리 기도를 부탁하고, 기도가 끝나자 그들에게 가서 한사람씩 악수를 청했다. 볼품 없는 조막손을 불쑥 내밀며 악수를 청하니 그들이 당황한다. 그래도 나는 알고 있다. 다음 행사 때는 그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할 것이라는 것을....
함께 해준 윤건주(열린마음) 목사님, 정승훈(풋내기) 목사님, 변상용(문희준) 집사님, 박정희(옹달샘) 집사님, 최혜순(여우천사) 집사님, 오세연(큰샘물) 집사님,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03. 10. 17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