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안양] 나도 행복한 사람.

자오나눔 2007. 1. 17. 14:34
늦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내의가 한 벌이라는 말이 있는데,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 말이 실감난다. 바람까지 거세게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라는 뉴스 끝에, 내일은 더 추울 것이라는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귓전으로 흘리며 차에 오른다. 한 달 동안 기다리고 있을 그들을 만나러 가기 위함이다.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 그들을 처음 찾아 갔을 때가 98년이다. 매월 한번씩 찾아가는 그들에게 우리들이 어떤 존재로 남아 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어렴풋이 느끼는 것은 그들은 우리를 통해 사람 사는 맛을 체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변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속고 속이며 악다구니하며 살아왔었고, 그 결과는 푸른 죄수복이라는 입기 싫은 옷을 입고 살고 있는 처지가 되어 있었기에 어쩌면 사람의 정이 더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7년의 세월동안 변함없이 찾아오는 담 밖의 사람들에게서 가족이라는 정을 받았다는 고백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교도소에 무슨 장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나는 “장애인도 사람이잖아요?”라고 대답을 해 준다. 손가락 한개만 없어도 장애인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들 중에는 폭력범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먹고 살기위해 노점에서 장사를 하다가 단속에 몇 번 걸리게 되고, 속상하여 단속반과 악다구니를 하다보면 재소자의 신분이 되어 있기도 하다. 물론 그 중에는 중범을 저지르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오늘도 그들을 만나고 왔다. 정확하게 63명의 장애인 재소자들과 참으로 소중한 시간을 나누고 왔다. 13명의 방문자들과 교도관들까지 합하니 78명의 인원이다. 적지 않는 인원들이 교육관과 복도에서 각자의 자리를 잡고 교화행사에 들어간다. 재소자들을 향하여 잠시라도 한눈을 팔지 않고 있는 교도관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분들도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교도관들의 인권도 소중함을 느낀다. 옛말에 ‘말을 타면 종을 부리고 싶다.’는 말이 있다. 이것저것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재소자들에게 교도소에서 정해준 원칙을 따라야 함을 상기시켜준다.

이번 교화행사 때는 파주 통일동산교회가 한 몫을 단단히 한다. 황상도 목사님의 설교, 사모님의 기도, 성도들의 특별찬양까지 감사의 순간들이다. 황 목사님이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시는데 참으로 귀한 시간이다. 구원을 받았기에 행복한 사람들이다. 백승주 집사님의 찬양 인도, 윤건주 목사님의 축도, 복음가수 전민수 집사님의 특별찬양, 안미용 간사의 워십, 교도관의 찬양, 재소자들의 짧은 간증과 찬양들이 어울러졌던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갔음을 아쉬워한다. 조금이라도 더 귀하게 사용할 수도 있었는데…….
피자를 먹고 싶다는 재소자들의 부탁에 그렇게 하기로 했었는데 결국 피자는 반입이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대신 피자 빵으로 준비를 하고, 사과, 배, 감, 삶은 밤, 빵, 과자, 음료 등이 준비가 되었다. 각자에게 나눠진 접시에는 푸짐한 사랑이 가득 들어 있었다. 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음식을 준비해준 아내에게 감사를 드린다. 다음달에는 뮤지컬 등 특별공연을 보여 드리고, 참석한 재소자 120여명에게는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마련해 보겠다는 약속을 해드린다. 준비해간 프린트 물을 나눠주고 인쇄된 그림을 보고 나서 눈을 감고 보이는 것이 있느냐고 했더니, 많은 재소자들이 예수님이 보인다고 한다. 정확하게 설명을 한 재소자에게 영치금을 부상으로 지급을 했다. 눈을 감으면 보였던 예수님과 항상 함께 지내시라는 메시지를 남기며 행사의 순서를 마감한다.

삼국지에 보면 여러 모양의 지도자가 나온다. 용장, 맹장, 지장, 덕장이 나오는데 그중에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덕장이라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수많은 방법으로 대인관계를 맺고 있지만 ‘사랑’만큼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사랑’으로 통한다는 것이 기본상식이 되어야 하고, 이제는 기본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일은 영하로 떨어진다는데……, 안 그래도 추운 교도소인데……. 마음만이라도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기도드린다. 아울러 정부의 교정 정책도 날로 좋아지기를 바란다.

2004. 11. 12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