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소록도]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 없는 자...

자오나눔 2007. 1. 17. 14:35
1. 울산에서 달려온 동역자.

밤길을 달려 도착하면 항상 잠을 자지 못하기에 모두들 녹초가 되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짐을 실은 용달은 미리 출발을 하고 우리는 대예배를 마치고 출발을 한다. 막히는 도로는 숨을 막히게 한다. 마지막 배로 소록도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용달의 위치를 알아보니 벌교에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 배 시간을 알려주며 부지런히 달려가라고 했다. 소록도 강대시 장로님과 통화하여 안내를 부탁했다. 용달이 소록도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으며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소록도가 보이는 녹동 항에 도착하니 밤 10시를 넘기고 있다. 숙소를 잡고 휴식을 취한다.

아침 7시에 첫배가 소록도에 들어가는데 강나루 목사님과 미룡간사가 연락이 안 된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연락이 왔다. 배에 차를 실었단다. 우리도 서둘러 선착장으로 이동을 한다. 첫배가 소록도에 들어갔다가 나온다. 이남철 장로님과 천우일 전도사님을 부두에서 만났다. 신성교회에 손님들이 오셔서 마중을 나오고 있단다. 일그러진 손이지만 반가운 악수를 나눈다. 소록도 동성교회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하여 하룻밤을 푹 쉰 김승한 집사님 일행이 방에서 나온다. 강나루 목사님도 먼저 도착을 하셨다. 잠시 후 아침을 먹자는 연락이 왔다. 큰샘물님이 벌써 아침을 준비 해 놨다. 감사기도 후 맛있게 아침 식사를 마친다. 식사를 마치고 강나루 목사님이 공사비에 보태라며 봉투를 건네주신다. 공사비가 많이 초과되어 걱정했는데 어느새 근심을 감사로 바꾸시는 하나님이시다. 감사하다.

성전에 들어가 이것저것 공사에 대한 견적을 낸다. 서툴게 괜히 참견했다가 구경만 하시라는 핀잔을 듣고 뒤로 물러난다. 강나루 목사님, 맥가이버한님, 대한민국님, 백순정님, 4명의 남자들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아내는 녹동에 장을 보러 나갔다. 미룡간사와도 합류하여 장을 보고 들어 올 것이다. 정자아줌마랑 혜진 자매는 그래도 몇 번 소록도에 와 봤다며 적응을 잘해주고 있다.
목사님은 각목을 치수에 맞게 절단하고, 대한민국님은 천장에 올라가 전기배선을 새로 하고 있다. 캄캄한 공간에 작은 불 한개 켜 놓고 열심히 잘 해주고 있다. 맥가이버님이 타카총을 들고 사다리를 오른다. 정확하게 절단된 각목이 벽에 고정된다. 장로님과 집사님들이 올라 오셨다. 혜진 자매랑 성전 안에 있는 긴 의자들을 밖으로 들어낸다. 이용하 집사님이 대한민국님을 도와 전기 배선 일을 열심히 해주고 계신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참 고맙고 감사하다. 주방에서는 이제 점심 준비를 해야 한다며 분주하다. 공사 재료를 빼먹고 온 것이 있다며 녹동에 나갔다 오라고 한다. 강대시 장로님과 미룡간사 몫이다.
천장에 올라간 대한민국님이 작업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석고보드를 재단하여 공간을 막아주는 작업을 하고 있는 강나루 목사님, 이 집사님이 맥가이버님의 조수가 되어 열심히 도와주고 계신다. 혜진 자매도 빗자루를 들고 교회 마당을 쓸고 있다. 울산에서 무화과님이 오셨다. 소록도에 관한 일이라면 남다르게 애를 쓰시는 분이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에 현장에 들어가 열심히 일을 해 주신다. 페인트 작업을 하기 위해 비닐을 잘라서 유리창에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필요한 부분들을 모두 채워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재단을 잘못하여 크기가 작다. 다행이 모두 재단한 것이 아니기에 새로 하면 된다. 여름 봉사 때 사용하고 남은 석고보드가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2. 별미 중의 별미

식사하라는 연락을 받고 식당으로 모두 모여서 점심을 먹는다. 아내의 만든 오늘의 일품요리는 가자미 매운탕이다. 식사를 하러 오신 대한민국님이 하시는 말씀, “서서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네요.” 천장에 올라가 허리를 구부리고 전기배선을 하다 내려왔기 때문에 더 감사가 나오는가 보다. 맛있게 먹고 커피 한잔 나눈 후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무화과님은 성격이 꼼꼼한가 보다. 누가 보더라도 뒷말이 없도록 확실하게 해 준다. 예수님의 전직이 목수였다. 강나루 목사님, 시골 돼지막 짓는 솜씨라고 겸손해 하시지만 전문가의 솜씨이다. 천장 보수 작업을 훌륭하게 끝내 주신다. 순정 형제가 조수 역할을 제대로 안해 주니 목사님이 힘들어하신다. 소록도에 와서 12년의 노숙자 묵은 때를 벗어 버리고 성령 충만한 모습으로 변하리라 믿는다. 김승한 집사님은 맥가이버한이라는 닉네임에 어울리게 못하시는 것이 없다. 공사의 총지휘를 맡아서 잘 해주고 계신다. 여자들은 성탄트리 작업을 한다며 열심이다. 내일쯤 점등식을 할 수 있겠지? 기대를 해 본다. 소록도 목사님이 오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신다. 우리들에게 축복 기도를 해 주신다.

강대시 장로님과 이용하 집사님께 부탁하여 소록도 일주를 하면서 촬영을 했다. 소록도 동성교회 홈페이지를 새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기 위함이다. 잘 만들어서 많은 분들이 소록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야겠다. 장로님과 신앙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참 귀한 시간들이다. 녹동에 합판을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을 안했다기에 다시 전화를 했더니 금방 배로 보내겠다고 한다. 현장에 연락하여 차를 선착장으로 나가게 했다. 사진을 찍는데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동성교회로 돌아왔다. 천장 작업은 끝나고 페인트 작업을 하기위해 비닐을 깔아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성물들을 덮고, 밖으로 옮길 것도 옮긴다. 어제 밤에 일부는 옮겼는데 막상 페인트 작업을 하려니 더 옮겨야 하는가 보다.

저녁식사 시간에는 석화구이를 해 먹기로 했었다. 페인트 작업을 하다보면 엉망이 되니까 미리 저녁을 먹고 하자고 한다. 오늘 밤엔 밤샘 작업을 해야 하려나 보다. 작은 인원이지만 일당백의 군사들이다. 불을 피우는데 잘 안 붙어서 눈물이다. 연기가 많이 나온다. 그래도 마음은 신난다. 맥가이버님이 파리약을 가져와 뿌리며 숯에 불을 붙여 준다. 역시 맥가이버님이다. 무화과님이 석화를 잘 발라준다. 부엌칼을 가지고 구워진 석화가 입을 벌리면 양쪽으로 갈라서 알맹이를 빼준다. 밥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소록도 봉사를 가서 저녁시간에 구워먹는 석화는 별미중의 별미다. 소록도 장로님과 권사님, 박집사님, 이 집사님도 함께 앉아서 저녁을 먹는다.



3. 새벽 5시까지

식사를 마치고 바로 페인트 작업에 들어간다. 압축기를 이용해 페인트 작업을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롤러 붓을 가지고 작업에 들어가는 봉사자들. 세 사람은 롤러로 칠하고, 한 사람은 기계를 이용해 마감을 해 온다. 일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나는 장로님 댁에 컴퓨터 수리를 해 드리러 간다. 시간이 늦어 내일 하기로 하고 교회로 돌아온다. 초벌을 칠하고 저녁참을 먹는다. 시간은 벌써 밤 10시가 다 되어 간다. 새참을 먹고 다시 두 번째 페인트 작업을 한다. 강나루 목사님은 다친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정말 열심히 일을 해 주신다. 천장의 낡은 합판 교체작업을 하고 계신다.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는 네 명의 봉사자들도 최선을 다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어느새 밤 11시가 넘어 간다. 아무래도 자정을 넘겨서 천장 페인트 작업을 마칠 것 같다. 내일은 벽에 페인트 작업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는 작업이다. 아내와 미룡간사도 부엌에서 음식 준비에 분주하더니 이제 설거지를 하고 있다. 모두들 피곤하고 지칠 텐데 열심히 해 주고 있으니 감사하다. 밤을 새워서라도 천장 페인트 작업을 마치겠다며 열심이다. 강나루 목사님의 다리가 많이 부었다. 목사님을 모시고 숙소로 안내해 드리며 우선 휴식을 취하게 한다. “동포들이 수고하고 있는데 어찌 혼자 들어가 쉴 수 있느냐”며 미안해하신다. 강행군이지만 감사함으로 기쁨으로 하는 봉사자들을 보며 하나님의 영이 함께 하시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작업복과 얼굴에는 하얀 페인트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벌써 새벽 1시를 넘겼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고 했는데 꼼꼼하게 마무리를 하려니 더 시간이 걸린다. 정말 새벽 3시까지 작업을 하려나 보다. 출출하다는 소식을 듣고 라면을 끓여서 새참으로 내어 놓겠다며 주방으로 나가는 미룡간사. 맥가이버한님이 동무를 해 주고 있다. 밤을 낮 삼아 수고하는 이들의 섬김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축복하시리라 믿는다. 잠시 쉬었다가 하자는 소리에 주방으로 모두 모인다. 열심히 일했으니 출출한 것은 당연한 것, “아직 안주무십니까.”라며 인사에는 안자고 새참을 준비해 주는 손길에 반가움이 표하고 있다. 라면으로 새참을 먹으며 즐거운 담소를 나눈다. “이렇게 웃으며 서로 뜻이 맞아서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해도 잘 해낼 것 같다.”며 서로가 서로를 칭찬해 주고 있다. 작업할 인원이 부족해 걱정 많이 했는데 울산에서 예고도 없이 달려와 준 무화과님이 참 감사하다. 페인트 마감을 하는 동안 낮에 벽을 칠할 예비 작업을 하자고 한다. 내일은 늦잠을 자게 해 달라는 건의가 들어온다. 아니 지금이 새벽이니까 오늘이다. 아침 5시까지는 해야 될 것 같다고 한다. 자기 일이라고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열심을 내지 않을 텐데 참 감사하다. 다시 작업을 하러 장갑을 챙기며 나가는 멋있는 사나이들.
새벽예배를 드리러 오는 소록도 성도들이 밤새도록 일하고 있는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며 놀라고 있다. 온몸에 하얀색 페인트로 범벅이 된 봉사자들은 계속 일을 하고 있다. 새벽예배에 참석하는 봉사자도 있고, 교육관에 페인트로 망칠까봐 계속 일하는 봉사자들도 있다. 새벽 5시까지 일을 하다가 숙소로 들어가 그대로 누워 잠을 청하는 봉사자들이다. 참으로 고생이 많다. 봉사자는 많지 않지만 각자의 달란트를 가진 분들이라 일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4. 점등식

아침 햇살이 참 곱다. 교회 마당에 나가보니 맥가이버한님이 나와 계신다. 잠을 1시간만 자고 나왔단다. 함께 장로님 댁을 방문했다. 커피 한잔 마시고 나는 컴퓨터 수리를 하고 맥가이버한님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장로님과 나누고 있다. 아침 9시가 되니 자는 봉사자들을 깨우러 간다고 한다. 한참 컴퓨터를 수리하고 있는데 대구 부광교회에서 120여명의 성도님들이 동성교회를 방문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교회 성전에서는 벽에 수성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초벌을 칠하고 두 번, 세 번째 칠하는 봉사자들. 당신들의 그 섬김이 천국에서 해같이 빛나리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점심은 콩나물라면에 밥을 말아 먹는다. 저녁에는 강나루 목사님이 회를 사 주시겠다고 한다. 대구 방문객들도 돌아가고 다시 열심히 일을 하는 봉사자들. 벽에 몰딩과 루바 작업을 시작하는데 작업 여건이 별로 안 좋다. 그래도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 장로님 댁에 가서 컴퓨터를 수리한다. 한국통신에서도 나오고 바쁘다. 이제 인터넷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을 먹으라는 전화가 왔다. 마무리를 하고 간다고 했더니 이용하 집사님을 보냈다. 혼자 목발 짚고 걸어오려면 밤길이라 위험하다며 차를 보냈다. 아내와 미룡간사가 녹동 항에 나가서 회를 떠 왔는지 상에 잘 차려져 있다. 목사님이 한턱 쏘셨다. 맥가이버한님이 체해서 고생한다기에 엄지와 검지사이를 지압해 준다. 금방 내려가는가 보다.

“다시 일하러 갑시다.”라는 소리에 다시 성전으로 들어가 각자의 자리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목사님은 마루 바닥에서 벽으로 루바 작업을 하고, 대한민국님은 강대상 위 천장에 페인트 작업을 하고, 맥가이버한님은 뒤쪽 천장에 몰딩 작업을 하고 있다. 무화과님과 순정 형제는 열심히 조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소록도 이용하 집사님도 조막손으로 자재들을 날라주고 있다. 오늘 밤은 10시 정도에 끝내자고 해야겠다. 어차피 내일도 해야 거의 끝날 일이다. 목사님은 내일 오후에 소록도에서 철수를 해야 하신다. 우리도 내일 철수 하려고 했는데 일이 안 끝나기에 하루 더 남아 있기로 했다.

갑자기 일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천장과 벽 사이에 테두리가 둘려지니 멋지다. 벽 하단부에는 빙 둘러서 체리색 판자가 붙여진다. 유쾌한 웃음소리가 작업 분위기를 살려준다. 천장에는 새로운 전등이 달려지고 있다. 24개의 전등이 달려지고 점등이 되었을 때 얼마나 보기 좋을까? 벌써 잠자리에 들었어야 할 이용하 집사님이 맥가이버한님의 조수역할을 감당한다. 그러고 보니 강나루 목사님과 순정형제, 대한민국님과 무화과님, 맥가이버한님과 이용하집사님이 한 조가 되었다. 각 조별로 작업 파트가 나눠졌다. 먼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도 되느냐는 농담이 듣기 싫지 않음은 어인일일까. 커피와 녹차가 배달되고 격려의 말이 나오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강대상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는 현수막을 설치할 공간을 마련했다. 커다란 액자가 걸려 있는 것 같다. 그곳에 성화와 성구를 그려 넣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필엘 전등 24개가 동시에 켜지니 예배당이 대낮처럼 밝아진다.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발한다. 일단 점등식까지 했다. 오늘 밤은 조금 일찍 작업을 끝내기로 한다. 그래도 벌써 밤 10시 30분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강행군을 해 본적은 없었지만, 이렇게 기분 좋게 일해 본적도 없다”는 이야기에 미안하고 고맙고 그런다.

주방에서는 새참을 준비하고 있다. 씻고 나면 새참을 먹고 잠시 토론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겠다. 방 한쪽에서는 미룡간사가 12월호 나눔지 원고 교정 작업을 하고 있다. 봉사를 오기 전에 밤샘 작업을 하여 원고를 어느 정도 정리해 왔었는데 덕분에 시간을 벌게 되었다. 우리 자오나눔선교회의 소식지인 ‘월간 나눔’은 벌써 104호 째 발행하여 무료로 발송해 주고 있다. 귀한 영적인 메시지와 섬김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생활의 지혜 등 유익한 정보가 실려 있는 귀한 소식지이다. 10년이다. 10년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월 발행할 수 있었음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이다. 더욱 알찬 소식지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많은 분들이 받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5. 복 받을 겨~

자는 줄 알았는데 두런두런 이야기소리와 발자국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밖에서 바람을 쏘이고 오는가 보다. 피곤에 지쳐 깊은 잠에 빠졌다. “딱, 딱, 딱.”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앞을 보지 못하시는 장로님이 지팡이를 짚고 새벽예배 오시는 소리다. 발자국 소리들도 들려온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30분이다. 다시 눈을 감았다. 한참 후 또 다른 발자국소리들이 들려온다. 3시다. 자는 식구들을 깨웠다. 4시에 시작하는 새벽예배 참석하기 위해서다. 밖으로 나가보니 성전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성전에 가보니 대한민국님과 무화과님이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다. 교육관에서 자고 있었는데 기도하러 오시기에 나와서 일을 했다고 한다. 대단한 용사들이다. 성전을 수리해 주는 일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전에 어느 할머님이 했다는 “젊은이 복 받을 겨~”라는 말이 생각났다. 이번 봉사단에는 노총각이 4명이나 된다. 그들이 행복한 가정을 일구었으면 좋겠다.

소록도 성도님들과 함께 드리는 새벽예배는 항상 은혜다. 마가복음 5장 1절에서 8절까지 본문을 중심으로 은혜를 나눈다. 설교가 끝나자 우리 혜진 자매를 위해 즉석에서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두 분 목사님은 안수하시고 네 분의 장로님들과 권사님들, 성도님들이 한마음으로 합심하여 중보기도를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간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우리 혜진 자매를 위해 모두가 한 목소리로 기도를 드렸다. 혜진 자매의 간질병이 치유되고 이젠 고통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혜진 자매는 내가 운영하고 있는 ‘자오 쉼터’라는 장애인 시설의 가족이다. 오늘 새벽에 드린 기도가 응답받으리라 믿는다.
아내에게 의견을 타진한 후에 동생리 주민들께 오후 4시에 저녁식사를 대접한다는 광고를 했다. 예배를 마치고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주방에서는 무엇을 만드는지 달그락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부엌에서 새벽 5시에 무엇을 하느냐?” 물으니, “오늘은 대한민국님과 무화과님이 생일이라며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단다.” 고마운 사람……. 내 아내지만 참 고맙고 감사하다.

아침 7시 30분에 아침식사를 한다는 연락을 한다. 식탁에 앉아서 강나루 목사님의 축복기도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며, 성도교회에서 추수 감사주일 행사를 마치고 챙겨주셨던 시루떡을 밥 위에 쪄서 먹기 좋게 잘라놓고, 굴과 떡을 넣어 끓인 시원한 미역국에 아침을 먹는다. 오늘 작업 일정을 설명하며 수고하자는 인사를 나눈다. 생일상을 받은 무화과님과 대한민국님은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다.
아내와 미룡간사, 이용하 집상님은 식사를 마치고 녹동으로 건축자재와 저녁식사 봉사를 할 물품을 사러 나가고, 나머지는 예배당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실리콘 마감과 전기콘센트 설치 작업에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굵은 시멘트벽에 12개의 구멍을 뚫어야 하기에 쉽지 않는 작업이다.
장로님 댁에 잠시 들리는데 상주하며 봉사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만났다. 영광에서 온 여고생들이란다. 교회에 들려 예배당 청소를 부탁했더니 “네”하고 대답하며 교회로 올라간다. 그러면서 하는 말, “참 잘생겼는데……. 젊었는데…….”한다. 녀석들이 나를 소록도에 살고 있는 한센병자로 알았는가 보다. 목발을 짚고 휘청거리며 걸어오는데 오른손은 조막손이고, 왼손은 피부이식을 한 상태로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잠시 인터넷에 접속하여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다시 교회로 돌아온다.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모습들이 든든하다.

주방에서는 저녁에 식사 대접할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아내와 미룡간사 둘이서 음식을 모두 만들어야 하기에 더 분주하다. 밥, 미역국, 갈비찜, 잡채, 멸치볶음, 김치, 샐러드, 생선튀김, 꼬막, 나물까지……. 다양하게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 와중에 일하고 있는 회원들 식사까지 챙겨 주느라 바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다. 서서히 지쳐가는 봉사자들이다. 그래도 오늘까지만 열심히 하면 이번 봉사는 거의 끝날 것 같다.
이용하 집사님이랑 사진 촬영을 위해 몇 군데 돌아 다녔다. 돌아오니 점심식사가 끝났다. 강나루 목사님이 댁으로 돌아 가셔야 한다. 짐을 챙겨서 돌아가는 모습을 배웅하고 다시 일을 하는 봉사자들. 목사님은 다리를 다친 상태에서도 정말 열심히 일을 해 주셨다. 참 감사하고 고맙다. 이제 남은 인원으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전기 배선 공사를 하느라 분주한 대한민국님과 무화과님, 페인트 마무리 작업을 하는 순정형제, 루바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 맥가이버님,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큰 복을 내려 주시기를 기도한다. 잠시 시간을 내어 아내와 미룡간사를 태우고 이용하 집사님이랑 자료를 위한 촬영을 하고 온다. 30분정도 자리를 비우고 다녀오는데 납골당 근처에서 꽃사슴 무리를 만났다. 반가운 녀석들.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어르신들이 저녁식사를 하러 모이기 시작한다. 예배당이 공사 중이라 교육관에 상을 차린다. 한상 가득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은 보는 사람마다 군침을 삼키게 하고 있다. 강도사님의 감사기도 후 맛있게 식사를 하시는 어르신들. 언제나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광에 있는 영지성지고 학생들이 단체로 봉사를 왔는데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모시고 왔는데, 어르신들께 음식을 먹여주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설거지까지 도와주고 숙소로 돌아갔다. 학생들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아 본다.
예배당에는 여전히 수고하고 있는 귀한 동역자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그만큼 교회는 새롭게 변해간다. 강나루 목사님이 철수하시고 그 빈자리를 무화과님이 채워주고 있다. 꼼꼼하게 마무리 작업을 해 주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든든해 보이든지……. 천장에 구멍이 많이 나 있기에 빠대로 구멍을 막아준다. 강대시 장로님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밤늦게까지 함께 있어 준다. 전에 붙어 있었던 천장의 전등도 떼어 낸다. 새로운 예배당이 탄생되어가고 있다. 예배당에 있던 구형 피아노를 교육관으로 이동을 시킨다. 피아노가 구형이라 엄청 무거워서 장정 네명이 들어 옮기느라 고생한다. 오늘밤에 실리콘 작업까지 마치고 나면 내일은 청소하고 성물들을 원래 위치로 배치를 해 놓으면 모든 공사가 끝이 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성탄 트리까지 해 주고 간다면 좋으련만 그것은 내일 날이 밝아봐야 알 것 같다. 아무튼 4박5일간의 소록도 여정도 서서히 막을 내려간다.

예정보다 이틀이 더 걸렸다. 함께 간 봉사자들께 미안하다. 밤이 되자 조용한 소록도에는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소리가 마치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는 듯 하다. 예배당 공사 마감이 늦어지고 있다. 봉사자들을 독려하여 작업을 해 보려 하는데 신정 때 내려와서 나머지는 하자고 한다. 그들의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미뤄 놓고 갈 일이 아니다. 나라도 혼자 하겠다며 연장을 챙기니 김 집사님이 들어와 결국 작업을 한다. 자정이 가깝도록 모두 마무리 작업에 매달린다.

새벽예배도 참석하지 못하고 모두가 죽은 듯이 깊은 잠을 잤다. 평상시에는 잠에서 깨었을 터인데 일어나지 못했다. 그만큼 모두 피곤했다는 뜻이리라. 아침밥을 먹고 청소부터 시작한다. 소록도 어르신들도 예배당으로 올라와 청소를 거들고 있다. 조막손에 걸레를 잡고 예배당을 닦는다. 신너를 묻힌 걸레로 예배당 바닥에 묻은 페인트를 닦아 낸다. 그 사이에 허집사님은 예배당 전기 공사를 마무리 하고, 아내와 미룡간사, 김승한 집사님은 십자가 탑에 성탄트리 조명을 설치하고 있다. 무화과님도 여전히 바쁘다. 검정 페인트로 예배당 입구 기둥에 교회 이름을 글씨로 멋지게 쓰고 있다. 예배당에 커튼을 다는 작업을 하고 있는 이용하 집사님, 지붕에 올라간 김승한 집사님이 용마루가 깨져 있다며 남은 용마루 있느냐고 장로님께 묻는다. 지붕에 올라간 김에 용마루까지 고치고 내려온 김승한 집사님, 역시 닉네임처럼 맥가이버다. 성전에 성물들이 제 자리를 잡고, 커튼까지 제 자리에 걸리고 나니 아늑하고 포근하고 깔끔한 예배당으로 변해 있다. 우리들의 손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성전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기뻐하다가, 이렇게 할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예배당 인테리어를 해 주면서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이 들었지만, 이번만큼 카드 가 있다는 것이 감사한 적은 없었다. 급한 대로 카드로 결제를 하여 작업을 마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간단한 트리 작업은 이용하 집사님께 하시라며 방법을 알려 주시는 김승한 집사님, 서서히 작업도구를 챙기고 싣고 올라갈 짐을 챙긴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예배당에서 기념사진도 한 장 찍었다. 차에 오르기 전에 함께 수고하신 소록도 동생리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아쉬운 정을 나눈다. 언제나 이별은 서러움이다. 외로움에 지쳐있던 분들이라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이 들었다. 그래서 이별은 더 서러움이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며 빨리 가라고 손사래를 치시는 권사님께 “신정 때 또 내려올게요. 아프지 마세요.”라는 인사로 눈물을 삼킨다. 나도 모르게 가슴속으로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데없는 자…….’

2004. 11. 26
‘봉사는 중독 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