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문학의 이해

접속사 와/과의 쓰임(하)

자오나눔 2007. 1. 17. 15:00
접속조사 ‘와/과’의 결구는 지극히 간단하다. ‘A와 B’의 형식이며 A, B에 포함되는 것은 명사, 명사구, 명사절이다.

1) 사람과 동물, 나와 너……명사의 결합
2) 사과 한 개와 밤 한 톨, 아름다운 처녀와 못생긴 곱추……명사구의 결합
3) 내가 학교에 가는 것과 그가 집에 있는 것……명사절의 결합

결구가 이처럼 간단하지만, 대비되는 양자가 성격을 달리할 경우에는 문장이 아주 어색하거나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같은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예1) 에이즈와 담배는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에이즈에 걸리면 생명이 위험하다. 흡연도 치명적인 위험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러므로 내용상, 문법상 흠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왜 하필 에이즈와 담배를 대비시켜 치명적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에이즈와 암, 술과 담배를 대비시키지 않은 이유도 궁금해진다. 에이즈는 질병이고, 담배는 기호물이라는 속성상의 차이가 있어 서로 대비되기 힘든 말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열된 두 개 이상의 단어 사이에 의미의 연관성이 부족하면 대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어색한 맛을 준다.

예1)이 대비 관계를 이루도록 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할 수는 있다.

☞ 에이즈와 담배의 공통점은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접속조사 ‘와/과’로써 구와 구를 연결시킨 문장이다.

예2) 두 대의 버스와 택시 세 대가 충돌했다.

이 문장은 대비되는 양자의 결구 방식이 서로 다르다. ‘버스 두 대와 택시 세 대’라는 표현이 올바르다. 예문은 자칫 두 ‘대의 버스와 한대의 택시를 합쳐 모두 세 대’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다음을 보자.

예3) 두 대의 버스와 택시가 충돌했다.

‘와’로 맺어진 결구가 앞은 구(句)이고 뒤는 단어이다. ‘ A와 B’의 결구에서 A가 단어이면 B도 단어가 돼야 하고, A가 구이면 B도 구가 돼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예문은 ‘버스 두 대와 택시 한 대’인지, ‘버스 한 대와 택시 한 대’인지 불분명하다.

예4) 흰 옷을 입은 영희와 철수가 나란히 서 있다.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누구인가. 영희 한 사람인가, 아니면 영희와 철수인가. 철수만 흰 옷을 입었다면 다음과 같이 써야 한다.

☞‘철수와 영희가 나란히 서 있다. 철수는 흰 옷을 입고 있다.’

또 두 사람 모두가 흰 옷 차림이라면 다음과 같이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철수와 영희가 흰 옷을 입고 나란히 서 있다.’

이번에는 예문 4)의 단점을 보완한답시고 다음과 같이 편법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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