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문학의 이해

연결어미의 쓰임과 중첩(상)

자오나눔 2007. 1. 17. 15:03
문장은 가능한 한 짧아야 좋다고 한다. 짧은 문장일수록 전달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 논리일 뿐, 상황에 따라서는 긴 문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이 적당히 섞여야 전체의 글이 조화롭다고 한다.

문장을 길게 구성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안긴문장(복문)이나 이어진 문장(중문)을 만드는 것이다. 이 때 필요한 단어가 연결어미인데, 문맥과 기능에 맞는 연결어미를 선택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연결어미를 중첩시킬 때 어떤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1.‘하고’ ‘하며’의 쓰임과 중첩

'하고', '하며'는 문장을 대등적으로 연결할 때 쓰이는 연결어미이다. 여러 개의 문장을 나열할 때는 이 둘을 번갈아 중복시키는 것이 보통이며, '하고'만을 중첩하기도 한다.

1) 산은 높고, 물은 맑으며, 나무는 푸르다.
2) 산은 높고, 물은 맑고, 나무는 푸르다.

위의 두 문장은 흔히 쓰이는 형태로서 어느 것이 더 나은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 글에 따라서는 2)와 같은 꼴이 감칠맛 나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예컨대 서정성 짙은 문체에서는 '하고'의 겹침이 일종의 각운(脚韻) 기능을 하여 운율상의 맛을 더하기도 하는 것이다.

3) 산은 높으며, 물은 맑고, 나무는 푸르다.
4) 산은 높으며, 물은 맑으며, 나무는 푸르다.
5) 산은 높고, 푸르고, 아름답다.

대등절로 이어진 문장에서는 '하고'와 '하며'가 의미나 용법상 구별되지 않지만, 둘을 번갈아 쓸 때의 순서는 무언의 약속처럼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3)과 같이 '하며'가 '하고'에 앞서 나오면 문장이 어색하다. 또 4)처럼 '하고' 대신 '하며'만을 중첩시켜도 좋은 표현이 되지 못한다.

5)의 문형은 동일한 주어 '산은'을 생략한 꼴인데, 이 같은 경우에는 '하고'와 '하며'의 교차 사용보다 '하고'의 중첩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어진 문장이 대등절의 형태를 띤다 하더라도 내용 면에서 대등절로 연결될 성질의 것이 아닐 때는 겹쳐 쓰인 '하고'가 매우 어색하다. 이 같은 예는 흔히 기사체 문장에 많이 보인다. 다음의 예를 보자.

6) 아무개는 기자회견을 갖고 그같이 말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7) 정부 당국자들은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하고 곧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6)과 7)은 구문이 서로 비슷하다. 6)만을 놓고 보면, 아무개가 '기자회견을 가진 것'과 '그같이 말한 것'과 '분통을 터뜨린 것'이 대등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 여기서 대등적이란 말은 내용상 유사성을 지님을 말한다. 다음의 6-1)은 대등적인 관계의 문장을 '하고'로써 연이은 것인데, 이것과 비교하면 6)이 대등절로 이어진 문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6-1) 아무개는 기자회견을 갖고, 방송에 출연하고, 신문에 기고를 했다.

결과적으로 위의 예문들은 다음과 같이 변형시키는 것이 좋다.

6-2) 아무개는 기자회견에서 그같이 말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6-3) 아무개는 기자회견을 갖고 그같이 말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7-1) 정부 당국자들은 회의를 열어 이같은 방안을 확정한 뒤 곧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7-2) 정부 당국자들은 회의에서 이같은 방안을 확정하고 곧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편 아래 예문은 이들과는 성격을 약간 달리한다.

8) 우리나라는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기술개발을 제일의 과제로 삼고 있다.
9) 잘 사는 나라는 근검 절약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지금 우리는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온 세계를 누비고 다니면서 흥청망청 쓰고 있으니 큰일이다.

8)의 첫 번째 나오는 '-고'는 절을 이끄는 연결어미이지만 두 번째의 '-고'는 선행 동사의 상태를 나타내는 연결어미이다. 9)도 첫 번째, 세 번째, 네 번째의 '-고'는 선행 동사의 상태를 나타내는 연결어미이고, 두번째는 절을 이끄는 연결어미이다. 이같이 '-고'의 격이 다를 경우에는 중복됐어도 어색함의 정도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이 역시 중복되지 않게 고치는 것이 좋다.

8-1)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는 기술개발을 제일의 과제로 삼고 있다.
9-1) 잘 사는 나라는 근검 절약에 혼신의 힘을 쏟는 지금 우리는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온 세계를 누비면서 흥청망청 써대니 큰일이다.

아래 예문은 고교 교과서에서 발췌한 것이다. 교과서라고 문장이 빼어난 것만은 아니다. 고침 문장과 비교해 보자.

예)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상호 작용 관계를 인식하고, 조정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극복함으로써 참다운 조화를 이루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 그러므로 우리는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가운데 다양한 상호 작용 관계를 인식하고, 조정과 타협을 통해 갈등을 극복함으로써 참다운 조화를 이루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하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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