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편지 348] 내 자리는 어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울리지 않는 치장을 하거나,
제 자리에서 사용되어야 할 것들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을때
흔히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떤 물건들이 자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쪽에 쌓여 있거나 자리만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참 아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흔히 쉽게 생각하고 폐기물이나 쓰레기로 처리되어야 할 것들이
어느날 보니까 자기의 자리를 찾아서
멋지게 사용되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놀라운 탄성이 나옵니다.
그렇게 멋지게 사용할 줄 아는 물건의 주인이 그렇게 멋지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어제는 지리산에 있는 솔뫼농원에 들릴 일이 있었더랍니다.
이곳 저곳을 돌아보다가
지줏대를 세워야 하는 작물들에 새로운 것이 세워저 있음을 봅니다.
앙상한 뼈만 남아있던 구조물들이
오이밭에 놓여지니 멋진 지주대가 되면서 울창하게 숲을 이루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주인장은 제가 평소 존경하는 분이지만
그분의 기발한 착상에 감탄을 했더랍니다.

책상을 공사 현장에 두면 물건 올려 놓은 장소로 사용되거나
쓰레기로 태워지겠지만,
사무실이나 공부방에 옮겨 놓으면 자기의 구실을 할 수 있는
멋진 가구로 변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각자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 주는 것,
그것도 삶의 지혜입니다.

나는...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를 생각하는 하루입니다.
주신 복을 마음껏 누리는 주일 되세요.

2003.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