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중독 행복전염/봉사 댕겨 왔슈~

[김장] 자오 쉼터 김장 하던 날.

자오나눔 2007. 1. 26. 09:57
자오 쉼터는 동네 어르신들이 농사를 지어서 먹으라며 묵혀 있던 땅들을 주셨다. 임시로 빌려준 것이다. 고구마도 심고, 고추도 심고, 김장 배추도 심고, 철따라 적절한 농작물을 키우고, 그것을 팔아 장학금으로도 내어 놓고, 어려운 이웃도 돕고, 우리 자오 쉼터 가족들도 먹는다. 자오 쉼터의 1년 농사를 되돌아보면 올해는 깜장공 사랑 스쿼시 동호회에서 다 한 것 같다. 고추 농사부터 시작하여 배추 씨앗 파종, 배추 모종, 겨울 김장까지 제법 많은 일인데 참 잘 해주셨다. 1년을 이어온 인연은 이젠 가까운 친척처럼 살가운 사이가 되었다. 참 감사하다.

김장 첫째 날.(12월 1일)
김장을 12월 2일과 3일에 한다고 공지를 올려놓았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배추에 양념 속을 넣으려면 미리 준비할 것이 있다. 절임과 양념이다. 장목사님 부부가 오시고 장로님과 아내는 배추와 무를 뽑아다 다듬어서 절여 놓았다. 학교에 있는데 지난밤에 소록도에서 올라오고 있다는 이 집사님의 전화가 왔다. 김장을 돕기 위해 신혼부부들이 자오 쉼터로 올라가고 있는 중이란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올라가 보니 커다란 플라스틱 통 10개가 앞마당에 있고, 그 안에는 배추가 수북하게 소금에 절여져 있다. 비까지 왔던데 고생을 많이 하셨음을 알 수 있다. 무채도 일부는 썰어져 있고, 파와 갓은 모두 썰어져 있다. 베트남 새댁들의 서툴지만 성실한 모습을 만난다. 한국 생활, 특히 소록도 생활에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저녁에 은경자매가 회사 남자 직원 네 명을 대동하고 왔다. 작년엔 사촌 남동생과 밤에 와서 그 많은 무채를 다 썰고 양념까지 버무려 놨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두 배가 더 많다는 정보를 알았나? 장정들과 함께 와 주니 든든하다. 구미로 발령을 받아 내려갔던 막둥이 동생 부부도 올라왔다. 무를 깨끗하게 씻고 무채를 써는 작업을 한다. 보기엔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무채를 모두 썰고 양념까지 버무려 놓고 보니 새벽 1시를 넘겼다. 일단 대충 정리해 놓고 내일을 위하여 단잠을 잔다.

김장 둘째 날(12월 2일)
주부들은 철인이다. 이른 새벽까지 힘들게 일을 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으로 들어간다.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남자들은 앞마당에 나가서 배추를 씻는다. 소금에 잘 절여진 배추를 맑은 물에 몇 번씩 헹궈서 물기를 뺀다. 물기를 뺀 배추는 거실로 들여와 양념에 버무린다. 소록도 차에 실어 보내려면 바쁘다. 5시간 정도 차를 달려 내려가야 하는데 배를 타기 위해서는 오전 11시에는 차가 출발을 해야 한다. 소록도 구북리 가정 모두와 동생리 몇 가정, 두 분 목사님 가정에 김치를 실어 보내야 한다. 손길이 빨라지는 일행들. 깜장공 김명규 회장님이 일찍 오셨다. 회원들은 내일 올 예정이지만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혼자라도 미리 달려온 것이란다. 얼마나 감사한지…….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봉사자들은 배추 양념 넣으면 비닐에 잘 포장하여 무게를 달아서 스치로폼 박스에 다시 넣는다. 파손 방지와 보관이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다. 아내는 그 사이에 상을 차리고 있다. 족발을 삶듯 한방 재료를 넣어 잘 삶아 놓은 오겹살이 썰어지고, 배추와 오징어 생굴이 들어간 배춧국에 금방 버무린 김치와 뜨끈뜨끈한 쌀밥이 차려진다. 아직 점심 전이지만 소록도 신혼부부들을 먹여서 내려 보내기 위함이다. 김장을 하여 맨 먼저 소록도 구북리에 있는 한센병자들게 보내 드렸다는 뿌듯함이 모두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있다. 우리 자오에서 사 드렸던 스타렉스에 가득 김치를 실어서 소록도에 보냈다. 호남 지방엔 눈이 내리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는데 마음이 바빠진다.

점심을 먹고 나니 친구들 다섯 명이 봉사에 참석을 한다. 변함없이 한 달에 한 번씩 봉사를 오는 친구들이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까지 심하게 부는데 밖에서 배추를 씻고 있는 봉사자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처음 해보는 김장이라며 오히려 신나게 일해 주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먹는다. 고구마도 구워먹고 보쌈도 해 먹고, 먹으며 김장을 한다. 김장을 하는 날은 잔칫날이다. 우리 인생도 잔칫날처럼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복음가수 박혜경 전도사님 부부도 도착하여 열심히 수고를 해 주고 계신다. 7년 지기의 살가움이 정겹기만 하다. 웃음소리 가득한 자오 쉼터엔 20여명의 봉사자들이 열심히 김장을 하고 있다. 김치가 익으면 안 된다며 배추에 양념을 넣는 작업을 하는 쪽에는 보일러를 잠궈놨다. 엉덩이가 시리다는 말이 들려오면 괜히 미안해진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저녁이 가까워지는데 배추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내일 해야 할 분량을 남겨두고 작업을 마친다. 1박2일 동안 열심히 봉사해준 은경자매 팀은 아무래도 몸살이 날 것 같다. 봉사자들이 돌아가고 나니 조용하다. 어느새 어두워진 밖에는 가로등 불빛마저 얼어 있는 듯하다.

김장 셋째 날(12월 3일)
주일이다. 아침 예배가 끝나고 깜장공 사랑 봉사단이 도착했다. 아직 예수를 안 믿는 분들인데 1년 동안 자오 쉼터에 봉사를 다니면서 마음이 많이 녹았다. 성령님의 일하심을 바라며 살아간다. 친구들과 친구의 가족들이 도착했다. 오늘도 다섯 명이다. 깜장공 사랑은 열한 명, 동생 부부와 우리 가족을 합하니 오늘도 20명이 넘는다. 조를 편성하여 각자에게 일을 맡기시는 깜장공 사랑 회장님, 어제부터 김장을 해 왔기에 요령을 완전히 터득하셨다. 추운데 밖에서 배추를 씻는 분들은 드럼통 불판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웠다. 보기만 해도 어제보다 훨씬 훈훈하게 보인다. 모두가 열심이다. 점심을 먹고 또 일을 시작한다.

오늘 봉사자들은 모두 일을 잘한다. 많이 해본 솜씨들이다. 2천5백포기의 배추가 거의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10kg씩 담아야할 박스엔 배추김치 12kg, 고추 절임 1kg, 무 나박김치 1kg, 호박김치 1kg, 호박김치가 바닥나자 여수 돌산 갓김치가 대신 들어간다. 15kg씩 푸짐하게 담겨진 박스는 택배로 바로 보내진다. 회원들이 김치 주문을 해 주셨다. 이번에 판매한 대금은 어려운 개척교회를 돕기로 했다. 일부는 우리가 먹기 위해 땅속에 묻어 놨고, 일부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배달이 된다. 그 많던 배추가 다 떨어졌다. 대단하다. 청소까지 깨끗하게 해 놓는 봉사자들. 참 감사하다. 봉사자들이 돌아가기 전에 아내와 제수씨는 차에 오른다. 시골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몸이 불편하여 집안에 큰일이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계시다기에 일을 해 드리려고 내겨가는 것이다. 많이 피곤할 텐데 운전 조심해 다녀오라고 배웅을 했다. 친부모님은 20여전 전에 모두 하늘나라에 가시고 지금은 작은댁 어르신들만 생존해 계시는데, 어르신들께 큰 며늘아기 노릇을 잘해주고 있는 아내가 고맙다. 작은댁 어르신들이 예수를 믿게 된다면 그것은 아내의 헌신 때문이리라.

청소까지 깨끗하게 마치고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가는 봉사자들. 나도 봉사를 다니지만 참 대단하다. 이번 자오 쉼터 김장도 하나님의 은혜와 봉사자들의 수고로 멋지게 마무리 됐다. 항상 힘주시고 사랑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봉사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2006. 12. 3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