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 처음 방문하는 춘천 나눔의 동산. 6년째 봉사를 가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무엇을 해서 함께 행복을 나눌 것인가는 고민 아닌 고민거리이기도 합니다. 느닷없이 족발을 삶아 가자는 아내의 제안에 그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떡국과 족발이 음식 궁합이 맞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모처럼 족발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행복해 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그리며 준비를 하도록 합니다. 축산시장에 들려 생 족발을 푸짐하게 사온 아내는 손 선생과 함께 족발을 삶습니다. 족발은 미리 삶아서 적당하게 식혀가야 제 맛이라며 여러 가지 한약재까지 넣어서 푹 삶습니다. 계피향이 쉼터를 휘감아 돌아가고 있습니다. 향이 좋습니다. 족발을 삶는데 족발이 익는 냄새는 나지 않고 한약재 냄새만 납니다. 족발을 아침에 가져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떡국 떡과 소고기, 김치, 고명 등을 챙겨 놓고 잠자리에 듭니다. 아내가 있으니 이런 사역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도 잘 안하는데, 이젠 자주 해야겠습니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차에 짐을 싣습니다. 가면서 지킴이 목사님을 태우고 춘천을 향해 달려갑니다. 눈이 내려서 쌓이면 도로가 차량 통행이 어려운 곳이 춘천 나눔의 동산으로 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감사하게도 춘천에는 눈이 내리지 않아 도로 상태가 좋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춘천 공설운동장 앞에서 후리지아님과 따님 선미자매를 태우고 다시 30여분을 달려서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산 중턱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나눔의 동산으로 들어갑니다. 차가 오는 소리에 우리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달려 나오는 장애인들의 웃음이 해맑습니다. 차에서 짐을 내려 부엌으로 옮깁니다. 힘이 장사인 장애인 자매가 무거운 것은 번쩍 번쩍 들어서 주방으로 옮겨줍니다.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각자의 자리에 자리를 잡습니다. 아내는 족발을 칼로 잘라내고 살을 썰어 냅니다. 커다란 쟁반에 수북하게 족발이 다듬어져 담기기 시작합니다. 선미 자매와 함께 족발을 손보고 있습니다. 후리지아님은 쉼터에서 가져간 김장김치를 썰어서 그릇에 담습니다. 지킴이 목사님은 커다란 솥에 떡국 끓일 준비를 하십니다. 떡국 떡을 물에 불리며 한 개씩 떼어내고 있는 손 선생, 목사님이 팔을 걷어 부치고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족발을 분해하기 시작합니다. 분해 해준 족발을 칼로 썰기는 더 쉽습니다. 각자가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침 목욕 봉사를 온 적십자 팀이 있었습니다. 족발을 본 장애인들이 목욕을 빨리 시켜달라고 졸랐다고 합니다. 기다려온 점심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상에는 가운데 커다란 쟁반에 족발이 가득 담겨 있고, 김치기 놓이고, 반찬이 놓입니다. 맛있게 끓여진 떡국이 그릇에 담기기 시작합니다. 마지막 배식은 나눔의 동산 선생님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장애인들의 개인 취향에 따라 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의 식사 기도가 끝나자 행복한 점심 식사가 시작됩니다. 우리들도 한 상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합니다. 할머님들과 학생들이 더 좋아합니다. 방학이라 학생들이 모처럼 함께 식사를 합니다. 행복해 하는 모습이 덩달아 행복을 불러 옵니다. 식사가 끝났습니다. 커다란 족발 뼈다귀를 들고 나머지 살을 발라 먹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번에는 발라먹는 재미가 덤으로 주어졌습니다. 지킴이 목사님이 설거지를 어찌나 잘하시는지요. 이번 봉사에는 목사님이 머슴 노릇을 철저하게 해 주신 덕분에 나머지 봉사자가 수월했습니다. 오후부터 비나 눈이 많이 내리겠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서둘러 차를 돌려나옵니다. 오다가 춘천 시내에 들려 감자떡을 삽니다. 구역예배 때 구역식구들을 챙기려는 아내의 배려입니다. 3시간을 달려 쉼터에 도착하니 하루해가 저물어 어둠이 땅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늘 봉사 간 봉사자들 모두 오늘 밤은 단잠을 잘 것 같습니다. 단잠을 잘 수 있는 것도 감사의 조건입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2006. 1. 12 ‘봉사는 중독되고 행복은 전염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나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