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이에게

그대 좋은이여...30 - 내 아버지...

자오나눔 2007. 5. 18. 11:32

아버지 학교에서 아버지께 편지를 써 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아버지께 편지 써 본적이 있던가 생각해 보니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아버지께 편지를 썼던 기억은 없다.

 

나는 글 쓰기를 좋아하기에 수백편의 글이 내 컴퓨터 하드에 저장되어 있다.

혹시나 그 글 중에 아버지에 대한 글을 써 놓은 적이 있는가 검색을 해 봤다.

검색 결과는... 없다이다...

 

아버지...

아버지는 내게 어떤 존재였기에 이렇게 빈가슴이 되어 버렸을까.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자라고 살다가 섬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그래서 아호도 '바다의 소'라는 뜻이 있는 해우(海牛)셨다.

이웃에게 잘하고 사람좋다고, 의리파라고 칭찬받으시며 살아 오셨지만

집안에서의 아버니는 가부장적이셨고, 두려움의 존재셨고, 넘지 못 할 큰 벽이셨다.

따뜻함을 품고 계셨지만 가족들에게 따뜻함을 표현하는 게 서툴었던 아버님이셨다.

 

지금은...

저 세상으로 가신지 20년이 넘었다.

내가 예수를 몰랐고, 아버님도 어머님도 예수를 모르셨다.

그렇게 이 세사을 사시다 아버님, 어머님은 돌아가셨다.

내가 그 때 예수를 알았더라면 피를 토하더라도 예수를 믿고 구원 받게 했을텐데...

나는 왜? 예수를 거부했던고...

그 때도 섬에는 작지만 교회가 있었는데...

 

아버지께 편지를 쓰는데 마음이 착찹하다.

내 아버지...

그래도 감사하다.

내 아버지가 계셨기에 내가 이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고,

내 아들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

내 아버지...

 

2007.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