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이에게

그대 내 좋은이여...29

자오나눔 2007. 1. 11. 02:01

      몇 년 동안 잊은 듯, 잊고 산 듯, 그렇게 소홀했습니다.

      글쓰는 것을 좋아하기에 참 많은 글을 써 왔는데 제대로 보관도 하지 않았고, 그나마 남아있는 글들은 교정이나 보완 수정 등, 정리를 하나도 하지 않은채로 윗목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그렇게 천대를 받고 있었네요.

 

      이번 방학 때는 영화를 30편 이상 보고, 30권 이상의 책을 읽고, 지금까지 써 놓았던 글들도 정리를 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글을 정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는 중노동이라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평소에 정리를 제대로 해 놓았더라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터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마음을 먹었으니 시작을 해 봅니다. 블로그에 게시판 몇개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글들을 차곡차곡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하다보면 정리가 되어 있겠지요.

      내 어머님 살아 생전에 우리에게 항상 해 주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바다에서 미역 양식을 하면서 농사까지 지으셨으니 참 바쁘셨고, 자식들의 고사리 같은 손길이라도 무척 필요해 하셨던 그 때..., 고구마 밭에 김을 매러 함께 가노라면, 긴 고랑과 넓은 밭을 보고 어김없이 투정을 부리곤 했었습니다. 그러면 어머님은 이렇게 말씀 하셨지요. "눈은 게으르지만 손발은 부지런 하단다. 금방 끝날거야..." 정말 어머님의 말씀처럼 하다보니 끝나더군요. 아마 글 정리도 그렇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이에게'라는 큰 제목에 '그대 내 좋은이여'라는 소제목을 붙여서 편지를 써놓은 것이 있더군요. 몇 년 전에 개인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 놓고 잠시 글을 올리기도 했었지요. 그땐 홈페이지 제작하는 법을 독학으로 공부하여 혼자서 만들어 놓고 글을 올릴 때 이야기입니다. 꾸준하게 관리할수 있는 여건이 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이런 저런 바쁜 일이 많아 내 것을 포기하게 되었고, 공적인 일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었지요. 항상 마음속에 중심을 잡아주던 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을 땐, 먼저 해야 할 일부터 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지만, 해야 할 일은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내 자신의 홈페이지를 찬밥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오늘, 몇년만에 개인 홈페이지를 찾아서 들어가 보니 맨 위에 '사랑하는 이에게'라는 게시판이 보이더군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때... 그때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영화처럼 크로즈업이 되어 내게 다가오곤 했습니다. 글 내용을 보니 거의가 아내에게 쓴 편지거나, 아내가 주인공이 된 글이었습니다. 가끔... 예수님이 주인공이 되고 있었고, 소중한 지인들이 주인공이 되어 있기도 하더군요.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이인수 시인의 '그대에게 부르는 노래'를 보고 감동을 먹고 나도 써 보리라 하는 마음이 들었었습니다. 물론 잠님처럼 잘 쓸 수는 없겠지만 내 개인의 소중한 진솔한 사연이기에 시도를 했었습니다.

 

      유년시절에 밤새워 연애편지를 썼다가 아침에 읽어보면 그렇게 유치하게 느껴지던 것처럼, 과거에 썼던 글들이 유년시절 연애편지를 생각나게 하고 있었지만, 모두가 소중한 추억이 들어 있는 나만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어 이제부터라도 더 잘 정리하여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습작을 많이 해서 보물을 창고에 쌓아두는 것처럼 차곡차곡 쌓아 두어야겠습니다.

      당신도 내게 소중한 보물이 되어 주십시오.

 

      2007. 1. 11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