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자기 전공을 살려 사업을 해 보겠다고 하더니 답사 차 중국을 다녀오겠다고 하더니 오늘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믿고 맡기는 부모의 마음을 알기에 부모님께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들에게 무엇을 시키면 녀석은 “누나랑 같이 하면 안돼요?”하며 누나를 끌어 들인다. 딸아이는 아들에게 큰 소리 한번 안치던데 동생을 꽉 잡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집은 여성 파워가 더 세다. 누군가 그러던데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집안의 여인네들에게 무조건 지고 살라.”고….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며칠 전에 딸아이랑 만나 식사를 했다. 직장과 공부 문제로 서로 떨어져 살기에 한 달에 한번 만나기도 어렵다. 아내는 수시로 만나지만 내 일정이 허락하지 않아 내가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일에는 집에 와서 예배를 드리라고 해도 그것도 여의치 않은지 대답이 신통치 않다. 이제 스물여덟이 되니 시집가기 딱 좋을 때인데 아직 해야 할 게 많아서 싫단다. 자기의 목표를 이루고 나서 결혼은 생각해 보겠단다. 내가 농담으로 하는 말 “그러다가 이제 고등학교 들어가는 준열이가 먼저 장가가겠다야~”한바탕 웃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대학 다닐 때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엄마의 재혼으로 상처를 받은 딸아이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수 있었지만, 엄마랑 멀리 떨어져 산다며 기숙사가 있는 지방대학으로 가버렸다. 아내의 상심은 컸었다. 물론 지금은 서로 사이가 좋아져서 화목 그 자체다.
아무튼, 주말에 올라오려고 기차를 탔는데 자기 좌석에 웬 남자가 앉아있더란다. 그래서 표를 보여주며 자기 자리라고 하고 앉았단다. 그 남자는 옆자리에 앉았고…. 오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나는 지금 안동에서 바로 나오는 길인데 어디 가십니까?”라고 묻더란다. 그래서 “**대학 다니는데 주말이라 집에 올라가는데요.”했더니 이 남자가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더니 어쩔 줄 모르더란다. 그래서 왜 그러느냐 했더니 “저는 지금까지 여자 대학생하고 처음 이야기해 봅니다.”하더란다.
그때까지는 그런대로 좋았단다. 그런데,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니 자신이 재수가 없어서 안동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이제 출소하여 나오는 길이라고 하더란다. 그러면서 서울 도착하면 자기가 식사 대접하겠다고 하면서 작업을 걸어오더란다. 교도소에서 출소하여 바로 나오는 길이라는 말에 갑자기 무서워진 딸아이. 그런데 어디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통화 내용이 살벌하더란다. 자기랑 이야기할 땐 그렇게 수줍어하더니 와~ 전화 내용은 장난이 아니더란다. 영등포역에 도착하니 얼른 내려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사람은 겉모양만 보고는 모르겠더라고 한다. 잠시의 여유를 가지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었다.
아까 공항에서 전화를 해 왔기에 통화를 하면서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고 와라. 기도하마.”라고 말하면서 “아프지 않게 몸조심하라”는 말을 못해 아쉽다. 녀석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기 좋지만, 믿음이 좋은 사윗감 대동하고 인사하러 집에 왔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어째든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성공을 하고 싶다며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그림을 그려본다. 자신의 전공분야 정상에 서서 활짝 웃는 모습을….
2008. 1. 7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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