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서평

[서평] 희망의 처방전 정신의학을 읽고

자오나눔 2008. 2. 19. 00:18
 

- 들어가는 말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장애만을 장애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교정위원으로 11년째 재소자들과 나눔의 시간들을 갖으며 느낀 것인데, 눈에 보이는 장애는 큰 범죄를 저지를 처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장애는 엄청난 범죄를 저질러 왔음을 알 수 있었다. 너무나 큰 사고를 저지른 사람을 범죄자로 인식하기 전에 정신병자로 취급하며, 먼저 정신감정을 받게 하는 것을 보더라도 보이는 장애보다 보이지 않는 정신적 장애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세상은 문명의 발달로 날로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는데, 그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삶이다. 그렇게 살다보니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병들이 생겨나고 있다. 과도한 업무는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고, 스트레스는 마음의 병과 정신적인 병까지 덤으로 가져다주고 있는 현실이다. 그 모든 것을 머리로 해석하고 풀어가려다 보니 엄청난 일을 해야 하는 뇌는 엉뚱한 쪽으로 일을 해 버리거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심각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이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병이며, 현대인들을 절망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심각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그 병의 증상과 처방, 그리고 예방의 방법을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말 소중한 것을 알고 있음으로 인하여 현대인들의 삶은 더욱 윤택해지고 보람 있게 될 것이다. 여기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 있다.


현재 가나자와 대학 대학원 의학연구과 신경정신의학 교수와 동 대학 부속 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고시노 요시후미(越野好文) 씨가 지었고, M&B JIN CLINIC 원장, 비만, 성, 노화방지, 정신상담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표진인씨가 감수를 한 책이다. 이 책을 옮긴 황소연씨는 상명대학교 일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일본어 전문번역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들은 책을 고를 때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먼저 지은이나 옮긴이를 보면서, 그들의 지명도를 생각하고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매스컴이나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것으로 인하여 그 책을 구입하는 것이 요즘 독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튼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한 책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읽어보고 공부도 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 책 소개


이 책을 소개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소개를 하고 있다.

- 마음의 병과 뇌의 관계를 알기 쉽게 풀어쓴 정신의학 입문서

- 우울증, 정신분열병 등 정신질환의 원인 및 치료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

- 사회적인 치료법, 행동치료와 인지치료 등 정신병증의 구체적인 치료법 소개

- MRI, CT 등 다양한 첨단 두뇌검사기법 소개해 정신의학에 대한 이해도와

- 정신의학 분야의 다양한 직업군 및 종사자들의 역할 상세 가이드

- 의대 정신의학과 과정 소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유용한 정보 제공


이 책은 우리가 마음속으로 꺼려하는 정신질환도 감기나 소화불량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고 밝히고, 정신과적 증상을 기분장애, 불안장애, 정신분열증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소개하고 있다.

또, 각각의 분류에 따른 대표적 증상과 발병메커니즘 및 진단법 그리고 이들 병증에 대한 개인 정신치료법과 정신사회적 치료법 그리고 인지치료와 행동치료에서 놀이치료까지 다양한 치료법을 일러스트와 도표 및 자료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게다가 치료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 및 풍부한 사례를 제시해 정신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사실 현대인들은 누구나 한두 가지 이상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에 상당수는 원만한 사회생활을 하는데 장애가 될 정도로 심각해서 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마음의 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정신과에 가는 것을 ‘이상한’ 일로 여기기 때문에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고통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주저하지 말고 정신과 의사를 만나서 도움을 청할 것을 권한다.

또,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의 개발과정과 정신질환 치료제의 종류는 물론 약물치료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례를 곁들여 소개하고 있으며 부작용에 대한 대처법 및 환자들이 자주하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제시해  정신질환 관련 약물치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특히 문명의 발전과 치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나타난 불면증, 기면병, 수면무호흡증후군 등 수면장애의 결과로 나타난 다양한 수면 관련 질환 및 치료법도 소개하고 있어 수면장애도 정신의학의 한 분야임을 알려주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CT, MRI, 뇌파검사 등 뇌 검사를 통해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첨단 장비와 첨단 기법을 소개해 뇌와 마음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정신의학의 발전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점도 눈에 띤다. 아울러 정신과와 신경과의 차이, 그리고 의사, 간호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정신의료 사회복지사 등 정신의료 현장의 다양한 직업군과 의과대학의 학제를 소개해 정신의학 분야의 직업적인 이해를 돕고 이분야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책속으로


Q: ‘마음의 병은 신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다. 정신적인 것은 정신력으로 고쳐라. 약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주위에서 얘기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뇌도 장기 가운데 하나이므로 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부디 감기나 위염과 같은 신체 질환과 똑같이 생각해 주기 바란다.

뇌가 아플 때 증상이 가벼운 경우라면 생활을 바꾸거나 마음가짐을 달리함으로써 치유가 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와 정신사회적 치료를 병행해서 치료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또 완치 정도를 비교해도 훨씬 더 생산적이다. 질병을 의학적으로 확실하게 치료한 뒤에 ‘정신력’을 발휘하면 더 좋지 않을까?


Q: 정신과에서 주는 약을 먹으면 두뇌 회전이 느려지고 성격도 바뀌며, 심지어 바보가 된다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A: 자주 듣는 말이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인 벤조디아제핀에는 뇌의 활동을 다소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이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멍해지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이런 말이 자꾸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멍한 상태가 쭉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 완치가 되어서 약을 중단하면 이런 증상은 사라진다. 


                                                -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 중에서



우울증은 특별한 사람이 걸리는 특별한 질병이 아니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평범한 질환이다. 최근 중년층의 자살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중년기에 접어들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 잘못된 이미지가 있지만, 우울증은 청년층 및 노년층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신체 노화와 더불어 독신생활 등의 생활 조건이 발병의 위험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우울증과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던 어린이들에게서조차 우울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치 면에서 우울증 환자는 전 국민의 5% 정도이며, 전 국민의 20% 정도는 일생 동안 한 번 이상의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추정된다. 실제로 최근 외래를 찾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 수의 증가와 전 세대에 걸친 환자군의 확산은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던 조사가 실시되고, 사람들 사이에서 우울증에 대한 지식이 퍼져 기존에 자각하지 못했던 증상이 우울증으로 인지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정신과를 찾는 환자 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우울증 환자가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 우울증 중에서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꽤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소아정신과를 찾는 환자 가운데 약 25%가 이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즉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는 아이들이다.

이 질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집중하지만, 하기 싫은 일이나 잘 모르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학업 성적이 본래 자신의 지적 수준보다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주위에서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야단치는 경우가 많고, 또 교사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문제아로 내몰리기 쉽다. 그러나 이 질병의 성질을 파악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를 해주는 상대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거나 마음을 터놓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또한 실제 능력에 비해 과소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개성을 존중하고 타고난 능력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자세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같이 아이의 장점을 인정하고 열등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해 주면,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사회성 결여 등의 문제 행동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 같은 배려를 받은 아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안정되어간다.

                                              -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중에서



- 감상


나는 지금까지 정신병에 대하여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이 있는데 최소한 다섯 가지 정도의 마음의 병이나 정신병에 대하여 알고 있어야 하며, 그의 증상과 처방, 예방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함을 깨달았다.

특히, 우울증과 조울증,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범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정신분열병,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고령자에게 흔한 질환, 노이로제 등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그것들의 증상과 치료방법 등을 알 수 있었음에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 나가는 말


너무나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입력했을 때, 컴퓨터도 사양에 따라 처리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다. 귀하고 소중한 정보들인데 아직 익숙하지 못한 용어들은 겁을 먹게 만들었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꼭 써먹을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들어오는 내용들이었다. 한번 읽은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읽고 또 읽어보며 내 것으로 만들어 놓아도 좋을 내용들이었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든지, 늙은 부모를 모시고 사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소중한 자산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보물창고와 같은 책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2008. 2. 19.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