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여고생이 선생님과 연애하여 결혼까지 이어진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이야기이고,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아름다운 사랑으로 회자되기도 한다. 여고시절에 선생님을 짝사랑하거나 노골적으로 애정을 표현했다는 이야기는 신기하기조차 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그 대상이 중학교까지 내려갔다는 말을 듣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육체적으로도 더 성숙해졌고, 정신적으로도 어른스러워진 요즘 학생들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조를 한다.
세상의 바람둥이들은 영리하다. 상대가 필요한 것을 기가 막히게 잘 알고, 각종 기념일은 어떻게 알았는지 챙기기도 잘한다. 결혼상대로 바람둥이는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실제로 사귀는 것을 보면 바람둥이와 사귀고 있는 것을 본다. 그것은 아마 자기에게 잘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가 필요한 것을 너무나 잘 알고, 가려운 곳 시원하게 긁어주듯 대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이 책의 여주인공 나오미의 삶이 그렇다.
양치는 언덕의 책장을 넘기고 읽다보면 이수미의 여고시절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어느 날 여고시절 우연히 만난 사람….’행복한 웃음이 있고, 말 못할 고민이 있고, 가슴 시린 아픔이 있었던 여고시절을 그리게 한다. 여고시절은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수많은 간접경험을 통하여 겪었던 경험으로 미뤄봐서 여고시절은 꿈의 시절이었다고 결론을 내려 본다.
아무튼 천하에 난봉꾼이요 바람둥이였던 남자 주인공이 병에 걸려 죽게 되었을 때 다시 아내를 찾게 되고, 그 처가살이를 하면서 아내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데, 선물이 다 완성되기도 전에 남자 주인공은….
- 책 속으로
이 소설 ‘양치는 언덕’은 일본의 ‘미우라아야꼬’라는 여류 소설가가 쓴 소설이다. 미우라아야꼬는 ‘빙점’을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여자 주연은 ‘나오미’이고, 남자 주연은 ‘료오찌’이다. ‘나오미’는 목사의 딸이다. 여고시절에 알게 되었던 료오찌를 졸업 후에 다시 만나게 되고, 나오미는 료오찌와 눈이 맞아 부모를 버리고 집을 나간다. 나오미는 몇 년을 료오찌와 함께 살았지만, 술버릇이 나쁘고 바람기가 심한 남편과 도저히 함께 살 수가 없어서 도망을 나와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다. 그때 료오찌가 폐병에 걸려 나오미에게로 온다. 나오미는 받아주려 하지 않았지만 친정 부모의 권면으로 받아 주게 된다. 처갓집에서 투병 생활을 하던 료오찌는 장인 장모의 믿음에 감동을 받아 예수를 영접하게 되면서 점점 몸과 마음이 건강해 져 간다. 료오이찌는 투병생활을 하면서 매일 다락방에 올라가 그림을 그린다. 나오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기 위하여 그리는 그림이었지만, 그는 자기가 그리는 그림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언제나 하얀 천으로 덮어 놓는다. 나오미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전에 사귀던 전에 사귀던 좋지 못한 여자에게서 전화가 온다. 할 수 없이 나가서 만난다. 그 여자가 술을 권하지만 사양한다. 하룻밤 함께 지내자며 유혹하지만 넘어가지 않는다. 그 여자가 몰래 술에 수면제를 타 넣은 후 이 술 한 잔만 마시면 보내주겠다고 하였다. 그 사실을 모르는 료오찌는 그 술을 받아 마신다. 그리고 잠이 오지만 그곳에서 잠들지 않으려고 나왔다가 길거리에서 잠이 들어 동사하고 말았다.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는 료오찌를 장례한 후 료오찌의 그림을 벗겨 보는 것이었다. 거기에는 십자가에 달려 피 흘리시는 예수님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 예수님의 십자가 아래에 한 청년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예수님의 십자가를 붙잡고 있었다. 그 청년은 료오찌 자기 자신이었다. 장인인 나오미의 아버지는 목사다. 나오미의 아버지가 말을 한다. 이 그림은 료오찌의 신앙고백이라고….
나오미는 23살의 나이지만 재혼을 하지 않고 고아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언덕에서 들판을 바라보며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 본다. 양치는 언덕에서 나오미를 사랑했던 선생님과 하늘을 바라본다. 둘이 길을 걷는다. 나오미를 사랑했던 선생님 다케야마는 ‘더 이상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쓰인 푯말을 보다가 깨닫는다. 사랑하기에 떠나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눈물…. 구름은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고….
- 감상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나 평범했다. 읽다가 책을 덮고 며칠 쉬었다가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그 고비를 넘기고 읽다보니 언제 다 읽었는지 모르고 다 읽고 있었다. 료오찌는 어쩌면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었다. 세상 속에서 들키지 않는 죄인으로 살아가고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료오찌가 예수를 만나고 십자가의 피 흘리시는 예수님 아래서 예수님을 바라보는 모습은 숨이 멎을 듯 한 감동을 주고 있었다. 누가 료오찌에게 감히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누가 나는 깨끗하다며 료오찌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그 모습이 내 모습인걸…….
- 나가는 말
책 속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저도 한 사람 정도는 사랑할 수 있어요.”
“그래? 사랑한다는 것은 용서하는 거야. 한두 번 용서하는 게 아니라 끝없이 용서하는 거야.”
사랑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용서라는 말을 수시로 사랑하는 우리들. 과연 우리는 용서라는 명목 하에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일까? 영화 밀양에서 주인공이 절규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감히 누가 용서한다는 말인가.”그렇다면 용서는 진짜로 할 수 있는 것일까? 진짜 사랑은, 진짜 용서는 예수님 안에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내가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 두 번째 읽으면서도 처음 받았던 감동을 받을 수 있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2008. 3. 11.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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