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네티즌들은 모두가 경험해 봤을 것이다. 게시판의 글을 볼 때 제목에 따라 조회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게시물의 내용이 좋든지, 엉망이든지, 감동을 주는 내용이든지,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내용이든지, 그 내용은 상관없이 제목이 어떻게 올라있느냐에 따라 조회수가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한다.
그런 의미에서 ‘악인’이라는 제목은 쉽게 책장을 넘기도록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악인이라는 단어가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이 머리맡에 놓인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그 책은 자리만 옮긴 채 읽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선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내 안에도 악이 존재하고 있고, 그 악은 날마다 나를 유혹한다.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지, 내 삶 자체가 선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악인’이라는 단어는 거부감을 주고 있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말이다. 차라리 제목을 다르게 정했더라면 좋았겠다. 는 생각을 했다. 악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다른 용어로 말이다.
- 책 소개
‘선과 악’, ‘강자와 약자’라고 하는 굵직한 테마를 선명한 묘사와 독특한 기법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때로는 미스터리처럼, 때로는 다큐멘터리처럼 ‘비극의 과정’을 밟아나가며 독자들에게 인간 본성에 대한 묵직한 물음표를 던진다.
2006년 3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일본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어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요시다 슈이치는 이 작품으로 “데뷔 10년 만의 놀랄 만한 비약”이라는 문단의 평가를 받았다.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악인》은 추리소설의 긴장감 속에 사회문제, 철학적 문제를 적절하게 녹여냄으로써 독자에게 사유할 기회와 과제를 동시에 부여하는 작품이다.
- 책 내용
후쿠오카와 사가를 연결하는 263번 국도의 미쓰세 고개에서, 보험설계사 이시바시 요시노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살해되던 날 밤, 그녀는 동료들에게 남자친구와 만난다고 거짓말을 하고 외출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녀가 약속한 상대는 만남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자 시미즈 유이치였다. 경찰은 요시노의 남자친구로 알려진 대학생 마스오 게이고가 며칠 전부터 행방불명이라는 것을 알아내고 지명수배를 내리는 한편, 그녀와 문자를 교환하던 인물들을 상대로 조사를 계속해나간다.
극도로 말수가 적고 친구도 없는 유이치는, 할머니와 병으로 입원이 잦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며 나가사키 이곳저곳의 공사현장에서 토목공으로 일하고 있다. 만남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되어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요시노와 약속한 어느 날 밤, 유이치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되지만 아무에게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죄의식에 사로잡혀 하루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사가 시 교외의 국도변에 있는 대형 신사복 매장에서 근무하는 마고메 미쓰요. 곧 서른 살이 되는 그녀는 쌍둥이 여동생과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그녀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만남 사이트에 등록하고, 시미즈 유이치라는 남자와 몇 번인가 문자를 주고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와 만날 약속을 한 미쓰요는 주저하면서도 약속 장소로 향하는데….
- 나가는 말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등장인물이 제법 많다는 것이다. 일본 이름을 기억하며 읽는다는 것은 난코스인데 등장인물이 많고, 비슷한 이름들이 있어서 흐름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일본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누린 소설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특별한 독자층이 있어야 제대로 통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범죄 이면에 ‘나약하고도 고귀한 인간’을 그리고 있지만 말이다.
뚜렷한 희망도 없고 그저 무의미한 매일을 사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요즘 우리나라 실업자들, 자기가 소외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외로운 사람들. 서로의 대화가 단절된 요즘 시대에 ‘희망’은 무엇일까? 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누구나 악을 소유하며 살아가는데, 그 악을 누르지 못해 터지는 사건사고들. 뉴스를 크게 장식하는 그들만 악인일까? 내가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할 처지에 나만 잘 먹고 잘살겠다며 두 손 움켜쥐며 살아가는 나, 그리고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여자주인공이 마지막으로 한 말, “그 사람, 악인인 거죠?” 이 말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2008. 3. 18.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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