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말
국어사전에는 ‘기도’를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절대적 존재에게 빎. 또는 그런 의식’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이런 의미로 기도를 생각하면 기독교뿐만 아니라 어떤 종교에서도 기도는 하고 있다고 인정을 해도 무방하리라. 그렇게 인식을 하고 세기의 기도를 읽으면, 부시맨의 기도나 대승불교의 기도, 토착종교들의 기도에 대하여 큰 거부감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기독교 신자인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기도는 하나님과 신자와 나누는 영적인 대화라는 주장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또 그렇게 이해하며 기도 생활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음을 인정한다. 하나님과의 영적인 대화는 내가 가장 낮아지고, 정결한 마음이 되었을 때 더 진솔하게 이루어진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도를 하나님께 드리며 살아가는가. 기도를 해 놓고 응답이 되었는지 되지 않았는지 그 결과를 가지고 얼마나 많이 기뻐했으며, 또한 응답받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서 얼마나 많이 절망을 했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유명한 교황들이나 교부들, 신부들, 종교 개혁자들의 기도를 읽으며 그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음이 얼마나 큰 복인지 알게 된다. 문서로나마 그분들의 기도를 접하면서 가슴이 진탕되기도 하고, 한없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그들의 기도문을 읽으며 ‘참 순수하다. 이분들은 정말 순수하다. 이런 순수함을 내가 가질 수 있다면 나도 이런 기도를 하나님께 드릴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나님께 순수한 사람이 되고자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이 책 ‘세기의 기도’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책을 번역하고 엮은 이현주 목사님은 무엇을 독자들로 하여금 발견하기를 바라셨을까? 그냥 단순하게 좋은 기도문을 읽으며 감사하라는 뜻이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세기의 기도를 읽어 가면서 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시원하게, 혹은 뜨겁게 흐르는 그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면….
- 책 소개
《세기의 기도》는 로버트 밴 더 웨이어(Robert Van de Weyer)가 편집한 《Books of Prayers》(Castle Books, 1997)를 이현주 목사가 우리말로 옮기고 엮은 것이다.
디트리히 본회퍼, 토머스 모어, 에라스무스, 장 칼뱅, 블레즈 파스칼, 토마스 아퀴나스 등 개신교나 가톨릭계에서 잘 알려진 종교개혁가, 성직자, 신학자 등이 올린 기도문부터 아즈텍 부족, 딩커 족 등 문명화되지 않은 부족의 기도문이나 이슬람을 창시한 무함마드, 시크교를 창시한 나나크의 기도문 등 여러 지역과 종교를 가리지 않고 모았다.
- 책 속으로
그리스도님, 어찌하여 이 땅에 전쟁과 학살을 허용하십니까?
무고한 사람들이 잔혹하게 박해당하는 것은 무슨 감추어진 심판입니까?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에게 확실한 것은 당신 백성이 하늘에서 평화를 얻으리라는 것과
그곳에서는 아무도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것뿐입니다.
황금이 불로 순화(純化)되듯이 육신의 시련으로 영혼이 맑아져서,
저 밤하늘 별들을 넘어, 당신의 하늘나라에 받아들여질 준비를 갖추게 하소서.
― 앨퀸의 기도문에서 (310쪽)
신문을 읽을 때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한테 그토록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는지,
저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종교적 신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떻게 사람을 고문할 수 있는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증인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있는 그대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주님, 눈물로 간구합니다. 같은 사람에게 그토록 심한 상처를 입히는 자들을 부디 도와주십시오. 그들 가슴에서 증오를 제거해주시고,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게 해주십시오. 괴롭힘을 당하는 자들에게 힘을 주시고, 용기와 함께 더욱 든든한 믿음을 주십시오.
― 마이클 홀링스의 기도문에서 (30쪽)
곡식 한 알이 익기까지 얼마나 많은 해와 달들이 있어야 했는지, 당신 홀로 아십니다. 수확물이 얼마나 될는지 그것도 당신 홀로 아십니다. 제가 너무 힘들게 너무 빨리 일을 하면 추수거리를 주신 당신을 잊을 터인즉, 더 천천히 더 차분하게 일하면서 옥수수 한 알 한 알이 값을 매길 수 없는 당신의 선물임을 기억하겠습니다.
― 수우 족의 기도문에서 (384~385쪽)
- 나가는 말
기독교 고전 원전 번역본을 읽다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기독교회사를 공부하면서 등장했던 유명한 분들을 ‘세기의 기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 이분은 이렇게 기도를 하셨구나. 이때의 상황은 참으로 어려웠을 때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근사한 기도가 나올 수 있구나. 이렇게 가슴시린 기도가 나오는구나. 이렇게 애통이 가득한 기도가 나올 수 있구나.’
나도 모르게 그 시대 속으로 빠져들어 갈 수 있음은 기도문에 나온 기도자들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모두는 모르더라도 몇 분 정도는 들어 본 분들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이 두꺼웠지만 생각보가 훨씬 가벼웠다. 그 순간부터 책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기도를 하신 분들의 이름은 눈으로 읽기도 어렵지만 기도의 내용은 참으로 깨끗하고 아름답고, 순수한 그 자체였다고 생각된다. 나도 저런 기도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아직도 내 욕심을 채우는 기도만 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기도해 놓고 응답을 바라고 있지는 않는지 반성을 해 본다.
주님은 야고보 사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약 4:1-3) 너희 중에 싸움이 어디로부터 다툼이 어디로부터 나느냐 너희 지체 중에서 싸우는 정욕으로부터 나는 것이 아니냐. 너희는 욕심을 내어도 얻지 못하여 살인하며 시기하여도 능히 취하지 못하므로 다투고 싸우는도다 너희가 얻지 못함은 구하지 아니하기 때문이요. 구하여도 받지 못함은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기 때문이라.
2008. 3. 20.
-양미동(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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