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수필] 사람은 나름대로 다 완벽하다.

자오나눔 2008. 4. 20. 09:33
 

 

 


‘사람은 나름대로 다 완벽하다.’는 말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리라. 하나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던지 나름대로 다 완벽하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28회 장애인의 날이다. 특별한 날이 되면 장애인의 위치가 갑자기 높아지는 것 같다. 혹자는 이벤트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그렇게 해 주면 좋겠다고 말을 한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면 ‘이벤트성이라도 좋으니 사람답게 살고 싶소!’라고 속울음을 터트리는 노약자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도 감사의 조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든다.


장애인….

장애인에 대한 처우는 엄청 좋아졌다. 이것도 분명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생활시설을 만들면 장애인은 사용하기 힘들지만, 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면 비장애인들도 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렵다. 인식이 변하는 것이 우선인가 보다.


나도 지체1급 장애인이다. 물론 사고를 당한 후에 덤으로 받은 훈장이다. ^_^*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삶을 다 살아본 사람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내가 비장애인일 때는 장애인의 입장을 수박겉핥기식으로 알고 있었고, 장애인이 되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노약자를 위해 작은 것이라도 나누자고 한다. 이제야 철든 것일까? ^_^*


어제는 소록도에 살고 계시는 한센 병자들을 방문하고 왔다. 왕복 880km를 당일로 다녀오려니 운전하고 간 아내나, 함께 간 일행들 모두가 피곤했을 것이다. 나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진통제 주사 한 대 맞고 죽은 듯이 잠들었으니 말이다.

여러 가지 일정 중에 심방을 하는 순서가 있었다. 작은 정성을 모아서 전해드리고 간단한 예배를 드리는 순서다. 여든이 넘으신 할머님 집을 방문했었다. 양손의 손마디들은 하나도 없이 몽당손만 남아 있었다. 발은 무릎 아래로는 없었다. 눈은 이상하게 일그러졌고 입술이 녹아버려 조금만 남아 있는 상태니 침이 줄줄 흐른다. 그런 상태로 살고 계시는 분이 어떤 감사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 할머님은 감사하며 살고 있었다.

내 조막손과 할머님의 몽당손이 맞잡을 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할머님의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몽당손의 따뜻함을…. 함께 참석한 우리 모두는 할머님의 감사에 참 많이 부끄러웠다. 우리가 보기엔 감사할 조건이 분명히 없는데, 그 할머님은 감사하며 살고 계셨다.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을 나타내는 귀한 도구로 사용되는 할머님을 보면서, 다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었다.

‘사람은 나름대로 다 완벽하다.’


2008. 4. 20.


-양미동(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