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자유 게시판

21일 째...

자오나눔 2008. 10. 4. 22:59

21일.
오늘은 아내의 장례를 치른지 21일째 되는 날이다.
무척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이제 겨우 3주가 지났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것, 스치는 것,
눈 감아도 보이는 것 등은 온통 아내의 잔재들이다.
인생이란 참...

10월 1일 밤.
내 스스로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했었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속을 알 것 같았다.
정말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죽을수도 없는 몸이라 기도 핑계로 실컷 울기만 했다.
자기 전에 기도하기를 하나님, 오늘밤이 마지막 밤이 되게 해 주세요...
말도 안되는 기도인줄 알면서도 하게 된다.
아침이 되면 하루 잘 보낼 수 있게 해 달라고...
이게 참...

하나밖에 없는 누나가 암투병중이다.
그래서 아내가 하늘나라에 갔다는 말도 못했다.
이것이 하얀 거짓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요양을 위해 시골에 집을 구하러 간다고 내려갔단다.
오로지 교회와 가정밖에 모르던 분이었는데...
아내가 실종되고 얼마 되지않았을 때
자연스럽게 안부 전화해 주고 전화로 기도해 준 후 통화를 못했다.
누나에게 전화하면 내가 울어 버릴 것 같아서...

오늘 친구들이 봉사를 왔었다.
마음은 지옥인데 그래도 여름을 정리하고 겨울 맞을 준비를 하자며
열심히 일거리를 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만난다.
친구들은 변함없이 열심히 섬기다 돌아갔다.
항상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봉사자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었는데...

친구들을 수원역까지 태워다 주고 돌아 오는 길.
아내와의 수많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차창으로 하늘을 봤다.
어쩌면 영정 사진처럼 예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별 생각을 다했다.

집에 돌아 오니 지적장애1급인 아줌마가 심통을 부렸다.
수많은 거짓말이 진실처럼 둔갑하여 입에서 거미줄처럼 나온다.
진정을 시킨 후 저녁상을 맞는다.
식사 기도해 주다 꺽꺽대고 울었다.
참 바보다 난...

뜨거운 물에 담기려고 탕에 물을 받았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다 찬물이 나온다.
전기 온수기라며 50리터짜리라 걱정말라기에 두대나 설치했는데
욕조에 1/3 받고 나니 찬물이다.
또 속은 걸까?
난 항상 바보다.
내일은 자세히 알아봐야지...

이규환 목사님이 전화를 주셨다.
나를 아들처럼, 동생처럼 생각하는 분이시다.
나의 멘토가 되시는 분이다.
나를 나보다 잘 아는 분 중에 한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하며 인내하며 지내다 보면 해결 될 것이라 하신다.
맞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믿고 남에게도 말한다.
힘내야지...

동생 전도사가 전화를 했다.
수업시간에 제출해야 할 자료를 메일로 보냈단다.
보고서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쓸 때없이 투정만 부렸다.
친형처럼, 친오빠처럼 따르며 섬겨주는 고마운 부부전도사들인데...
미안하고 고맙고 그런다.

내일 예배 때 전할 설교와 주보를 프린트 해 놓고
안방으로 들어왔다.
친구 목사님이 선물해 줬던 부부십계명 표구가 눈에 들어 온다.
에효~
나도 단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다.
아침이 되려면 네번 정도 깨었다 다시 잠든다.
언젠간 이것도 해결 되겠지...

저녁상 앞에서 기도해 주면서 꺽꺽대고 울어 버렸던 일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힘들어도 나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인데...
힘들고 외로운 가족들 앞에서 못할 짓을 했다...
마음이 아프다...

'나와 너, 그리고 > 자유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힘들어 못살겠다.  (0) 2008.10.17
어제 오후에...  (0) 2008.10.09
나 참 기막혀…  (0) 2008.10.01
[스크랩] 정말 눈물 나게 바빴던 하루다.  (0) 2008.09.18
실종된 아내가 13일 만에…  (0) 200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