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스크랩] 작년 가을에

자오나눔 2008. 10. 21. 08:27

 

 

 

나그네 여행길에 세 가지만 있다면

그 여행은 행복한 여행이라고 했었지.

마음이 맞는 동반자와

부담되지 않는 짐과

돌아갈 집이 있는 나그네 여행은 행복하다고 했었지.


하루 일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천에 피어있는 들국화들을 만났어.

유난히 소국을 좋아했던 아내가 생각나

길가에 차를 세우고 노란 들국화 몇 송이 꺾었어.

한 송이 더 꺾으려 내밀던 손이 멈춰졌어.

이젠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가 없잖아…….

본향에서 날 기다리고 있겠지만

집에는 이제 아내가 없는 거야.

손톱 밑을 가시에 찔린 것 마냥 아프더라.


꺾었던 산국을 잡고 있을 수가 없어서

땅에다 꾹꾹 심어주었어

너무나 미안해서…….


작년 가을엔

감국 산국 소국 따다 그늘에 잘 말리고

그것도 모자라 가마솥에 볶았는데

이젠 감국도 산국도 부질없는 것이 되었네.

손님이 오시면 국화차 끓여 주자며

아내와 만들어 놓았던 것이 서재 어디엔가 있을 텐데…….


그래도 다시 들국화를 따야겠다.

반가운 손님 오시면 국화차 대접할 수 있도록…….

들국화 사연 들려주며

정담도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


2008. 10. 21.

-양미동(나눔)―

출처 : 자오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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