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새벽 기도를 마치고 차에 시동을 켭니다. 면사무소에서 건강검진을 한다고 나오라고 전화가 왔지요. 평상시는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일주일 사이에 내가 장의사차량을 운전하고 있었느니, 장의차량에 있었느니... 기분이 거시기 해서 건강건진이나 받자고 마음먹고 마도 면사무소로 갔지요. 시골이라 새벽잠 없는 어르신들이 왁자지껄합니다. 에고 더 늦게 올걸...(항상 후회는 할 걸입니다. 끙)
검진 장소가 2층이라네요. 목발짚고 보호자도 없이 다니려니 기분이 참 거시기 하데요. 시골 면사무소라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습니다. 계단도 많네... 계단 높이도 높네...(혼자 생각하는 겁니다) 힘들게 2층에 올라가니 거기도 어르신들이 왁자지껄... 근데... 저와 의료진 빼고 전부 7-80대 어르신들입니다. 갑자기 나도 나이 많이 먹은 사람처럼 생각이 되데요 거참~~ 키와 몸무게를 잽니다. 얼라? 키가 줄었어요~ 원래 173이었는데... 몸무게는 왜 이리 많이 나가는거야~~ 70키로라니!!! 혈압은 정상, 청력도 정상, 시력도 안경쓰고 1.2, 허리도 쟀는데 학인을 못했네~
1층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시험지에 묻혀 오랍니다. 시키는대로 해야 합니다. 시험지를 목발 짚는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다시 1층으로... 잘 묻혀서 다시 2층으로... (에고 힘들다. 운동부족인가벼~~) 이젠 피검사를 해야 합니다. 수술을 하도 많이 받아서 혈관 찾기가 보물찾기입니다. 담당의사 당항하기 시작합니다. 구경하던 할머님들이 수군댑니다. (의사가 잘 못하는가 봐... 나도 저러면 어쩌지?) (에고 할메~ 저는요 혈관이 없어서 고생해요. 제게서 혈관 찾는 의사는 명의에요 명의! 명의가 뭔지 알지요? 허준 같은 분요~)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혈관이 있던 곳을 의사에게 알려드리니 금방 뽑습니다. 아싸~!!
마지막 처방 내리시는 분인걸 보니 아무래도 원장선생님인가 봅니다. 몇가지 질문하고 1층에 가서 흉부촬영하고 또 뭐라고 하네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시설이 내시경을 할 수 없는 처지라 내시경 대신 하는 검사라는 말이었습니다. ) 1층에 내려가 버스 앞으로 가서 접수를 합니다. 계단이 6개입니다. 혼자 올라갈 수 없습니다. 아~ 이럴 때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갑자기 필리핀에 가 있는 아들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면사무소 직원이 보이기에 도움을 청합니다. 버스에 올라갔습니다. 흉부 촬영은 금방 끝났습니다. 다시 내려와 앞문으로 올라갑니다. 와~ 여긴 시티 촬영실 같습니다. 웅장한 기계가 검사를 하네요. 시럽을 입에 넣어주더니 주사기에 무슨 약을 함께 입에 넣어 줍니다. 부글부글 끓습니다. 얼른 삼키랍니다. 삼켰습니다. 하얀 액체가 든 종이컵을 주며 다 마시랍니다. 마셨습니다. 티슈를 주더니 입 닦으랍니다. 닦아습니다.(말도 잘 듣습니다.) 또 닦으랍니다. 그사람을 한번 쳐다봤습니다. 입가에 하얀 액체가 묻어 있답니다. 다시 닦았습니다.
기계에 올라갔습니다. 기계가 나를 눕힙니다. 좌로 우로 막 찍습니다. 다시 세우더니 무슨 봉 같은게 나와서 복부를 마구 누르면서 사진을 찍습니다. 다 되었다고 내려 오랍니다. 혼자 내려 오지 못해서 그냥 서 있었습니다. 건장한 남자분이 오시더니 내려 줍니다.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초코파이 한개랑 음료수 한개를 줍니다. 갑자기 헌혈했을 때 받았던 빵과 우유가 생각납니다. 인사를 드리고 차로 갑니다.
시동을 켜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지킴이가 반갑다고 꼬리치며 짖습니다. 사람보다 나을 때가 많은 지킴이입니다. 아침밥을 차려 먹습니다. 휠체어 타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 가져와 식탁에 있는 밥솥에서 밥을 꺼내 먹었습니다. 혼자 먹는 밥은 별로 맛이 없습니다. 식기는 싱크대에 담궈 놓습니다. 밥솥이 충분하게 불리면 씻어야겠습니다.
식사 후 아직 커피는 마시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할 일이 많습니다. 내일 새벽에 출발할 춘천 나눔의 동산 봉사 갈 준비도 해야합니다. 사역 앞에서는 여전히 힘이 나는 나눔입니다. 어제 밤에는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여전히 아침은 나를 찾아왔고 태양은 뜨던데요? 그러니까 힘을 내야지요~
모두 사랑합니다. 힘냅시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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