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 그리고/나눔의 문학

[스크랩] 우리 생애에 가장 아름다운 고백

자오나눔 2011. 3. 11. 23:18

      며칠 전에 아내와 이샘과 함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고백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았었다. 이샘의 연세는 65세이고 송샘의 연세는 70이라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표를 4장 예매해 놓고 밤에 함께 가자고 했더니, 송샘은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아침에 출근해야 한다며 가지 않겠다고 하기에 셋이서 수원으로 나가 영화를 보고 왔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가 했던 말은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은 인생을 아는 사람이다.”라고 소감을 말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목젖이 아리하게 치밀어 오르는 무엇을 누르느라 애쓰고 있었다. 당연히 우리들의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고, 유년시절에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일이었는데, 지금은 영화로 보면서 감동을 먹고 목젖을 달래며 꺽꺽대는 내 모습은, 이 시대가 점점 메말라가고 있고,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다가 신기루를 만나 감격해 하는 어느 지친 나그네의 모습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따뜻하게 눈 내리는 새벽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만석과 이뿐! 사랑하는 그대를 생각하기만 해도 얼굴에 함박웃음이 가득 번지는 설레는 사랑으로 이어지기 시작한다.

등에 업혀 “오늘은 뭐했어?”라고 묻는 아내 순이가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남편 군봉!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해온 군봉과 순이, 서로가 없는 삶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이 두 사람에게 최고의 어려움이 다가오는데….

인기 만화가 강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노인 2쌍의 사랑 이야기를 애틋하게 풀어낸 이 영화는 인생 황혼기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자칫 밋밋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는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으로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감동이 담긴 풍성한 영화로 완성됐다.

수십 년 연기 경력을 지닌 노배우들은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이야기를 이끈다. 특히 이순재는 엉뚱한 행동과 거친 대사로 큰 웃음을 안겨준다. 또 속 깊은 마음을 지닌 캐릭터를 따뜻하게 표현하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여기에 오달수, 이문식, 송지효 등 조연들의 맛깔스런 연기가 더해져 완성도를 높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 세사람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운전대에서 묵묵히 전방을 주시하며 운전하고 있었고, 아내는 조수석에서 눈을 감고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뒷좌석의 이샘은 연신 손을 만지고 있었다.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짧은 우리들, 순간 순간 어려운 일을 만날 때면 이 영화가 많이 생각나겠다는….


그리고 오늘 저녁에 티비를 틀어 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 어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귀에 익어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알던 분은 아니었지만 목소리는 귀에 익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귀에 익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분은 34년이나 목회를 하셨던 목사님이셨다.


기억을 잃은 아내. 어떻게 내 사랑을 전하나?

- 자고 나면 어제의 기억을 잃는 아내에게 사랑을 각인시키고픈 남편의 애틋한 이야기.


쌀쌀한 바람이 부는 아직은 이른 어느 봄날의 공원. 연인들 속 조금은 특별한 커플이 눈에 띄었다. 보라색 옷에 화려한 핑크색 모자를 커플룩으로 맞춰 입고 손을 꼭 잡은 채 산책을 하는 백발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들은 부부일까? 연인일까? 지나가는 이들의 질문공세는 끊이지 않았는데…. 그런데 놀랍게도,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단다.

"남편? 나는 남편 없는데…."

"이 할아버지는 남편 아니야, 누구냐고? 글쎄…. 누구세요?"


홍현봉 할아버지(84)와 이다순 할머니(85)는 65년을 함께 산 부부다. 네 남매를 낳아 출가시킨 후 부부만 남은 집에는 아침마다 기이한 일이 펼쳐진다. 잠에서 깬 할머니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처음 보는 집인 양 어색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 더 욱 더 놀라운 것은 65년을 함께 산 할아버지조차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이상한 행동을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치매 판정을 받고 난 후부터. 할머니의 기억은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더니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단기 기억 장애도 심해져 할머니의 기억력은 고작 하루뿐. 그 탓에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만나는 낯선 사람이다.

"백번 천 번 말했어요. 사랑한다고…. 그래도 아내는 날 기억하지 못하니 아침 말해야죠. "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할머니에게 자신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사진을 보여주며 지난 세월을 설명하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할머니는 녹내장 후유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사랑 표현’ 항상 커플룩을 입어 부부임을 알리고, 쉼 없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며 자신이 남편임을 인식시키는 것. 그렇게 할아버지는 애처가가 되었고, 아내 밖에 모르는 팔불출이 되었다.


치매, 기억은 지워져도 느낌은 남는다.

- 2010년, 미국 아이오다 대학 연구팀

할아버지의 지극정성 때문이었을까? 할아버지의 고백을 들을 때 할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체온과 손길, 목소리를 기억해 낸다. 그렇게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믿고 의지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불안하다. 혹시라도 여기서 더 나빠지게 된다면…. ‘나’에 대한 느낌마저 기억해내지 못하게 된다면…. 할아버지는 매일 밤 아내에게 당부한다.

"내일은…. 나를 기억해줘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사랑 고백을 할 수 있을까…. 84세의 연세에도 이세상의 누구보다도 아내가 예쁘다고 자랑하며, 틈만 나면 85세의 아내에게 “사랑합니다.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도 예쁠까?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찌~잉’한 사랑과 ‘짜~안’한 사랑을 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두 편의 감동을 보면서 어떤 것에 더 감동을 먹었느냐고 누군가 물어 본다면 그 사람을 이상하다고 쳐다 볼 것 같다. 그러나 굳이 순위를 정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할 것 같다. “기억을 잃은 아내. 어떻게 내 사랑을 전하나?”에 0.0001 정도 더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이다.

사람은 아주 작은 것에도 감동을 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기억을 잃은 아내. 어떻게 내 사랑을 전하나?’를 보면서 세상에 이런 순애보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가 나왔다. 그러면서 나는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극장에서 곁에 있던 아내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당신을 저렇게 업어줄 수 없어서 미안하이.” 목발 짚고 살아가는 남편이 아내를 업어주지 못함이 당연하지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는 내 마음이었다.


2011. 3. 11.

-양미동(나눔)-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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