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보니 이불과 옷이 흠뻑 젖어 있는 걸 본 동근 삼촌,
얼른 씻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 서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더라고...
겨우 일어서서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서 또 넘어진 동근삼촌을 부축하여 변기에 앉혔는데 다시 방으로 들어 오겠다고 하신다.
소변이 마려웠는데 나오질 않는다고 하신다.
갑자기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나오게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물소리 들으면 소변이 잘 나온단다.
그러나 나오라는 소변은 안나오고 방귀만 나오는 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 입히고 보니 왼쪽 발등이 많이 부었다.
여태 괜찮았는데 왜 부었느냐고 물으니 어제 밖에 나가서 햇빛 쪼이고 들어왔는데 부었다고 하신다.
복숭아 뼈 있는 부분은 굳은 살이 두껍게 앉아 있다. 발목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워커를 짚고 걸을 때마다
다리를 질질 끌었고 그러다 세월이 지나니 굳은 살이 밖혔다고 하신다.
동근삼촌 말로는 10년 전부터 생긴 굳은 살이라고 하는데 신빙성은 별로 없다.
발목부터 발등까지 부었기에 압박붕대로 감아 드렸다. 그리고 내가 먹는 항생제를 두알 드시게 했다.
또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치신다.
왜 그러느냐 물으니 화장실 가려고 한다는 거다. 부축해 변기에 앉혔다.
대변을 본다기에 앉혀 놓고 괜찮겠냐 물으니 걱정마시고 일 보라 하신다. 변을 보고 혼자 엉덩이로 기어서 방으로 가겠단다.
마침 포크레인이 와 있기에 밭에 나가 정리할 곳을 지정해 주고 방으로 가 보니 방에 누워계신다.
변이 안나와 그냥 오셨단다.
점심 시간이 되니 안산에서 강목사님과 이목사님이 오셨다.
강목사님께 동근삼촌 침을 놔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침술사 자격증도 있으시니 어려운 분들 찾아 다니며 무료로 침도 놔 주시곤 한다.
오른 발이 피가 안통하는지 항상 차고 마비되어 있기에 부지런히 주물러 주라고 잔소리도 하고 주물러도 주지만
워낙 귀차니즘에 빠져있는 분이라 말을 듣지 않는다. 대답은 잘 하는데 말이다.
오른발에 침을 놓는 모습을 보다가 아침에 감아준 왼쪽 발등의 압박붕대에 시선이 갔다.
부기가 많이 빠졌다.
그런데 압박붕대에 피고름이 묻어 있다. 붕대를 풀었다.
복숭아뼈 있는 부분, 굳은 살이 두껍게 앉아 있는 부분에서 피고름이 나오고 있었다.
눌러 보니 고름이 마그마처럼 흘러 나온다. 계속 짜 냈다. 제법 나온다.
약상자에서 포비딘과 분말 마데카솔, 거즈와 압박붕대를 가져왔다.
굳은 살이 한쪽으로 밀려 나 있다. 굳은 살을 손으로 잡아 떼어 낸다. 피고름이 더 쏟아 진다.
포디빈에 담겨져 있는 솜뭉치로 굳은살이 떨어져간 부위를 닦아 낸다. 세상에...
안에 구멍이 움푹 나 있다.
포비딘을 부어 가며 계속 피고름을 짜 낸다.
내 오른 손은 조막손이다. 제대로 잡아 주지도 못하지만 나름 쓰일 곳이 많은 손이다. 그런데 이번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왼손으로 곪은 부위를 눌러 가며 고름을 다 짜냈다.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속상해서 울었고, 굳은 살 속으로 곪고 있었는데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미안해서 울었다.
가족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모두들 자기들은 돌 볼 능력도 안되고 아무 것도 모르니 원장님이 알아서 하시라고만 한다.
다시 상의하려고 전화하니 이젠 받지도 않는다.
가족들에게 버림 받은 동근 삼촌이 불쌍해 울었다.
사람은 버릴지라도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음에 감사해서 울었다.
피고름을 짜 내면서 갑자기 한센병자들의 피고름을 입으로 빨아 냈다는 손양원 목사님이 생각났다.
그리고 기도를 했다.
'주님, 부족한 종에게도 은혜를 주셔서 어떤 상황에서도 담대하게 하시고 사랑으로 행하게 도와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피고름을 모두 짜 내고 포비딘을 듬뿍 바른 후, 분말 마데카솔을 포비딘이 모두 스며들 때까지 듬뿍 뿌려 준다.
거즈를 대고 압박 붕대를 감아 준다.
투병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압박 붕대는 잘 감는다. 따지고 보니 내가 투병 생활 했던 것까지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권전도사님이 택배로 빵을 보내 오셨기에 두분 목사님과 양로원, 그리고 자오쉼터로 골고루 나눴다.
양로원에 빵을 싣고 갔다. 목사님들과 담소를 나누며 차 한잔 마시고 기저귀를 한봉지 얻어왔다.
하루에 4-5장은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소변을 자주 보시는 상태라 기저귀 값도 무시 못하겠다.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밭에 사람들이 한무리가 되어 냉이를 캐고 있다.
내가 차에서 내려 "많이들 캤습니까~~"라고 인사를 했더니 "없네요~" 하며 모두 돌아 가신다.
석봉 삼촌과 인선씨와 함께 밭에 뿌릴 퇴비를 한쪽으로 옮겨 놓고 내려와 다시 가보니 동근 삼촌이 기운을 많이 차렸다.
한번 앉아 보라고 했더니 앉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조금만 더 기운 차리면 앉을 수도 있겠다.
기저귀를 채워 놨으니 소대변 걱정말고 누워 있다가 밥은 앉아서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라고 했다.
따뜻한 방에서 벼개를 베고 옆으로 누워있는 동근 삼촌을 보며
내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두 다리로 설 수만 있어도 제대로 부축을 할텐데, 내가 두손을 다 사용할 수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텐데...
오늘처럼 내가 내 마음대로 몸을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이라는 것이 속상한 적은 없었다.
다 잘되겠지... 다 잘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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