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봉 삼촌의 연세는 72세입니다.
지적장애3급인데 청각장애까지 있습니다.
무슨 말을 알아 먹게 하려면 크게 말을 해야 하기에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혼내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아들도 청각 장애인인데 석봉 삼촌까지 그러니 속이 터졌습니다.
내가 답답해서 거금을 마련하여 보청기를 해 드렸지요.
잘 들린다고 신나하더니 어느날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건전지가 다 떨어져서 들리지 않았는데 고장 났다고 버려버렸습니다.
찾아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답답한 상태로 살아야 했습니다.
가출했던 석봉 삼촌이 어제 돌아오셨습니다.
살은 빠졌지만 건강해 보였습니다.
여전히 담배는 골초였고 귀는 들리지 않습니다.
저를 보더니 반갑게 볼을 부비던 삼촌은 여전히 순수하십니다.
그래도 눈치는 달인입니다.
들리지는 않아도 말은 합니다.
필요한 말만 합니다.
가출 전에는 그래도 말을 잘 했는데 말이 줄었습니다.
하루 밤을 지내고 나니 말을 제법 합니다.
그런데 남이 하는 말은 알아 먹지 못합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답답합니다.
덩달아 제 마음도 짠해집니다.
대학 동기가 안양에서 제멘스 보청기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돈은 나중에 드리겠다며 먼저 보청기를 해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흔쾌히 승락을 합니다.
보청기 하러 가자고 석봉 삼촌을 찾는데
아침을 먹고 마당을 빗자루로 쓸고 있습니다.
주로 마당이나 길을 쓸고 쓰레기 줍는 일을 좋아하십니다.
농사철에는 밭에서 잡초를 뽑는 일도 즐겨하십니다.
그것이 석봉 삼촌의 소일거리입니다.
추운 겨울에는 집에서 있다가 날씨가 풀리면 열심히 일을 하십니다.
어느 정도 할 일이 끝나면 슬슬 가출할 구상을 하십니다.
그러다 모두 자는 밤에 훌쩍 가출을 하십니다.
실컷 돌아다니다 추워지면 다시 돌아 오십니다.
마당을 다 쓸었다고 하십니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잘했다고 칭찬하니 좋아 하십니다.
차 타고 간다고 하니 신났습니다.
외출복으로 갈아 입으러 방으로 들어 가십니다.
오늘은 석봉 삼촌 보청기 하러 가는 날입니다.
보청기를 하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일 석봉 삼촌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석봉 삼촌은 오늘이 최고로 행복한 날이 될 것입니다.
날마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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