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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경필사 합본을 보면서….

자오나눔 2012. 9. 23. 09:24

안양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교정이라는 이름으로 찾아간 지 벌써 햇수로는 13년이 되었다. 처음 해보는 교정사역이었다. 처음 교도소에서 사역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땐 솔직히 두렵기도 했었다.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가지 말아야할 곳 네 곳이 있는데 병원, 경찰서, 법원, 교도소라고 했다. 병원이야 워낙 수술을 많이 받았던 사람인지라 병원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지만 나머지 세 곳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중에 어떤 일이 있어도 가지 말아야 할 곳이 교도소라고 했는데, 수형자의 입장이 아닌 방문자의 입장으로 간다고 하지만 두렵고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 하는 교도소 사역이라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재소자와 방문자들이 친해지게 되었고, 절박하게 부탁하는 사연(적어준 전화번호로 안부 전화를 해 주는 것 등)을 거절할 수 없어서, 책임자인 나에게조차 보고하지 않고 재소자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실수를 저지르는 사고도 생기곤 했었다. 그 후로는 철저하게 교도관을 통해서만 접수되는 사연을 들어주기로 방침이 정해지곤 했었다. 주로 면담을 통해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재소자와의 면담도 함께 참석한 목회자들만 할 수 있도록 가닥이 잡혀갔다.

그렇게 몇 년을 사역해도 믿음의 사람으로 변하지 않는 재소자들을 보면서 낙심도 많이 되곤 했었다. 어느 날 그들을 위해 기도하다 깨달은 것, 그 사실은 나의 뒤통수를 쾅 하고 때리고 있었다. 교도소 사역을 내가 한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사역을 인간의 방법대로만 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들여다보니 하나님이 하신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있었다. 얼마나 교만한지….

 


그렇게 기도를 하다가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가 바로 성경 필사였다. 마침 오래전에 나도 성경 필사를 하다가 하나님께서 역사하심을 체험했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재소자들에게 성경 필사를 권면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신구약 중 어느 것이든 먼저 쓴 사람에게 영치금을 넣어 드리고, 신구약을 모두 필사하면 그것을 법전처럼 멋지게 합본하여 드리고, 영치금도 따로 넣어 드리는 방법을 택했다. 처음에는 필사 노트를 공급해 주다가 편지지로 교체가 되었다. 그러던 중 함께 교정사역을 하시는 백승주 집사님이 성경 필사지를 인쇄하여 원하는 재소자들에게 공급해 주기로 약속을 하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공급을 해 주고 계신다. 그렇게 성경 필사가 끝나면 멋지고 근사하게 합본을 해서 다음 집회 때 가지고 가서 영치금과 함께 시상을 해 준다. 물론 격려와 갈채를 함께 드림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에도 한 재소자가 성경 필사를 마치셨다. 이분은 청각장애인 재소자였다. 수화 통역자가 없어서 대화는 나누지 못했지만 그가 보내준 사연을 보면 성경을 필사하면서 많은 은혜를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감사할 일이다. 성경 필사를 마친 분들의 합본을 해 준 것이 벌써 열두 번째가 되었다. 성경 66권을 펜으로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에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 드리면 너무나 행복해 하신다. 세상에서 딱 한권밖에 없는 성경책이니 얼마나 귀한 책인가. 성경을 필사하고 성경 필사한 합본을 상으로 받은 재소자의 92%는 다시는 교도소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아쉽지만 단 한 사람만 출소하여 술을 마신 후 술김에 사고를 쳐서 다시 들어가 있지만, 그도 다시 성경을 쓰면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기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소자들의 성경필사. 참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성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들이 성경을 기록하며 하나님께 회개하고 다시 세상에 나가면 내 가족과 내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재소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하고 출소자들을 챙길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은 나와 내가족, 내 이웃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출소자가 다시 범죄를 한다면 그 대상은 나와 내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재소자가 기록한 성경 말씀을 멋지고 근사하게 합본하여 놓고 2월 교화행사 때 전달할 그 순간을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말씀으로 그에게 격려를 해 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2010. 1. 24.

-양미동(나눔)―

출처 : 자오쉼터
글쓴이 : 나눔(양미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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