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준열이는 이제 만 4살 난 천진난만한 개구쟁이 꼬마
다. 자기 뜻과는 전혀 상관없이 친 엄마의 얼굴도 모르고 살아가
고 있는, 알고 보면 가슴아픈 사연이 조금은 있는 아이다. 준열이
는 다른 친구들이 벌써 자유 자재로 구사하고 있는 언어를 아직
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짧은 단어만 아쉬운 대로하고 있는 것이
다.
걱정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상한 말들이 내 귀에 들려 오고
있었다. "말이 늦은 아이는 조기에 특수 교육을 받아야 한다던
데...." 그럴 때마다 나는 완강히 부인했다. 교회만 열심히 다니고
기도하고 찬송하다 보면 말문이 열리는 '에바다'의 역사가 일어나
리라는 믿음 하나로 버텨 오고 있었다. 물론 걱정이 안 되는 것
은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간절히 매달렸다. "예수님, 보고 계시
지요? 예수님의 축복 속에 태어난 저 아이가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데, 저 어린 영혼이 주님의 음성을 듣고 말문이
열리는 에바다의 기적을 원합니다. 도와주소서."
준열이는 조금씩 말을 배우고 있었다. 틈만 나면 자연스럽게
말을 가르쳤다. 짧은 단어는 곧 잘하는데 단어가 조금 길거나 강
한 발음은 아예 되질 않았다. 솔직히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준열
이가 주일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주일학교에
다녀오면 준열이는 어김없이 새로운 언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하
나님의 역사는 알게 모르게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어쩔 때는
"ㅆ라 ㅆ라 ㅆㅆ" 도저히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를 할 때는 가슴
이 아팠다. 그러나 다른 쪽으로 마음을 돌려본다. "어! 우리 준열
이는 벌써부터 방언을 하네? 야~ 준열이 방언을 통역할 수 있는
은사를 받았으면 좋겠다." 가슴아픈 아빠의 바램이었다.
어제 밤에 준열이가 제 스스로 와서 아빠와 잔다고 한다. 가슴
이 뭉클했다. 모른 채 하면 다시 가 버릴까 봐 하던 일도 멈추고
준열이를 품에 꼬옥 안고 잠을 청했다. 벌써 준열이는 잠이 들었
다.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고 있는지, 입가엔 천사의 미소가 번지
고 있었다. 이럴 때 부모들이 "눈에다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
이라"고 했나 보다. 내 마음이 바로 그 마음이었다.
모처럼 깊은 단잠을 잤다. 그런데 아뿔싸! 벌써 날이 밝아 버렸
다. 오늘은 새벽기도를 빼먹어 버렸다. 한때는 새벽기도를 못 갔
던 날은 아침밥 먹기를 포기하던 때도 있었는데, 정말 속이 편치
를 않았다. 그런데 준열이가 부시시 일어나더니 "아빠! 목양교회
안 갔지?"하고 묻는 것이다. 쩝쩝 입맛만 다시고 있었다. 죄 없는
준열이에게 군밤만 한 대 주었다.
아침을 먹고 준열이와 벚꽃 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만개
한 벚꽃은 꽃 그 자체로 우리의 가슴을 파고 들어오고 있었다.
좋았다. 준열이와 사진도 한 커트 찍었다. 그런데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놀고 있던 준열이가 한마디한다. "아빠! 목양교회 가야
지이~" 내가 물었다. "목양교회는 왜 가야 하는데?" 준열이의 대
답 "하나님 만나러 가야지이~" 어? 이놈 봐라. "하나님은 왜 만나
러 가야 하는데?" 준열이의 이 한마디에 내 입에서는 주여~ 가
나오고 있었다. "축복해 주세요 하러 가야지이~" "예수님, 감사합
니다. 진정 감사합니다."
준열이와 교회로 갔다. 가는 길에 준열이는 나의 휠체어를 밀
어 주고 있었다.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없이 대견함을 느끼는 것
은...... 준열이와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고 왔다. 정말 준열이의
말처럼 "예수님, 저희들이 보이시지요? 저희를 축복해 주세요" 내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히고 있었다. 아멘.
1996.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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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의 믿음이 아빠보다 크다. 지금 이 순수한 믿음을 그대로 키
워 갔으면 좋겠다. 우리 준열이 언제나 주만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도 기도하마. 사랑한다 아들아... ^_^*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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