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20] 널 위해서라면....

자오나눔 2007. 1. 11. 14:55
     사랑하는 나의 준열아....
     지금 너의 잠든 모습을 보며 이렇게 몇 자 적어 본다.
     따뜻한 봄날에 새초롬이 피어나는 이름 모를 들꽃을 닮기
   보다는, 청초한 모습의  제비꽃을 닮기보다는, 밟히고 또 밟
   혀도 아침이  되면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싱싱하게 살아 있는 들풀의 끈기와 백합화의 아름다운 향기
   를 날릴 수 있는 아들로 자라 주길 아빠는 기도한단다.

     아들아........
     지금 생각해 보면 감히 어떻게 너와 난 3박 4일간의 여행
   을 생각하게 되었고,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는지 대견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정말 父子는 용감했다는  말로 감히 표현을
   해 보고 싶구나...
     지금 생각해 보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모든 여정이 주님이
   함께 하셨음을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단다.  출발 때의 예기
   치 않았던  친절한 택시 기사  아저씨, 그 아저씨의  아무런
   대가도 없는 차량 봉사는  아직도 세상은 아름답다는 걸 너
   와 나에게 보여 주었던 작은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한단다.

     대구 공항에 내려 우린  또 다른 체험을 하게 되었지? 아
   빠의 휠체어를 6 살배기  치곤 너무 작은 네가 밀어 주겠다
   고 우길 땐 아빤 참으로 감사했단다. 그리고 고마웠단다. 우
   리 준열이가 저렇게 컸구나......
     대구 나눔의  사무실에 들려 나눔의  식구들과 상봉을 한
   후, 너와 난 또 다른 만남을 가졌었지?
     통신에서 아빠가 알게 된 우상영 삼촌, 정확실 고모, 김진
   영 고모, 그리고 나꿍이,  나꿍이는 실이 고모 딸인데 참 똑
   똑했지? 누가 엄만지...  실이 고모가 딸 같더라  그치? 빙그
   레~~~
     우린 물회로 식사를 하고, 마땅한 장소가  없어 가까운 노
   래방에 들려 잠시  시간을 보냈지만, 아빠에겐 참으로  아쉬
   운 시간들이었단다.
     그런데, 준열아...
     아빤 깜짝 놀랐단다. 있잖아.... 실이 고모가  어쩜 너와 나
   에게 아픔을 남겨  놓고 가 버린 너의  엄마와 그리도 닳았
   니.....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뻔 했단다. 세상엔 닮은 사람도
   있더라.
     다음날은 나눔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을 마치고 미문식구
   인 양철원 삼촌과 영수기 고모를 만나러 갔었지? 거기서 온
   유 엄마의 정성이 담긴  저녁을 맛있게 먹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구나.

     밖에는 촉촉한 봄비가 내리고  있는데 우린 그 밤에 장소
   이동을 해야 했구나.  휠체어는 사무실에 놔두고 목발만  짚
   고 이동을 하려니 정말 힘들더구나.
     가슴 깊이 스며들  것 같던 늦은 밤의  봄비는 조금 청승
   맡더라 그치? 택시를 잡기 위해 고생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
   다가, 네가 택시를 부르는 소리가 밤하늘에 메아리칠 때, 아
   빠의 가슴속에  울리는 그 소리는  뭐였을까.... 너의 부르는
   소리에 택시는 서  주고, 더 이상 이슬비를 맞지  않아도 되
   었었지?

     택시를 타고 오는데  앞차가 급정거를 하고, 둔탁한  소리
   가 들리고, 도로  바닥엔 오토바이와 건장한 남자가  널브러
   진 채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데,  사람부터 병원으로 옮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 사람들이 야속하다는  생각도
   해 보았단다. 교통 질서를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난 사
   고 같던데.... 법은  지키라고 있는 건데... 아무튼  그 아저씨
   는 어떻게 되었는지 참 궁금하다..그치? 아무런 일이 없어야
   될텐데....
     목사님 댁에 도착한 우린 밤늦도록 다음날에 있을 행사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구나. 넌 천방지축 사고만 치고....
     3.1절날 컴퓨터 선교회의  만남이 이루어 지고 많은  분들
   도 보고,  참 좋았었단다. 그때 준열이는  스타가 되어 있더
   라? 어떻게 아빠보다 더 유명 인사가 됐지? 빙그레~~~
     오후엔 간증 집회에 참석하여 간증도  하고... 저녁엔 청파
   문학상 시상식  사회를 보고.... 엄청  바빴던 여정이었던 것
   같구나....

     아침을 먹고 교회에  들려서 기도하고 나오다가 네가 2층
   계단에서 1층까지  굴러가며, 아빠를 부르며 쳐다보던  너의
   눈빛이 왜 이리도 가슴 깊이 아프게  와 닿는지..... 미안하구
   나..준열아...
     아빠의 비명 소리와 너의  비명을 듣고 너에게 몸을 날리
   던 이왕욱  목사님의 모습에서 작은  예수를 만나고 말았단
   다. 너도 그치?
     새벽 기도를 드리고 와  아침에 공항으로 나가기 위해 널
   깨우니 아무런 짜증도 부리지  않고 일어나는 널 보며 아빤
   참 좋았단다.
     3일 밤을 자며, 엄마가 보고 싶다고 전화  해 달래서 전화
   를 해 주면, "엄마..준열이가 엄마보고 싶어요..."하고  울먹이
   던 너의  모습이 눈에 선  하구나... 네가 부르는 엄마가  친
   고모라는 사실을  알기 전에, 좋은  일이 생겨야 할텐데...그
   치? 빙그레~~~
     아침 일찍이  공항에서 전화를 할  때 마음이 착잡하더구
   나.... 그새 정이 들었었나 보다...
     서울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바로 교회로 가서 하루를 시
   작하여 버렸구나... 그래도  우리 준열이는 대견해..... 예배를
   다 드린 후에 엄마 보러 간다고 집으로 갔으니 말이야...
     이제 아빤 피곤하구나...... 오늘도 밤을 새워야 될 것 같은
   데....
     오늘 부산에서 있었던 소영이 삼촌과 행보기 고모의 결혼
   식에 참석 못한 안타까움은 있었지만...  언젠간 아빨 이해해
   주겠지?
     아무튼 3박 4일간의 여행(?)동안에 우린  더욱 가까워졌다
   는 그것 한가지만으로도 아빤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단다.
     지금 준열인 꿈속에서 누굴 만나는데 그렇게 빙그레 웃고
   있니? 궁금하다야... 에라  모르겠다. 준열이 이불 속으로 아
   빠도 들어가자..쏘옥~~~
     샬롬~~~~

     199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