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 76] 정승집 개가 죽으면.....

자오나눔 2007. 1. 15. 11:29
갑자기 이런 말이 생각난다.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넘치지만 정승이 죽으면 강아지 한 마리도 안 온다]
좁은 영안실....
울다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 가족들..... 가족들이라고 해 봐야
35살의 아내와 11살, 8살 짜리 딸, 아빠가 죽은 줄도 모르고 사람
들이 몰려 오는 게 좋다고 뛰어 다니는 철없는 6살 짜리 아들.....
한쪽에 고스톱 판을 벌리고 있는 3명의 문상객.... 이게 영안실의
풍경이다....
누구를 위하여 그렇게 발버둥치다가..... 흑백 초상화에 온화하
게 웃고 있는 그를 보며 솟아오르는 설움을 누르려는데, 왜 이렇
게 속울음이 솟아 나오는지... "자네가 살아 있고 다른 사람이 이
리 됐다면 오늘 이 자리가 이렇게 초라할까... 여보게 자네 이걸
보고 있는가? 자넨 회사 일을 위해 무리하며 출장을 떠났고, 출
장 가는 도중에 이런 참변을 당했는데..... 회사에서 보낸 화환만
이 덩그라이 놓여 있구먼..... 어제 밤에도 이렇게 초라하더니...."
아빠가 돌아가신 것을 아는지 아니면 죽음 그 자체를 몰라서
이리라.... 찾아오는 문상객들과 장난치는 6살 짜리 상주를 보며,
준열이를 생각해 본다.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침대에 그대로 엎
드린 채 이대로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만약 내
가 죽었다면 준열인 그걸 알까.....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
들은 단순한 아이일 뿐인데.... 그 아이들의 사고에 내 사고력을
대입시켜 보는 내가 왠지 바보 같다.
상주가 서 있어야 할 자리에 조카사위 혼자 서 있는 모습이
왜 이리도 허전하게 보이는가.... 이게 나의 일이 될 수도 생각을
해 보니 더욱 그렇다..... 혼자서 넋두리를 해본다. '자네.... 천국
갔는가?'
1997. 7.5.
부천에서 나누미가...
...................................
아들아....
내가 네게 해 줄게 아무것도 없음을 이제 또 깨달아 본단다.
오직 널 위해 기도해 주는 것밖에...
남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거라 내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