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0.5
간밤의 꿈자리가 하도 뒤숭숭해서 오늘은 조심해야겠다는 생
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어 버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주
일이고 일정이 조금 바쁠 것 같다.
1부 예배를 드리고 룰루랄라 아는 형님과 차를 타고 인천으로
달린다. 아는 누님이 장애인들에게 가져다 주라고 추리닝 70벌,
가방 40개, 쌀 2가마를 준비 해 놓으셨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
겠다. 너무나 좋았던 그곳에서 누님께서 배식해온 점심을 먹고
차에다 짐을 옮겨 싣는다. 뒷 좌석에 가득찬다. 이걸 받고 몇달
은 쌀 걱정을 하지 않을 존경하는 그분과 노오란 병아리 색의
추리닝을 입고 좋아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좋다.
벌써 집에 다 왔다. 집에 짐을 내리는 형님, 난 목발에 겨우
내 몸만 의지한 채 벽을 기대며 계단을 올라간다. 현관에 신발
들이 너무 많다. 조카의 친구들이 주일이라고 놀러 온것 같다. 목
발로
목발을 한개 밖에 짚질 못한다. 오른손은 아에 목발도 잡질
못한다) 신발을 대충 정리하고 목발에 힘을 주고 한걸음을 떼려
는 순간, 쫘악 미끄러지는 목발... 반사적으로 불량품이 되어 있
는 오른 손으로 신발장을 짚는다. 뚝! 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
며 와장창.... 넘어지는 순간 팔을 기운이 한개도 없고 내 입에
선 아고 하나님 대신에 아이고 엄니..가 나온다. 부축을 받으며
침대로 가 옷을 벗겨 보라고 한다. 피가 엄청 나오는 것 같다.
오른 팔이 말을 안들으니 옷을 벗기기도 힘이 든다. 겨우 상의
를 벗고 보니 피는 나질 않는다. 점점 부어 오르는 어깨가 심
상치 않다. 하도 아파서 당겨 달라고 부탁을 한다.
형님은 급한 일 때문에 가라고 하시고 교회에 전화를 하여
아무나 빨리 오시라고 했다. 차를 끌고 오시는 집사님과 전도사
님이 무슨 일이냐며 묻다가 날 보시더니, "그 몸에 어디 부서질
곳이 있다고 또 부러졌냐"며 안스러워 하신다. 부목을 할게 마땅
치 않아 신문지를 두껍게 말으니 훌륭하다. 겨우 부목을 하여
업힌채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다. 어지간히도 병치레를 했는데...
수속을 마치고 엑스레이를 찍어 보더니 뼈가 부러지고 튕겨 나
갔단다.
그걸 바로 잡아야 한다며 장정 셋이서 당기는데.... 얼마나 아
프던지 그 순간엔 제발 기절 좀 시켜 달라고 기도가 나온다. 온
몸을 땀으로 목욕하고 다시 엑스레이를 찍으러 간다.
사고 난지도 벌서 하루를 접어 간다. 반 깁스를 하고 진통
제를 맞고 나니 견딜만 하다. 주일이라 응급실의 일 처리가 비교
적 느린 편이다. 혼자 가만이 누워서 생각을 해 본다. 이번엔 또
얼마
나 투병 생활을 해야 할까.... 그나마 감사한건 펜이라도 잡을
수 있고 자판이라도 칠수 있는 왼손을 다치지 않음이다. 오른
손의 기능이 손목 이하론 마비기에 왼손으로 모든걸 하는데,
오른쪽
어깨 관절 뼈가 부러졌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수술을 하지
않고 뼈가 붙었으면 좋겠다. 수술하기 어려운 곳이 부러졌다는의
사들의 말이 뚜렸이 들리고 있다. 모두들 가버린 응급실에 갑자
기 보호자를 찾는 간호사... 지금은 아무도 없다며 멀뚱멀뚱 쳐다
보는 내게 간호사들은 보호자가 없느냐고 자꾸 묻는다. 그럴땐
갑자기 외로워 진다.
전화를 하려고 휠체어를 타고 오른 발로 밀어 밖으로 나간다.
막상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하려니 할 곳이 없다. 대낮에는 괜찮
지만 밤 늦게는 마땅한 곳이 없다. 그 순간에야 내가 외로운 사
람이었음을 느낀다.병원에서 하는 전화들은 거의가 우울하다. 기
쁜 소식도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다쳐서 응급실에 있음을
알고 자오나눔일을 걱정해주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이 밤이 너
무나 긴 밤이 될것 같다.
1997.10.6
둘째 날이지만 아직도 응급실이다.
불현듯 어제 새벽에 꿈자리가 뒤숭숭 했음이 떠오른다. 눈을
뜨자 마자 오늘은 조심해야 겠구나 생각하다가, 집사라는 사람
이 꿈자리 사나운걸 신경 쓰는게 황당하여 고개를 흔들었는데,
넘어
지며 어깨뼈가 부러지던 순간에 그 꿈자리가 떠오
름은 왜일까.... 간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지만 졸립지가 않다.
아침 나절에 명원형과 누나가 오셨다. 간단한 안부를 묻고 일을
가시
는 형님이 너무나 감사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 간다. 오프라
인 자오나눔의 간사들이 오셨다. 리더가 쓰러지면 아랫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외 아느냐며 넋두리를 하지만 그 모습이 그리 보기
가
좋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을 지시한다. 예정대로 소록도 난방
비 보내기 바자회는 강행 하고, 나눔지 발송 작업도 하라고 자
세하게 지시를 해 준다.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오늘도 응급실에서 지새워야 하나
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수술복을 입고 과장님이 들어 오신다. 난
수술을 할수 없단다. 피 검사를 해 보니 아직도 골수염 균이 있
어서 수술하면 위험하단다. 반 깁스만 하고 집에 가서 부기가 가
라 앉으면 다시 와서 통깁스를 한채 있어야 한단다. 어찌 되었던
간에 수술을 하지 않아서 좋다. 당장 소록도 난방비 보내기 바자
회에도 갈수 있고, 나눔지 발송도 할수 있으니 감사하다. 이 기
회에 집에서 좀 쉬어야 겠다.
집에 업혀 온 주제에 책상 앞에 앉아 컴을 켠다. GO SG867
하여 들어 가 보니 많은 염려의 글들이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이게 진정 사랑이구나.... 사랑은 아픔을 나눌때 진정 빛을 발한
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_^* 빙그레~
자오 나눔(GO SG867)에서 나누미가....
.................................................
아들아.....
우리는 말이야.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갖으며 살아야 해... 알았지?
^_^* 빙그레~
그래 오늘의 감사는 뭘로 할까?
"우리 아빠 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케이?
그래~
간밤의 꿈자리가 하도 뒤숭숭해서 오늘은 조심해야겠다는 생
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어 버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주
일이고 일정이 조금 바쁠 것 같다.
1부 예배를 드리고 룰루랄라 아는 형님과 차를 타고 인천으로
달린다. 아는 누님이 장애인들에게 가져다 주라고 추리닝 70벌,
가방 40개, 쌀 2가마를 준비 해 놓으셨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
겠다. 너무나 좋았던 그곳에서 누님께서 배식해온 점심을 먹고
차에다 짐을 옮겨 싣는다. 뒷 좌석에 가득찬다. 이걸 받고 몇달
은 쌀 걱정을 하지 않을 존경하는 그분과 노오란 병아리 색의
추리닝을 입고 좋아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좋다.
벌써 집에 다 왔다. 집에 짐을 내리는 형님, 난 목발에 겨우
내 몸만 의지한 채 벽을 기대며 계단을 올라간다. 현관에 신발
들이 너무 많다. 조카의 친구들이 주일이라고 놀러 온것 같다. 목
발로
목발을 한개 밖에 짚질 못한다. 오른손은 아에 목발도 잡질
못한다) 신발을 대충 정리하고 목발에 힘을 주고 한걸음을 떼려
는 순간, 쫘악 미끄러지는 목발... 반사적으로 불량품이 되어 있
는 오른 손으로 신발장을 짚는다. 뚝! 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
며 와장창.... 넘어지는 순간 팔을 기운이 한개도 없고 내 입에
선 아고 하나님 대신에 아이고 엄니..가 나온다. 부축을 받으며
침대로 가 옷을 벗겨 보라고 한다. 피가 엄청 나오는 것 같다.
오른 팔이 말을 안들으니 옷을 벗기기도 힘이 든다. 겨우 상의
를 벗고 보니 피는 나질 않는다. 점점 부어 오르는 어깨가 심
상치 않다. 하도 아파서 당겨 달라고 부탁을 한다.
형님은 급한 일 때문에 가라고 하시고 교회에 전화를 하여
아무나 빨리 오시라고 했다. 차를 끌고 오시는 집사님과 전도사
님이 무슨 일이냐며 묻다가 날 보시더니, "그 몸에 어디 부서질
곳이 있다고 또 부러졌냐"며 안스러워 하신다. 부목을 할게 마땅
치 않아 신문지를 두껍게 말으니 훌륭하다. 겨우 부목을 하여
업힌채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다. 어지간히도 병치레를 했는데...
수속을 마치고 엑스레이를 찍어 보더니 뼈가 부러지고 튕겨 나
갔단다.
그걸 바로 잡아야 한다며 장정 셋이서 당기는데.... 얼마나 아
프던지 그 순간엔 제발 기절 좀 시켜 달라고 기도가 나온다. 온
몸을 땀으로 목욕하고 다시 엑스레이를 찍으러 간다.
사고 난지도 벌서 하루를 접어 간다. 반 깁스를 하고 진통
제를 맞고 나니 견딜만 하다. 주일이라 응급실의 일 처리가 비교
적 느린 편이다. 혼자 가만이 누워서 생각을 해 본다. 이번엔 또
얼마
나 투병 생활을 해야 할까.... 그나마 감사한건 펜이라도 잡을
수 있고 자판이라도 칠수 있는 왼손을 다치지 않음이다. 오른
손의 기능이 손목 이하론 마비기에 왼손으로 모든걸 하는데,
오른쪽
어깨 관절 뼈가 부러졌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수술을 하지
않고 뼈가 붙었으면 좋겠다. 수술하기 어려운 곳이 부러졌다는의
사들의 말이 뚜렸이 들리고 있다. 모두들 가버린 응급실에 갑자
기 보호자를 찾는 간호사... 지금은 아무도 없다며 멀뚱멀뚱 쳐다
보는 내게 간호사들은 보호자가 없느냐고 자꾸 묻는다. 그럴땐
갑자기 외로워 진다.
전화를 하려고 휠체어를 타고 오른 발로 밀어 밖으로 나간다.
막상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하려니 할 곳이 없다. 대낮에는 괜찮
지만 밤 늦게는 마땅한 곳이 없다. 그 순간에야 내가 외로운 사
람이었음을 느낀다.병원에서 하는 전화들은 거의가 우울하다. 기
쁜 소식도 종종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다쳐서 응급실에 있음을
알고 자오나눔일을 걱정해주는 그 모습이 아름답다. 이 밤이 너
무나 긴 밤이 될것 같다.
1997.10.6
둘째 날이지만 아직도 응급실이다.
불현듯 어제 새벽에 꿈자리가 뒤숭숭 했음이 떠오른다. 눈을
뜨자 마자 오늘은 조심해야 겠구나 생각하다가, 집사라는 사람
이 꿈자리 사나운걸 신경 쓰는게 황당하여 고개를 흔들었는데,
넘어
지며 어깨뼈가 부러지던 순간에 그 꿈자리가 떠오
름은 왜일까.... 간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지만 졸립지가 않다.
아침 나절에 명원형과 누나가 오셨다. 간단한 안부를 묻고 일을
가시
는 형님이 너무나 감사하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 간다. 오프라
인 자오나눔의 간사들이 오셨다. 리더가 쓰러지면 아랫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외 아느냐며 넋두리를 하지만 그 모습이 그리 보기
가
좋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을 지시한다. 예정대로 소록도 난방
비 보내기 바자회는 강행 하고, 나눔지 발송 작업도 하라고 자
세하게 지시를 해 준다.
하나님의 뜻은 무엇일까.... 오늘도 응급실에서 지새워야 하나
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수술복을 입고 과장님이 들어 오신다. 난
수술을 할수 없단다. 피 검사를 해 보니 아직도 골수염 균이 있
어서 수술하면 위험하단다. 반 깁스만 하고 집에 가서 부기가 가
라 앉으면 다시 와서 통깁스를 한채 있어야 한단다. 어찌 되었던
간에 수술을 하지 않아서 좋다. 당장 소록도 난방비 보내기 바자
회에도 갈수 있고, 나눔지 발송도 할수 있으니 감사하다. 이 기
회에 집에서 좀 쉬어야 겠다.
집에 업혀 온 주제에 책상 앞에 앉아 컴을 켠다. GO SG867
하여 들어 가 보니 많은 염려의 글들이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이게 진정 사랑이구나.... 사랑은 아픔을 나눌때 진정 빛을 발한
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_^* 빙그레~
자오 나눔(GO SG867)에서 나누미가....
.................................................
아들아.....
우리는 말이야.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갖으며 살아야 해... 알았지?
^_^* 빙그레~
그래 오늘의 감사는 뭘로 할까?
"우리 아빠 쉬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오케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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