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있었다. 오늘도 그 소년의 등에는 책 보따리가
메어 있고 손에는 찌그러진 양은 도시락이 들려 있다. 왕복 이
십리 길을 걸어서 통학하는 소년의 꿈은 가까운 학교에 다니
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소년의 꿈에 불과했다.
그 섬에는 두 곳에 초등 학교가 있었다. 그나마 그 학교는
가까운 거리에 속했다. 요즘이야 차로 통학을 하니까 거리의
개념을 잊고 살지만, 그때는 그 소년에게는 이십리를 걸어서 학
교에 다닌다는 것은 고행이었다.
학교 가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벗겨지는 검정 고
무신을 들고 달려간다. 학교에 도착하여 오전 수업을 마치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오면 친한 친구 몇 명이서 모여 앉는다. 서
로가 도시락 뚜껑을 열어 보며 군침을 다시는 개구쟁이들이다.
남들은 김이며, 콩자반이며, 멸치며, 달걀말이를 해 오지만 그
소년의 반찬은 항상 김치였다. 김치 국물이 꽁보리밥에 염색
을 해 놓았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눈치를보며 겸연쩍게
웃어야 하는 소년은 속상함을 달래지 못했다.
언제나 나는 멋있는 도시락에 달걀말이 반찬을 해 올
수 있을까.... 어머님을 졸라 보지만 군밤만 얻어맞는다. 검정
고무신을 하늘 높이 차올리며 스트레스를 풀어 가던 소년이 해
마
다 이맘때면 기다리는 날이 있다. 가을 소풍 가는 날이다. 그
때 소년의 머릿속에는 산신령 할아버지들이 멋있게 그려 놓은
산으로 들로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랑, 노래자랑이랑, 기타 많
은
놀이를 하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머님이 싸 주시는
도시락 때문에 소풍이 더욱 기다려지곤 했다. 봄 소풍 때는 달
걀을 삶아 주시고 멸치 볶음을 해 주셨다. 이번에도 어머님이
맛있는
것을 싸 주실 거야....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리라...
소풍 가기 전날에 어머님은 모든 것을 준비 해 놓으시고,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 놓으신다. 무엇을 해 주셨는지는 모르지
만 소년은 어머님을 믿었다. 어머님은 결코 친구들 앞에서
당신의 아들이 놀림감 되시는걸 원하시지 않는다는 걸..... 도시
락에 무엇을 싸 주셨는지 열어 보려다가 군밤을 얻어 맞으며
룰루랄라 소풍을 간다.
여러 가지 행사를 한 후 점심시간이 돌아 왔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도시락을 싸 온 보자기를 풀어 본다. 도시락이 눈에
익은 것이 아니다. 아... 어머님이 옆집형아 도시락을 빌려 와서
싸 주신 것임을 소년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보자기를 풀고 도
시락 뚜껑을 열어 본 소년은 그냥 보고만 있었다. 정말 맛있게
보이는 김밥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다. 소년은 한참 동안 김밥을
먹지 않고 있었다. 내심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서였다.
결국은 친구들이 한 개씩 집어 가고 나니 몇 개 남지 않
았던 도시락이었지만, 지금도 내 마음의 도시락으로 남아 있다.
며칠 전에 준열이가 가을 소풍을 다녀 왔다. 소풍 가기 전
날에 과자랑 야구르트랑 사서 준비 하랬다며 졸라대기에 준비를
해준 후, 다음날 아침부터 김밥을 말고 있는 고모를 귀찮게
한다.
"이건 성호랑 먹고, 이건 윤이랑 먹을 꺼야~"
자랑하는 준열이를 보니 그때 그 시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 준열이도 먼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아빠와 같은 추억을
간직하길 바래 본다. 소풍을 갔다가 저녁 해거름에 돌아온 준열
이는 가방부터 열어서 도시락을 꺼낸다. 그 속에는 커다란 알
밤 8개가 담겨져 있었다. 아... 나도 저렇게 도시락에다 도토리
랑 밤이랑 따오곤 했는데..... 훗~ 우리 집에 사는 식구는 7명
이라 알밤을 8개 따 온 건가? 준열이에게 물어 보니 한 개는 아
파
트 경비실 할아버지께 드린단다. 이유를 물어 보고 준열
이의 대답을 들어 본후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랑 나눠 먹어야지요~
^_^* 빙그레~
1997.10.22
...........................................................
아들아.....
그 모습 그대로, 그 고운 심성대로만 자라 다오....
오늘의 감사 제목은 뭐로 하지? 아빤 이렇게 하고 싶은데....
"알밤 사랑을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좋다고?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_^* 빙그레~
자오나눔(GO SG867)에서 나누미가
메어 있고 손에는 찌그러진 양은 도시락이 들려 있다. 왕복 이
십리 길을 걸어서 통학하는 소년의 꿈은 가까운 학교에 다니
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소년의 꿈에 불과했다.
그 섬에는 두 곳에 초등 학교가 있었다. 그나마 그 학교는
가까운 거리에 속했다. 요즘이야 차로 통학을 하니까 거리의
개념을 잊고 살지만, 그때는 그 소년에게는 이십리를 걸어서 학
교에 다닌다는 것은 고행이었다.
학교 가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벗겨지는 검정 고
무신을 들고 달려간다. 학교에 도착하여 오전 수업을 마치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오면 친한 친구 몇 명이서 모여 앉는다. 서
로가 도시락 뚜껑을 열어 보며 군침을 다시는 개구쟁이들이다.
남들은 김이며, 콩자반이며, 멸치며, 달걀말이를 해 오지만 그
소년의 반찬은 항상 김치였다. 김치 국물이 꽁보리밥에 염색
을 해 놓았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의 눈치를보며 겸연쩍게
웃어야 하는 소년은 속상함을 달래지 못했다.
언제나 나는 멋있는 도시락에 달걀말이 반찬을 해 올
수 있을까.... 어머님을 졸라 보지만 군밤만 얻어맞는다. 검정
고무신을 하늘 높이 차올리며 스트레스를 풀어 가던 소년이 해
마
다 이맘때면 기다리는 날이 있다. 가을 소풍 가는 날이다. 그
때 소년의 머릿속에는 산신령 할아버지들이 멋있게 그려 놓은
산으로 들로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랑, 노래자랑이랑, 기타 많
은
놀이를 하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머님이 싸 주시는
도시락 때문에 소풍이 더욱 기다려지곤 했다. 봄 소풍 때는 달
걀을 삶아 주시고 멸치 볶음을 해 주셨다. 이번에도 어머님이
맛있는
것을 싸 주실 거야....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리라...
소풍 가기 전날에 어머님은 모든 것을 준비 해 놓으시고,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 놓으신다. 무엇을 해 주셨는지는 모르지
만 소년은 어머님을 믿었다. 어머님은 결코 친구들 앞에서
당신의 아들이 놀림감 되시는걸 원하시지 않는다는 걸..... 도시
락에 무엇을 싸 주셨는지 열어 보려다가 군밤을 얻어 맞으며
룰루랄라 소풍을 간다.
여러 가지 행사를 한 후 점심시간이 돌아 왔다. 친구들과
둘러앉아 도시락을 싸 온 보자기를 풀어 본다. 도시락이 눈에
익은 것이 아니다. 아... 어머님이 옆집형아 도시락을 빌려 와서
싸 주신 것임을 소년은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보자기를 풀고 도
시락 뚜껑을 열어 본 소년은 그냥 보고만 있었다. 정말 맛있게
보이는 김밥이 차곡차곡 담겨져 있다. 소년은 한참 동안 김밥을
먹지 않고 있었다. 내심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서였다.
결국은 친구들이 한 개씩 집어 가고 나니 몇 개 남지 않
았던 도시락이었지만, 지금도 내 마음의 도시락으로 남아 있다.
며칠 전에 준열이가 가을 소풍을 다녀 왔다. 소풍 가기 전
날에 과자랑 야구르트랑 사서 준비 하랬다며 졸라대기에 준비를
해준 후, 다음날 아침부터 김밥을 말고 있는 고모를 귀찮게
한다.
"이건 성호랑 먹고, 이건 윤이랑 먹을 꺼야~"
자랑하는 준열이를 보니 그때 그 시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 준열이도 먼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아빠와 같은 추억을
간직하길 바래 본다. 소풍을 갔다가 저녁 해거름에 돌아온 준열
이는 가방부터 열어서 도시락을 꺼낸다. 그 속에는 커다란 알
밤 8개가 담겨져 있었다. 아... 나도 저렇게 도시락에다 도토리
랑 밤이랑 따오곤 했는데..... 훗~ 우리 집에 사는 식구는 7명
이라 알밤을 8개 따 온 건가? 준열이에게 물어 보니 한 개는 아
파
트 경비실 할아버지께 드린단다. 이유를 물어 보고 준열
이의 대답을 들어 본후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을 던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랑 나눠 먹어야지요~
^_^* 빙그레~
1997.10.22
...........................................................
아들아.....
그 모습 그대로, 그 고운 심성대로만 자라 다오....
오늘의 감사 제목은 뭐로 하지? 아빤 이렇게 하고 싶은데....
"알밤 사랑을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좋다고?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_^* 빙그레~
자오나눔(GO SG867)에서 나누미가
'사람이 꽃보다 > 사랑하는 아들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아...... 95] 마지막..... (0) | 2007.01.15 |
---|---|
[아들아.......94] 고엽(枯葉) (0) | 2007.01.15 |
[아들아.......92 ] 우째 이런일이..... (0) | 2007.01.15 |
[아들아....91] 내놔 이년아~ (0) | 2007.01.15 |
[아들아.......90] 가을을 따러 간 아이.... (0) | 2007.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