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22] 그 사랑 느끼고 싶어...

자오나눔 2007. 1. 15. 11:58
아빠와 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준열이는 나와 같이 있는 걸 꺼
리는 편이다. 모든게 불편해 보이는 생활이 준열이의 마음을 사
로잡지 못하고 있는가 보다. 그러던 준열이가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에 입학을 한 후에는 나눔 사무실로 자주 들린다. 때론 개
구쟁이들을 한 무리 몰고 와서 방과 사무실을 휘젓고 가기도 하
지만, 그래도 반가운 건 아들래미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서일
지도 모르겠다. 때론 고함을 치기도 하지만 이젠 그 고함마저 자
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준열이가 대견스럽다.
오늘도 준열이는 오후 2시가 되니 사무실로 올라온다. 나눔
사무실과 내 숙소가 교회 2층에 있기에 준열인 편한가 보다. 처
음엔 수시로 들리기에 유치원 끝나면 올라오라고 교육을 시켰더
니 유치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다 금방 올라온다. 준열인 준열이
를 사랑하는 분이 게임기를 보내 주어 그 게임기로 여러 가지 게
임을 하며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게임기에 매달려 있는
준열이와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 난 배가 고파 옴을 느낀다.
밥을 차려 식탁에 올려놓고 기도 후 식사를 한다. 감사로 바라보
는 식탁은 언제나 풍성하다. 김치 한가지 멸치 볶음 한가지뿐이
라도 언제나 풍성하다. 감사 기도 후 식사를 하는 우리들...
식사를 마치고 물을 마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휠체어를 밀
고 전화 앞에 가서 전화를 받는다. 200만원 자오 장애인 문학상
공모에 대한 문의다.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 후 식탁 앞으로 가
보니 준열인 식탁 정리를 한 후 설거지를 하고 있다. 팔을 걷어
올리고 그릇을 한 개 한 개 깨끗하게 씻어 간다. 아빠가 하겠노
라고 말하니 "나도 할 줄 알아요~"라며 자기가 한다고 우긴다. 아
빠가 한 손으로 설거지하는 모습이 준열이에게 어떻게 보였기에
7살바기가 설거지를 하려고 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그러다 문득 준열이의 모습에서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모습
을 발견해 본다. 어떠한 모습으로든지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보
여주시는 주님을 발견하곤 너무나 감사함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설거지를 하고 있는 준열이의 모습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
던 주님을 발견한다. 혼자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차가
운 것이 내 뺨에 닿는다. 준열이의 손이다. "앗! 차거라!" "헤헤헤
양미동 아빠 춥지? 준열이 손이 추워요~" 아고... 온수도 틀지 않
고 찬물로 설거지를 했구나... 나눔지가 여섯 뭉치 도착했다. 내일
은 나눔지 발송 작업 때문에 정신이 없을 텐데 오늘은 일찍 잠자
리에 들어야겠다. 준열이를 꼭 안고 자면서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이 하나로 합해지듯 그 사랑을 오늘밤에는 느껴 보고 싶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오로지 그분의 사랑을 느껴 보고 싶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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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로 인해 새로운 사랑을 깨닫게 되는구나. 아빠 개인의 생각
으로 했던 일들은 모두 아픔으로 남았지만, 그 아픔마저도 이렇
게 감싸주시고 덮어 주시는구나.... 그로 인해 우린 한 단계 더 커
갈 수 있겠지? 근데 손 안 시려? 이궁... 이제 자자 아빠랑 꼭 안
고 자도록 하자구나. 차가워진 손도 녹이고, 마음도 녹여 보자구
나. 밖엔 바람이 심하게 부는구나. 이 시간에도 거리에서 일하고
계실 환경 미화원 아저씨들과 전방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은 춥겠
다... 그지?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며 자도록 하자. 잘자라 아들
아.... 사랑한다.
1998.3.9.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