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27] 너 잘났다!

자오나눔 2007. 1. 15. 12:01
     월말이면 항상 바쁘다.  이것저것 정리할 것도 많지만  나눔지
  작업 때문에 항상 분주하다. 오늘도 예외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는데 천방지축 준열이가 당당하게 사무실 문을 열
  고 들어온다. 의아해  바라보는 내 앞으로 오더니 "아빠!" 허리에
  양쪽 손을  얹고 마치 따지러  오는 사람처럼 행동을 한다.  내가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을 저질렀나 생각해 보지만  기억에 없다. 그
  러니 나도  당당하게 대답할 수밖에  "왜 그러시남?  왜 그래 아
  들!" "아빠!" "응?" "나 똥쌌어요!" "윽!  뭐라고?" "준열이 똥쌌다
  고요!" "으....  그래 장하다 내  아들!" 이렇게  말을 한게 아니라
  "에라이 밥팅아!" 꿀밤만 한 대 준다. "그래 어디다 쌌어? 치우러
  가야지!" "바지예요...." "그래 너 잘났다!"
     바지를 벗기고 팬티 채 신문지에 싸서 휴지통에 버린 후 온수
  를 틀어 목욕을  시켜 주며 대화를 나눈다. "아들!" "네?"  "너 안
  하던 짓을 왜 하니? 저번엔 공주 아줌마 왔을 때도 그러더니.. 어
  디서 쌌어?"  "옥상에서요...." "화장실  아래층에 있잖아..." "계단
  내려오다 쌌어요...."  아들을 목욕시켜 주며  우윳빛 뽀얀 살결을
  거친 내 손으로 쓰다듬어  본다. 너무나 순결한 모습이다. 아들을
  목욕시켜 주며 혼자  생각해 본다. 일곱 살바기가  옥상에서 놀다
  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계단을 급하게  내려오는데 그만 밀고
  나올 때 그 아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다.
     친구들과 옥상에서 신나게  놀다가 화장실이 급해서 "나 화장
  실 다녀 오께"하고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도중 화장실까지 거리
  는 너무 멀고 너무나 급하여 옷에다 그냥 쌌을 때의 절망감.... 아
  마 준열이는 그 절망감을 느낀 것 같다.  그러고도 절망적인 모습
  을 감추고 오히려 당당하게  말을 해야만 했던 아이의 심정을 만
  난다. 그냥 군밤을 주며  큰소리쳤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다.
  우윳빛 뽀얀 살결에 비누칠하던  나는 그 뽀얀 살결의 전체를 끌
  어안아 버린다. "아빠! 옷 다 망치잖아요!" 그러나 그  말이 내 귀
  에 들려 오질 않는다. 그만 준열이를 안고 있는  팔에 힘만 더 줄
  뿐이었다. "아빠.. 으앙.. 숨막혀... 으앙~" "응? 에구..미안.... 헤~"
     ...........................................
     아들아....
     잠시 너의 마음이 어른스러움에 아빤 놀랬단다.  아빤 네가 어
  린아이의 순수함을 간직하며 자라기를 바란단다.  그 순수한 마음
  이 행여 다른  사람들에게 바보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하나님께는
  아름답게 보인단다.  아빠는 네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람으로
  자라길 원한단다. 네가 할  수 없다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아빤
  그렇게 기도하고 있단다. 근데 준열이 피부 정말 깨끗하네... 아빠
  의 얼기설기 얽힌 피부를  보다가 준열이 피부를 보니 천사를 보
  는 것 같았어.... 사랑한다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