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28] 같이 안 잘 거야!

자오나눔 2007. 1. 15. 12:01
     모처럼 아들래미가 같이 잠을 잔다. 아빠랑  자는 것보다는 누
  나들(사촌)이랑 자는 게 더 좋다며 아빠랑  자는걸 별로 반가워하
  지 않는다.  속마음이야 아픈  아빠랑 자면 불편하기에  그렇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아들래미 안고 자는  맛은 포근
  하고 행복하다. 그래서 하와가 아담을  유혹하듯 과자나 장난감으
  로 유혹을  한다. 머뭇거리다  유혹에 넘어가는 준열이를  침대에
  눕히기 전에 기도를 해 주면 잠을 잔다. 난  밤이 늦어 새벽을 깨
  운 후에야 잠자리에 들곤 한다. 준열인 잠들기  전의 허전함이 안
  좋은가 보다. 자꾸 같이 자자고 졸라댄다. 그땐 잠시 일을 멈추고
  준열이를 재우곤 한다.
     사순절 특별 새벽기도 기간이라  될 수 있으면 자정을 넘기지
  않고 자려고 하지만,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자정을 넘기곤 한다.
  나눔지 원고를 을지로 인쇄소에  맡기러 갈 때만 해도 몸 상태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비오는  날 혼자서 을지로에 다녀  온 후엔
  지쳐 있는 날 발견한다. 릴레이 금식 기도 기간  중 내 차례인 날
  이라 더욱 은혜를 주시려는 것 같다. 준열이가  보이지 않으면 신
  경이 날카롭게 변하는  날 발견한다. 이혼한 아내가  준열이를 달
  라고 요구하는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내 신경은 더욱 날카로워진
  다. 어제도 준열이가 없어져서 찾느라고  고생을 했는데.... 준열인
  저녁 시간에 들어온다. 다시 데리고 저녁 예배를 드리러 간다. 저
  녁 예배를 마치고 배고프다며 밥을 달란다. 밥을  챙겨 주니 아빠
  도 같이 먹자고  난리다. 아빠는 지금 먹을 수 없다고  했더니 그
  래도 먹자며 유혹한다. 겨우 달랜 후 저녁을 먹여 재운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알람 시계는 어김없이  새벽 4시에 울어
  준다. 주섬주섬 옷을 입고  세면을 한 후 준열이 기도를 해 주고,
  바로 성전으로 내려간다.  새벽 예배를 드린 후 6시가  넘어서 들
  어오니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다. 방문도 열려 있다.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방을  보니 준열이가 보이질 않는다.  준열인 내의를
  입은 채 어디로 나간 것 같다. 같이 자던  아빠가 보이지 않아 무
  서운 생각이 들어 찾아  나간 것 같은데.... 새벽부터 준열이를 찾
  아 나선다. 성전 안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유아실, 교육관, 기도실
  까지 뒤져봐도 보이질 않는다. 다시 2층으로  올라와 앞집의 문을
  노크한다. 세상에나.. 준열인  내의 바람에 앞집 요 위에  누워 있
  다가 노크 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안심이다.
     준열이에게 오라고 손짓을 해도 올 생각을  않는다. 방으로 들
  어가 손을 잡아 주니 어기적어기적 따라오는데 얼굴에는 눈물 자
  국으로 얼룩이 져 있다. 아직도 눈가엔 이슬이 맺혀 있다. 준열이
  를 안고 기도를  해 준 후 질문을 해 본다.  "아들 무서워서 형아
  네 집으로 간거에요?"  끄덕끄덕. "그래 울었어요?" 끄덕끄덕.  심
  통이 단단히 났다. 말을 하질 않는다. "하나님 도와주세요라고 했
  어요?" 도리도리. "그럼  엄마~~했어요?" 도리도리. "잉? 그럼  아
  빠야~라고 울었어요?" 끄덕끄덕...  "이젠 아빠랑 안 잘 거야!" 안
  아 주는 내  가슴을 작은 주먹으로 두드리며 투정을  부린다. "근
  데 아들아 아빤 준열이가 보이지 않아서 찾으러 다녔어요...."  "아
  빠 그러면 또 넘어졌어요?" "아니..." "아빠도 울었어요?" "아니..."
  "왜 안 울어? 나도 울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이젠 눈물도 말
  라 가는 것  같아... 우리 더 잘까?" 우린 침대에  누워 서로 팔베
  개를 해주며 씽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
     아들아...
     이 아침에 아빠가 너를  사랑하고 네가 아빠를 사랑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구나. 눈물과  웃음은 사촌이라고 누군가가 그러더라.
  눈물도 웃음도 사랑의 결정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단다. 성경에도
  그런 말씀이  나와요. "저녁에는  눈물이 기숙할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시편30편 5절에 나오는  말씀이야. 이 말씀과
  같이 기쁨이 오는 아침을 맞이해 보자구나. 사랑한다 아들아.
     199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