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36] 그 소리.....

자오나눔 2007. 1. 15. 12:09
     비온 뒤에  내리쬐는 햇살만큼 눈부시고  아름다운 것은 없는
  것 같다. 이럴 때의  해거름은 유난히도 아름답다. 해거름의 아름
  다움에 도취되어 있노라면 귓가에  들려 오는 소리가 있다. '덩덕
  꿍 덩덕꿍..' 가깝게 들리다가 어느새 멀리서 들려 온다. 언젠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꼭  해거름만 되면 들려오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 삼아  넓은 들판을 질주하는 야생마처럼,  그의 마음
  은 벌써 그 소리를 따라 달리고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여서  농악을 연습하고 있었다.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농악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자기를 발견하곤 먼 하늘을 바
  라보았다.
     어릴 적 그의  고향에선 명절만 되면 들려  오는 소리가 있었
  다. '덩덕쿵  덩덕쿵..' 앞에서 상쇠가  이끌고 가면 징, 장구,  북,
  소고가 흥겹게 장단을 마추며 따라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
  르게 어깨춤을 추며 따라가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 때로는 어른
  아이 할것없이 농악대의 뒤를 따르며 신명나 하던 순간들이 그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언제나  농악대는 멋이 있었다. 채색 옷
  을 입고  멋진 화음을 만들며 모두의  마음을 흥겹게 만들어주던
  농악대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너무 어렸다. 어른이
  되면 꼭 동참해 보리라고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키  183cm 장정이셨던 아버님은 항상 북
  을 메고 뒤따르고  계셨다. 기운도 세고 키도 크신 데  북을 치며
  따르는 아버님이 이상해 보였다.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처럼 꽹과
  리도 치며 앞에서 이끌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이상했다.
     어느 날  아버님께 여쭈었다. 아버님은  왜 북만 치고  따라만
  다니느냐고... 그랬더니  아버님이 웃으며  하시는 말씀은  당신이
  꽹과리를 치시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음날엔  아버님
  이 꽹과리를 치시는 걸 보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버님이  꽹과리를 치시니 다른 분들이  너
  무 작게 보이는  거다... 역시 아버님은 북을 치시며  따라 다녀야
  더욱 멋이  났다. 그 후론  한번도 아버님이 꽹과리를 치시는  걸
  보지 못했다. 지금도 뒤에서 북을 치시며 따라  주던 아버님이 왈
  칵 그리워진다.
     징소리가 크게 울린다.  잠시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났었음을
  느낀다. 그는 여전히  창가에 앉아 해거름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
  었다.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면 어떤 문구가  가장 어
  울릴까 생각해 보지만  특별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음을 안타까워
  할뿐이다. 그러나 해거름의 아름다움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 소리
  는 언제나 정겹다.  언제부터인가 그 소리는 그에겐  고향의 소리
  로 들렸다.  실개천이 흐르고 얼룩배기 황소가  풀을 뜯는 고향...
  그 고향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고향의  소리로 들린다.
  그 고향의 소리에 맞추어 끝없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느라
  마음고생을 꽤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
     아들아...
     고향의 소리를 너에게도  들려주고 싶구나. 넓은 들판을  가르
  며 풍년을 기약하는  고향의 소리, 명절 때면  어우러지는 고향의
  소리를....
     ^_^* 빙그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