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에 내리쬐는 햇살만큼 눈부시고 아름다운 것은 없는
것 같다. 이럴 때의 해거름은 유난히도 아름답다. 해거름의 아름
다움에 도취되어 있노라면 귓가에 들려 오는 소리가 있다. '덩덕
꿍 덩덕꿍..' 가깝게 들리다가 어느새 멀리서 들려 온다. 언젠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꼭 해거름만 되면 들려오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 삼아 넓은 들판을 질주하는 야생마처럼, 그의 마음
은 벌써 그 소리를 따라 달리고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여서 농악을 연습하고 있었다.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농악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자기를 발견하곤 먼 하늘을 바
라보았다.
어릴 적 그의 고향에선 명절만 되면 들려 오는 소리가 있었
다. '덩덕쿵 덩덕쿵..' 앞에서 상쇠가 이끌고 가면 징, 장구, 북,
소고가 흥겹게 장단을 마추며 따라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
르게 어깨춤을 추며 따라가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 때로는 어른
아이 할것없이 농악대의 뒤를 따르며 신명나 하던 순간들이 그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언제나 농악대는 멋이 있었다. 채색 옷
을 입고 멋진 화음을 만들며 모두의 마음을 흥겹게 만들어주던
농악대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너무 어렸다. 어른이
되면 꼭 동참해 보리라고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키 183cm 장정이셨던 아버님은 항상 북
을 메고 뒤따르고 계셨다. 기운도 세고 키도 크신 데 북을 치며
따르는 아버님이 이상해 보였다.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처럼 꽹과
리도 치며 앞에서 이끌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이상했다.
어느 날 아버님께 여쭈었다. 아버님은 왜 북만 치고 따라만
다니느냐고... 그랬더니 아버님이 웃으며 하시는 말씀은 당신이
꽹과리를 치시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음날엔 아버님
이 꽹과리를 치시는 걸 보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버님이 꽹과리를 치시니 다른 분들이 너
무 작게 보이는 거다... 역시 아버님은 북을 치시며 따라 다녀야
더욱 멋이 났다. 그 후론 한번도 아버님이 꽹과리를 치시는 걸
보지 못했다. 지금도 뒤에서 북을 치시며 따라 주던 아버님이 왈
칵 그리워진다.
징소리가 크게 울린다. 잠시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났었음을
느낀다. 그는 여전히 창가에 앉아 해거름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
었다.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면 어떤 문구가 가장 어
울릴까 생각해 보지만 특별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음을 안타까워
할뿐이다. 그러나 해거름의 아름다움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 소리
는 언제나 정겹다. 언제부터인가 그 소리는 그에겐 고향의 소리
로 들렸다. 실개천이 흐르고 얼룩배기 황소가 풀을 뜯는 고향...
그 고향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고향의 소리로 들린다.
그 고향의 소리에 맞추어 끝없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느라
마음고생을 꽤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
아들아...
고향의 소리를 너에게도 들려주고 싶구나. 넓은 들판을 가르
며 풍년을 기약하는 고향의 소리, 명절 때면 어우러지는 고향의
소리를....
^_^* 빙그레~
것 같다. 이럴 때의 해거름은 유난히도 아름답다. 해거름의 아름
다움에 도취되어 있노라면 귓가에 들려 오는 소리가 있다. '덩덕
꿍 덩덕꿍..' 가깝게 들리다가 어느새 멀리서 들려 온다. 언젠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꼭 해거름만 되면 들려오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을 배경 삼아 넓은 들판을 질주하는 야생마처럼, 그의 마음
은 벌써 그 소리를 따라 달리고 있다. 학교 운동장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여서 농악을 연습하고 있었다.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농악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자기를 발견하곤 먼 하늘을 바
라보았다.
어릴 적 그의 고향에선 명절만 되면 들려 오는 소리가 있었
다. '덩덕쿵 덩덕쿵..' 앞에서 상쇠가 이끌고 가면 징, 장구, 북,
소고가 흥겹게 장단을 마추며 따라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
르게 어깨춤을 추며 따라가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 때로는 어른
아이 할것없이 농악대의 뒤를 따르며 신명나 하던 순간들이 그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언제나 농악대는 멋이 있었다. 채색 옷
을 입고 멋진 화음을 만들며 모두의 마음을 흥겹게 만들어주던
농악대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너무 어렸다. 어른이
되면 꼭 동참해 보리라고 다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키 183cm 장정이셨던 아버님은 항상 북
을 메고 뒤따르고 계셨다. 기운도 세고 키도 크신 데 북을 치며
따르는 아버님이 이상해 보였다.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처럼 꽹과
리도 치며 앞에서 이끌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이상했다.
어느 날 아버님께 여쭈었다. 아버님은 왜 북만 치고 따라만
다니느냐고... 그랬더니 아버님이 웃으며 하시는 말씀은 당신이
꽹과리를 치시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음날엔 아버님
이 꽹과리를 치시는 걸 보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버님이 꽹과리를 치시니 다른 분들이 너
무 작게 보이는 거다... 역시 아버님은 북을 치시며 따라 다녀야
더욱 멋이 났다. 그 후론 한번도 아버님이 꽹과리를 치시는 걸
보지 못했다. 지금도 뒤에서 북을 치시며 따라 주던 아버님이 왈
칵 그리워진다.
징소리가 크게 울린다. 잠시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났었음을
느낀다. 그는 여전히 창가에 앉아 해거름의 노을을 바라보고 있
었다. 저녁 노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면 어떤 문구가 가장 어
울릴까 생각해 보지만 특별한 문구가 생각나지 않음을 안타까워
할뿐이다. 그러나 해거름의 아름다움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 소리
는 언제나 정겹다. 언제부터인가 그 소리는 그에겐 고향의 소리
로 들렸다. 실개천이 흐르고 얼룩배기 황소가 풀을 뜯는 고향...
그 고향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고향의 소리로 들린다.
그 고향의 소리에 맞추어 끝없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달래느라
마음고생을 꽤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
아들아...
고향의 소리를 너에게도 들려주고 싶구나. 넓은 들판을 가르
며 풍년을 기약하는 고향의 소리, 명절 때면 어우러지는 고향의
소리를....
^_^*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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