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면 화전민들이 살고 있었던 적이 있다.
내가 15년전에 하사로 근무하던 강원도 깊은 산중에도 있었으니
그리 새롭지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게 자주 찾아가 얻어 오던 짠
지(김치)가 어찌 그리 맛있던지, 사제 식품이 들어 왔다고 좋아하
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들에게는 냉장고가 없었다. 그래
서 식품을 보관할 땐 건조를 시키거나 땅에 묻거나 했다. 특히
덧에 걸린 짐승의 고기 등은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들에게 가장 귀한 식품은 생선이었다. 워낙 깊은 산중이라
생선을 구하려면 하루를 투자해야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
이 가장 즐겨 찾던 생선이 자반 고등어였다. 고등어는 여름철에
많이 잡힌다. 요즘은 그대로 냉동을 하여 보관을 하지만 주로 소
금에 절여 보관을 했다. 싱싱한 고등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
한후 머리까지 반으로 가른다. 반으로 가른 배속에 굵은 소금이
한줌씩 뿌려지며 한 층이 놓여지면, 그 위에 굵은 소금을 듬뿍
뿌려 또 한 층을 올려 저장을 해 놓고선 두고두고 꺼내 먹는 별
미 중의 별미가 자반 고등어다. 요즘은 자반 고등어도 냉동 고기
를 가지고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자반고등어의 맛은 여름
철에 싱싱한 고등어를 사용해 만든 자반이 진짜 제 맛을 낸다.
며칠 전에 먼길을 다녀왔다. 남해안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소
록도에 다녀왔다. 육지와 400미터 정도의 거리지만 무척 멀게 느
껴지는 섬이다. 그 이유는 한센씨병(나병)에 걸린 분들이 격리되
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그들을 멀리하게 만들
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소록도는 천형의 땅이요, 저주의 섬이 되
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많이 알려지고 방문객들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소외되어 있는 땅이 소록도이다. 워낙 장거리라 여유 있
는 만남을 나누지 못하고 오지만, 다 나누지 못한 정이 서리 서
리 남아 가슴속에 고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직까지 장애인은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
서 가끔은 분노의 절규가 터져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장애인으로 불러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 장
애인이 뭐가 좋다고 장애인으로 불러 달라고 할까... 그러나 그들
에게 장애인은 동경의 대상이다. 한센씨병에 대한 한이리라. 똑
같은 사람이면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던 선배들의 한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들에겐 세상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이 있다. 천국을 소망하는 뜨거운 마음은 성경을 외
우고 찬송을 외우게 만들고 있다.
그리움... 한사람이라도 찾아오면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먼
저 손을 잡으려다 멈칫하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일그러진 외
모... 상대방이 마음을 상할까 봐 슬그머니 반가운 손을 뒤로 감
추곤 한다. 언제나 만나면 악수와 포옹을 하는 우리 일행을 보며
당신들의 소중한 마음을 주어 버린 분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려고 차에 타는데 그녀가 나를 부른다.
언제나 그녀의 얼굴에 40년전의 아리따운 열 아홉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해 주면 주름 패인 얼굴이 붉어지던 그녀... "집사님,
차에 마늘 조금하고 자반 고등어 몇 마리 실었소. 가지고 가서
반찬 해 잡수시오이~ 일부러 짜게 만들었소 조금씩 잡수면 오래
묵을 거시요..." 혼자서 밥해 먹고사는 날 위해 어서 빨리 믿음
좋은 여자 보내 달라고 새벽마다 기도하신다는 그녀... 자상하게
자반고등어로 반찬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 생 고등어 사다
가 만들지는 못했지만, 냉동 고등어 사다가 당신이 직접 만드셨
다는 자반 고등어... 조막손이라 소금을 뿌릴 수 없어 숟가락으로
뿌렸단다. 그래도 정성이 담겨 있으니 맛있을 것이란다. 말없이
그녀의 조막손을 잡았다. 나의 오른손도 잡을 수 없는 조막손이
었지만 두손으로 부여잡았다. 뜨거운 피가 흐른다. 초롱초롱한 그
녀의 눈동자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작은 예수를 발견한다.
저녁상을 차렸다. 쌀을 씻은 물에 토막낸 자반 고등어를 넣고,
마늘 다진 거 넣고, 양파 썰어 넣고, 갖은 양념을 넣어 보글보글
끓였다. 금방 한 밥에선 구수한 냄새가 난다. 뜨거운 밥 한 숟가
락 입에 넣고 자반 고등어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었다. 아직
까지도 엄청 짜건만 고소함은 왜일까... 그녀의 사랑을 먹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고소하리라. 한 토막의 자반 고등어면 일주일은
반찬으로 먹을 것 같다. 두고두고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를 위한
기도를 할 것 같다. 이 시간도 그녀의 건강을 위해 작은 소망을
주님께 부탁드린다. 샬롬~
.........................
아들아...
너와 같이 다녀온 소록도에서 너를 예쁘다고 안아 준 할머니
있지? 그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 손수 만드신 귀한 선물을 우린
먹고 있는 거야. 사랑을 먹고 있는 거란다. 주님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우리는 무척 행복한 사람인 것 같지? 그래... 우린 세상
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인지도 몰라... 그 행복을 우리만 간직하지
말고 나누어주며 살아 가자구나. 행복을 나누는 사람... 그래 그런
사람이 되는거야. 우리 오랜만에 파이팅 한번 할래? 좋다고? 그
래 아자~ 아자~ 아자~ 파이팅!!!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
내가 15년전에 하사로 근무하던 강원도 깊은 산중에도 있었으니
그리 새롭지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게 자주 찾아가 얻어 오던 짠
지(김치)가 어찌 그리 맛있던지, 사제 식품이 들어 왔다고 좋아하
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들에게는 냉장고가 없었다. 그래
서 식품을 보관할 땐 건조를 시키거나 땅에 묻거나 했다. 특히
덧에 걸린 짐승의 고기 등은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들에게 가장 귀한 식품은 생선이었다. 워낙 깊은 산중이라
생선을 구하려면 하루를 투자해야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
이 가장 즐겨 찾던 생선이 자반 고등어였다. 고등어는 여름철에
많이 잡힌다. 요즘은 그대로 냉동을 하여 보관을 하지만 주로 소
금에 절여 보관을 했다. 싱싱한 고등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
한후 머리까지 반으로 가른다. 반으로 가른 배속에 굵은 소금이
한줌씩 뿌려지며 한 층이 놓여지면, 그 위에 굵은 소금을 듬뿍
뿌려 또 한 층을 올려 저장을 해 놓고선 두고두고 꺼내 먹는 별
미 중의 별미가 자반 고등어다. 요즘은 자반 고등어도 냉동 고기
를 가지고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자반고등어의 맛은 여름
철에 싱싱한 고등어를 사용해 만든 자반이 진짜 제 맛을 낸다.
며칠 전에 먼길을 다녀왔다. 남해안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소
록도에 다녀왔다. 육지와 400미터 정도의 거리지만 무척 멀게 느
껴지는 섬이다. 그 이유는 한센씨병(나병)에 걸린 분들이 격리되
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그들을 멀리하게 만들
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소록도는 천형의 땅이요, 저주의 섬이 되
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많이 알려지고 방문객들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소외되어 있는 땅이 소록도이다. 워낙 장거리라 여유 있
는 만남을 나누지 못하고 오지만, 다 나누지 못한 정이 서리 서
리 남아 가슴속에 고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직까지 장애인은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
서 가끔은 분노의 절규가 터져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장애인으로 불러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 장
애인이 뭐가 좋다고 장애인으로 불러 달라고 할까... 그러나 그들
에게 장애인은 동경의 대상이다. 한센씨병에 대한 한이리라. 똑
같은 사람이면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던 선배들의 한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들에겐 세상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이 있다. 천국을 소망하는 뜨거운 마음은 성경을 외
우고 찬송을 외우게 만들고 있다.
그리움... 한사람이라도 찾아오면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먼
저 손을 잡으려다 멈칫하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일그러진 외
모... 상대방이 마음을 상할까 봐 슬그머니 반가운 손을 뒤로 감
추곤 한다. 언제나 만나면 악수와 포옹을 하는 우리 일행을 보며
당신들의 소중한 마음을 주어 버린 분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려고 차에 타는데 그녀가 나를 부른다.
언제나 그녀의 얼굴에 40년전의 아리따운 열 아홉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해 주면 주름 패인 얼굴이 붉어지던 그녀... "집사님,
차에 마늘 조금하고 자반 고등어 몇 마리 실었소. 가지고 가서
반찬 해 잡수시오이~ 일부러 짜게 만들었소 조금씩 잡수면 오래
묵을 거시요..." 혼자서 밥해 먹고사는 날 위해 어서 빨리 믿음
좋은 여자 보내 달라고 새벽마다 기도하신다는 그녀... 자상하게
자반고등어로 반찬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 생 고등어 사다
가 만들지는 못했지만, 냉동 고등어 사다가 당신이 직접 만드셨
다는 자반 고등어... 조막손이라 소금을 뿌릴 수 없어 숟가락으로
뿌렸단다. 그래도 정성이 담겨 있으니 맛있을 것이란다. 말없이
그녀의 조막손을 잡았다. 나의 오른손도 잡을 수 없는 조막손이
었지만 두손으로 부여잡았다. 뜨거운 피가 흐른다. 초롱초롱한 그
녀의 눈동자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작은 예수를 발견한다.
저녁상을 차렸다. 쌀을 씻은 물에 토막낸 자반 고등어를 넣고,
마늘 다진 거 넣고, 양파 썰어 넣고, 갖은 양념을 넣어 보글보글
끓였다. 금방 한 밥에선 구수한 냄새가 난다. 뜨거운 밥 한 숟가
락 입에 넣고 자반 고등어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었다. 아직
까지도 엄청 짜건만 고소함은 왜일까... 그녀의 사랑을 먹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고소하리라. 한 토막의 자반 고등어면 일주일은
반찬으로 먹을 것 같다. 두고두고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를 위한
기도를 할 것 같다. 이 시간도 그녀의 건강을 위해 작은 소망을
주님께 부탁드린다. 샬롬~
.........................
아들아...
너와 같이 다녀온 소록도에서 너를 예쁘다고 안아 준 할머니
있지? 그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 손수 만드신 귀한 선물을 우린
먹고 있는 거야. 사랑을 먹고 있는 거란다. 주님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우리는 무척 행복한 사람인 것 같지? 그래... 우린 세상
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인지도 몰라... 그 행복을 우리만 간직하지
말고 나누어주며 살아 가자구나. 행복을 나누는 사람... 그래 그런
사람이 되는거야. 우리 오랜만에 파이팅 한번 할래? 좋다고? 그
래 아자~ 아자~ 아자~ 파이팅!!!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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