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39] 그녀의 자반 고등어.

자오나눔 2007. 1. 15. 12:11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면 화전민들이 살고  있었던 적이 있다.
  내가 15년전에 하사로  근무하던 강원도 깊은 산중에도 있었으니
  그리 새롭지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게 자주 찾아가 얻어  오던 짠
  지(김치)가 어찌 그리 맛있던지, 사제 식품이 들어 왔다고 좋아하
  던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들에게는 냉장고가 없었다. 그래
  서 식품을  보관할 땐 건조를  시키거나 땅에 묻거나 했다.  특히
  덧에 걸린 짐승의 고기  등은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그들에게 가장 귀한  식품은 생선이었다. 워낙 깊은  산중이라
  생선을 구하려면 하루를  투자해야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
  이 가장 즐겨  찾던 생선이 자반 고등어였다.  고등어는 여름철에
  많이 잡힌다. 요즘은 그대로 냉동을 하여 보관을  하지만 주로 소
  금에 절여 보관을 했다. 싱싱한 고등어의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
  한후 머리까지 반으로  가른다. 반으로 가른 배속에  굵은 소금이
  한줌씩 뿌려지며  한 층이 놓여지면,  그 위에 굵은 소금을  듬뿍
  뿌려 또 한 층을 올려  저장을 해 놓고선 두고두고 꺼내 먹는 별
  미 중의 별미가 자반 고등어다. 요즘은 자반  고등어도 냉동 고기
  를 가지고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자반고등어의  맛은 여름
  철에 싱싱한 고등어를 사용해 만든 자반이 진짜 제 맛을 낸다.
     며칠 전에 먼길을 다녀왔다. 남해안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소
  록도에 다녀왔다. 육지와 400미터 정도의 거리지만  무척 멀게 느
  껴지는 섬이다. 그  이유는 한센씨병(나병)에 걸린 분들이 격리되
  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고정관념이 그들을 멀리하게 만들
  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소록도는  천형의 땅이요, 저주의 섬이 되
  어 버린  것이다. 이제는  많이 알려지고 방문객들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소외되어 있는  땅이 소록도이다. 워낙 장거리라  여유 있
  는 만남을 나누지  못하고 오지만, 다 나누지 못한 정이  서리 서
  리 남아 가슴속에 고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직까지 장애인은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
  서 가끔은  분노의 절규가 터져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장애인으로 불러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는 분들이  있다. 장
  애인이 뭐가 좋다고 장애인으로 불러 달라고  할까... 그러나 그들
  에게 장애인은  동경의 대상이다. 한센씨병에  대한 한이리라. 똑
  같은 사람이면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던 선배들의 한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그들에겐 세상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이 있다.  천국을 소망하는 뜨거운 마음은  성경을 외
  우고 찬송을 외우게 만들고 있다.
     그리움... 한사람이라도  찾아오면 반가움을 이기지 못하고  먼
  저 손을  잡으려다 멈칫하는 그들을  만날 수 있다. 일그러진  외
  모... 상대방이 마음을  상할까 봐 슬그머니 반가운 손을  뒤로 감
  추곤 한다. 언제나 만나면 악수와 포옹을 하는  우리 일행을 보며
  당신들의 소중한 마음을 주어 버린 분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려고  차에 타는데 그녀가 나를  부른다.
  언제나 그녀의 얼굴에 40년전의 아리따운 열 아홉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해 주면  주름 패인 얼굴이 붉어지던 그녀... "집사님,
  차에 마늘  조금하고 자반 고등어  몇 마리 실었소. 가지고  가서
  반찬 해 잡수시오이~ 일부러  짜게 만들었소 조금씩 잡수면 오래
  묵을 거시요..."  혼자서 밥해 먹고사는  날 위해 어서  빨리 믿음
  좋은 여자  보내 달라고 새벽마다 기도하신다는  그녀... 자상하게
  자반고등어로 반찬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신다. 생  고등어 사다
  가 만들지는 못했지만,  냉동 고등어 사다가 당신이  직접 만드셨
  다는 자반 고등어... 조막손이라 소금을 뿌릴  수 없어 숟가락으로
  뿌렸단다. 그래도  정성이 담겨 있으니  맛있을 것이란다. 말없이
  그녀의 조막손을 잡았다.  나의 오른손도 잡을 수  없는 조막손이
  었지만 두손으로 부여잡았다. 뜨거운 피가 흐른다. 초롱초롱한 그
  녀의 눈동자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작은 예수를 발견한다.
     저녁상을 차렸다. 쌀을 씻은 물에 토막낸 자반 고등어를 넣고,
  마늘 다진 거 넣고,  양파 썰어 넣고, 갖은 양념을 넣어 보글보글
  끓였다. 금방 한 밥에선  구수한 냄새가 난다. 뜨거운 밥 한 숟가
  락 입에 넣고  자반 고등어 한 젓가락을 집어 입에  넣었다. 아직
  까지도 엄청 짜건만 고소함은 왜일까... 그녀의  사랑을 먹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고소하리라. 한  토막의 자반 고등어면  일주일은
  반찬으로 먹을 것 같다.  두고두고 그녀를 생각하며, 그녀를 위한
  기도를 할 것  같다. 이 시간도 그녀의 건강을 위해  작은 소망을
  주님께 부탁드린다. 샬롬~
     .........................
     아들아...
     너와 같이 다녀온 소록도에서  너를 예쁘다고 안아 준 할머니
  있지? 그 할머니가  우리를 위해 손수 만드신  귀한 선물을 우린
  먹고 있는 거야.  사랑을 먹고 있는 거란다.  주님의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우리는 무척 행복한 사람인 것 같지?  그래... 우린 세상
  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인지도 몰라... 그  행복을 우리만 간직하지
  말고 나누어주며 살아 가자구나. 행복을 나누는 사람... 그래 그런
  사람이 되는거야. 우리  오랜만에 파이팅 한번 할래? 좋다고?  그
  래 아자~ 아자~ 아자~ 파이팅!!!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