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162] 그 소리...

자오나눔 2007. 1. 15. 12:40
     내게도 사랑이라는 단어를  아름답게 사용할 때가 있었다.  비
  록 잊어야 하고 잊혀져  가야 할 과거지만 소중한 사랑이었던 것
  같다. 나의 모든 것은 그녀에게 맞춰져 있었다. 내가 노력하는 모
  습도 그녀가  기뻐했기에  당당하게  보일 수 있었는가 보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를 작은 인형으로 만들어  품안에 안고 다니고
  싶었다. 나의 심장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자리에 예쁜 주
  머니를 만들어 그녀를  넣고 다니고 싶었다. 그녀에게  나의 심장
  이 뛰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
  지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지만 그
  만큼 그녀를 사랑했었던가 보다. 세월이 참 빠르다. 이젠 그 소중
  했던 순간들이 추억의 책갈피 속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들래미를 잘  안아 준다. 내 품에  꼭 안아 준다. 몸이
  불편한 아빠라고 잘 오지도 않을 뿐더러 같이 잠을 잘 기회가 별
  로 없었다. 내  아들이었지만 남의 아들 보는  입장으로 살아왔던
  지난날이다. 많은 가슴앓이를 했었다. 그러다 아들래미가 내 곁에
  오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꼭 안아  내 가슴에 얼굴을 묻게  했다.
  아빠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서 읽
  은 구절이 생각났다.  엄마가 아기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일  때 엄
  마의 심장 소리를 듣는 아이의 얼굴은 그렇게 평온하다는 것이었
  다. 몸이 불편하기에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단지
  아이에게 아빠의  심장 소리를 들려주고 싶음이  너무나 컸던 것
  같다. 아들래미를 품에  안아 보려면 이제는 안기지  않으려고 한
  다. 며칠 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니 다 컸다고 생각하나 보다.

     내가 들었던 어머님의  심장 소리는 눈물이 흐르는  소리였다.
  제법 머리가 굵어졌을 때  무슨 잘못을 하여 아버님께 엄청 두들
  겨 맞을 때가  있었다. 말리시던 어머님도 저쪽으로  밀려 쓰러지
  고... 결국 아버님은 화술을  한잔하시러 가고... 난 어머님의 품에
  안겨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어머님의  심장 소리는
  눈물이 흐르는 소리였다.  지금 어른이 되어 그  소리를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는 소중한 소리... 내가 조금
  만 더 노력하며 살았더라면 어머님의 심장 소리는 눈물이 흐르는
  소리가 아니라, 봄날에  새순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  힘있는 소리
  였으리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먼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봄날
  의 아지랑이가 내 눈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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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아...
     언제나 너에겐 새싹 돋음의  살아 있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구
  나. 그러나 세상은 이런 소리 저런 소리가  합하여 만들어지는 거
  란다. 맑은 소리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내 아들아...
     99/3/5
     자오 나눔에서 나눔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