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204] 개똥 치우는 아이

자오나눔 2007. 1. 15. 13:09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대체로 정이 많다고 한다. 나는 개를 키우는 것은 집 지키는 개 한 두 마리 정도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내와 아들은 많을수록 좋다고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우리 쉼터에는 개가 16마리나 된다. 어디를 가서 누가 강아지라도 주려고 하면 주저 없이 받아오는 스타일이다. 반대로 나는 질색을 한다. 개 사육을 전문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애완견부터 일반 똥개까지 집안부터 밖까지 개판이다. 실내에서 개가 내 눈에 뜨이면 지적을 했더니 요즘은 모든 개들이 밖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 아들 준열이는 92년 생이다. 그러니까 이제 열세 살이 된 작은 소년이다. 녀석은 유달리 동물을 좋아한다. 청력을 잃었기에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고는 남의 말을 듣지 못하니 동물에게 정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에 친구가 주었던 햄스터를 얼마나 예뻐하고 잘 키우던지 새끼를 4번이나 낳게 하여 분양하는데 애를 먹게 한 경력이 있다. 결국 새기 햄스터들을 장에 내가서 햄스터 장수에게 햄스터 먹이와 이부자리(?) 값으로 햄스터를 주곤 했다. 지금은 합방을 시키지 않고 따로 키우는 것 같다. 집에 두 마리 있는 고양이는 아내와 아들이 부르면 저 멀리서 달려올 정도로 정이 들었나 보다. 날씨가 춥다고 실내 화장실에 고양이를 며칠동안 묶어 두기에 고양이는 원래 야생동물이기에 밖에서 자라게 하는 게 좋다고 설득하여 밖으로 내 보냈다.

    준열이는 학교에 가거나 학원에 다녀올 때면 항상 예배당에서 기도를 한다.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는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없기에 더욱 더 기도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녀석은 이제 습관이 된 것 같다. 기도하는 게 습관이 되었으니 장래 녀석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녀석이 기도를 마치고 실내에서 나가면 열여섯마리의 개들에게 모두 스킨십을 해주고 학교나 학원에 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 늦게 갈 때도 있고, 학원에도 늦게 갈 때도 있다. 자기 키보다 큰 개를 훈련시킨다고 데리고 나갔다가 개에게 질질 끌려 다니다 눈물 범벅이 되어서 오는 걸보고, "우리 아들 개 훈련시킨다더니 오히려 훈련받고 왔네~"라고 했더니 나를 흘겨본다.

    개가 많다보니 개밥 주는 일부터 개똥을 치우는 일까지 보통 일이 아니다. 개밥은 솥에 끓여 놓으면 아버님이 퍼다가 골고루 나눠주신다. 그리고 나서 개똥을 치우는데 그 모습을 보다가 아들에게 개똥을 치우게 하려고 말했더니 개똥을 어떻게 치우느냐고 한다. 그래서 "아들은 개를 사랑하지?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가 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 싫은 것, 더러운 것까지도 덮어주고 치워줘야 하는 거야. 집에 있는 개들이 싸 놓은 똥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두면 결국은 개가 똥 속에 살게 될 거야. 그래도 아들은 개가 예쁘다고 끌어 않을 거야?"라고 했더니 그 후부터 1년째 준열이는 개똥 담당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새벽예배가 끝나면 밖으로 나가 부삽과 빗자루를 들고 한바퀴 돌고 온다. 개똥을 쓸어 담아 화단에 있는 화초나 나무들에게 비료로 준다. 그러면서 개에게 손이라도 잡아주는 걸 잊지 않는다. 그러면 개는 너무나 좋아서인지 오줌을 찔끔거린다. 거 묘한 관계다. 나는 녀석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서 더 많은 사랑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한다. 녀석은 내 새끼니까...

    2004. 1. 10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