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사랑하는 아들아

[아들아...205] 준열이는 강아지 엄마??

자오나눔 2007. 1. 15. 13:09
    "학교에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더니 엄마께 가서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허락을 받았는가 보다. 얼굴에 웃음이 활짝 피어나며 지킴이 새끼들에게 간다. 강아지 네 마리가 녀석이 다가가자 안기고 물고 난리다. 평소 강아지들을 무척 좋아하고 챙겨주는 아들녀석을 강아지들도 알고 있는가 보다.
    녀석이 강아지들 앞에 쪼구려 앉더니 등에서 책가방을 내리고 가방 안에서 무엇인가 꺼내어 강아지들에게 먹이고 있다. 뭔가 봤더니 학교에서 나눠주는 우유다.
    "왜 학교에서 우유를 먹지 않고 가져왔니?"
    "강아지들 주려고요"
    "강아지들 지킴이가 젖 주잖아?"
    "아니에요. 요즘 지킴이가 강아지들에게 젖을 안 줘요. 젖을 먹으러 가면 물어 버려요."
    "그래서 강아지 젖 주는 거야?"
    "네..."

    지킴이가 새끼들에게 젖을 떼기 위해 자기 새끼들에게 무섭게 대했다. 젖을 먹으러 오면 사정없이 물어 버리고, 심지어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했다. 어른들은 새끼들을 독립시키기 위한 어미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준열이가 보는 관점에서는 새끼들이 젖을 못 먹게 물어 버리는 지킴이가 못마땅했던가 보다. 그래서 학교에서 먹는 우유를 먹지 않고 챙겨와서 엄마께 여쭤 본 후 강아지들에게 우유를 먹였던 것이다. 아들에게 강아지들이 씩씩한 어른이 되게 하려는 엄마 개의 사랑 표현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지만 한동안 우유를 먹이고 있는 녀석을 보았었다. 우리 쉼터에 있는 23마리의 개와 2마리의 고양이까지 녀석에게는 언제나 온순하다. 학교에 갈 때도 녀석들을 하나 하나 만져주고 가고, 돌아 와서도 녀석들을 먼저 돌아보고 온 후에 "학교에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올해 13살. 초등학교 6학년이다. 엊그제 2.1Kg으로 태어나 돌이 지났어도 혼자서 서지도 못하던 녀석이 이제는 아빠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할 정도로 자랐다. 녀석만 보면 무조건 감사하다. 맨날 빵점만 받아 오던 녀석이 10점, 20점... 어느 날은 70점 받았다고 좋아하는 모습까지도 감사하다. 공부를 잘하진 못해도 건강하게 자라주니 감사하고,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으니 감사하다. 그 착한 심성을 행동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더욱 감사하다. 아침마다 연필로 성경 말씀을 쓰게 하는데 가끔은 쓰기 싫어 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해야 할 부분까지는 하고 있으니 감사하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녀석을 통하여 부족한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 보려고 노력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 가끔... "아빠! 어떻게 해서 제 귀가 안 들리게 되었어요? 유치원 다니기 전에는 들렸다면서요..."라고 질문을 할 때면 미안해 대답을 못하게 된다. 그러다 "아빠가 사고로 다 죽어 갈 때 아빠 간호하다 보니 너를 챙겨주지 못해서 그래." 그 후론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내가 목발을 짚고 비탈길을 올라갈 때 뛰어와 작은 어깨를 빌려주는 넉넉한 아들로 자라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어린이 날이네. 모처럼 녀석과 목욕이나 해야겠다. 아직은 넓지 않는 등이지만 더 넓어질 아들의 등판을 그려보며 우리들의 꿈을 이야기 해 줘야겠다.

    2004. 5. 5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