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참으로 바쁘게 살고 있다. 정해진 일정도 소화하며 부족한 시간을 쪼개며 소록도 봉사 준비를 한답시고 밤도 낮처럼 활용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쉼터 가족들은 원장님 얼굴도 잊어버리겠다고 한다. 제대로 챙겨 주지도 못하고 있는데 각자 스스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성용씨는 부지런히 걷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팡이를 짚고 한 걸음 한 걸음씩 걷는 연습을 하고 있고, 또 흔들었다고 하소연하는 혜진이... 정신지체 1급인 혜진이는 간질발작을 흔든다고 표현을 한다. 이번 소록도 봉사 갈 때 데리고 간다고 하니 금방 좋아라며 방으로 들어가면서 "아줌마~ 나 소록도 봉사 간다~"라며 같은 정신지체 1급인 정자씨에게 자랑을 한다. "야야~ 너만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 데리고 간다고 그랬어~" "누가요?" "원장님이~" 그제야 조용해지는 혜진이를 보며 씽긋 웃어 준다.
어제도 쉼터 가족들 저녁 챙겨주게 해 놓고, 해질 녘에 출타를 하여 자정이 넘어서 집으로 돌아 왔다. 각 방을 둘러보니 불을 끄고 모두 자고 있는 가족들의 고운 숨소리와 가늘게 코를 골고 있는 소리도 들려온다. 아들 녀석의 방에 문이 열려 있다. 방을 들여다보니 침대가 텅 비어있다. '녀석이 어디서 자고있지?'라고 궁금해 하다가 깜짝 놀랐다. 아들은 이틀 전에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고 집에 없는 것이었다. 무심한 아버지다. 녀석이 이 사실을 알면 속상할텐데...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데 벌써 13살, 의젓하게 6학년으로 자라 있다. 감사하다.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와 아들 녀석의 방으로 갔다. 잠시 침대에 앉아 녀석을 생각한다. 아빠가 목발 짚고 다니는 장애인이라며 친구들이 놀린다고 함께 걷기를 꺼려하던 녀석이었다. 어느 날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울먹이며 우리 부부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던 녀석이었다. 양쪽 귀에 보청기를 끼우고 나서 처음 듣는 소리도 많다며 좋아했던 녀석, 어느 날부턴가 아빠랑 목욕하는 걸 좋아하고, 아빠랑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던 녀석인데 아빠는 아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미안하다.
공부 잘하면서 자기 혼자만 아는 사람보다, 조금 공부를 못하더라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게 하려고 봉사 다닐 때는 가끔씩 데리고 다닌다. 건강이 우선이라며 공부보다는 마음껏 뛰어 놀게 만들었더니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시험 성적을 받아 오면 영락없이 빵점이다. 6학년이 되자 이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설명을 했더니,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고물상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고 대답을 하여 아빠를 당혹스럽게 만들던 녀석,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공부를 조금씩 하더니 평균 성적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록 낮은 점수지만 떨어지지 않고 꾸준하게 올라가고 있기에 계속 칭찬을 해 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쑥 나에게 상장을 보여 준다. 교회에서 성경 퀴즈 대회에서 1등을 했다며 상장과 축구공을 상품으로 받아 온 것이다. 축하해 주며 칭찬을 해 줬더니 녀석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한바탕 웃음이 집안 구석구석으로 퍼지고 있다. 감사하다.
말로는 내 생명보다 소중하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녀석을 까마득하게 잊고 살기도 한다. 문득 그것을 느끼고 녀석을 돌아보면 자기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미안하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이제 합숙을 마치고 돌아와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할 녀석을 생각한다. 돌아오면 두 팔로 꼭 안아 줘야겠다. 그리곤 한마디해야겠다. "아들아 미안해..."라고...
2004. 7. 28
-나눔-
어제도 쉼터 가족들 저녁 챙겨주게 해 놓고, 해질 녘에 출타를 하여 자정이 넘어서 집으로 돌아 왔다. 각 방을 둘러보니 불을 끄고 모두 자고 있는 가족들의 고운 숨소리와 가늘게 코를 골고 있는 소리도 들려온다. 아들 녀석의 방에 문이 열려 있다. 방을 들여다보니 침대가 텅 비어있다. '녀석이 어디서 자고있지?'라고 궁금해 하다가 깜짝 놀랐다. 아들은 이틀 전에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고 집에 없는 것이었다. 무심한 아버지다. 녀석이 이 사실을 알면 속상할텐데...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데 벌써 13살, 의젓하게 6학년으로 자라 있다. 감사하다.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와 아들 녀석의 방으로 갔다. 잠시 침대에 앉아 녀석을 생각한다. 아빠가 목발 짚고 다니는 장애인이라며 친구들이 놀린다고 함께 걷기를 꺼려하던 녀석이었다. 어느 날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울먹이며 우리 부부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던 녀석이었다. 양쪽 귀에 보청기를 끼우고 나서 처음 듣는 소리도 많다며 좋아했던 녀석, 어느 날부턴가 아빠랑 목욕하는 걸 좋아하고, 아빠랑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던 녀석인데 아빠는 아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미안하다.
공부 잘하면서 자기 혼자만 아는 사람보다, 조금 공부를 못하더라도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되게 하려고 봉사 다닐 때는 가끔씩 데리고 다닌다. 건강이 우선이라며 공부보다는 마음껏 뛰어 놀게 만들었더니 심각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시험 성적을 받아 오면 영락없이 빵점이다. 6학년이 되자 이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설명을 했더니,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고물상 해서 돈을 많이 벌겠다고 대답을 하여 아빠를 당혹스럽게 만들던 녀석,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공부를 조금씩 하더니 평균 성적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록 낮은 점수지만 떨어지지 않고 꾸준하게 올라가고 있기에 계속 칭찬을 해 주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쑥 나에게 상장을 보여 준다. 교회에서 성경 퀴즈 대회에서 1등을 했다며 상장과 축구공을 상품으로 받아 온 것이다. 축하해 주며 칭찬을 해 줬더니 녀석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한바탕 웃음이 집안 구석구석으로 퍼지고 있다. 감사하다.
말로는 내 생명보다 소중하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녀석을 까마득하게 잊고 살기도 한다. 문득 그것을 느끼고 녀석을 돌아보면 자기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미안하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이제 합숙을 마치고 돌아와 "다녀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할 녀석을 생각한다. 돌아오면 두 팔로 꼭 안아 줘야겠다. 그리곤 한마디해야겠다. "아들아 미안해..."라고...
2004. 7. 28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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