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에 잔재해 있던 허무가 소망이 있는 포기로 변해 가
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소망이 있는 포기]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하기도 싫지만,
나의 시간은 눈물로,
눈물로 밥말아 먹는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잊고 살려고,
잊고 살아가려고 해 보지만
피부로 와 닿는 고통은 서러움이 되어,
오늘도 눈물로 밥을 말아야 합니다.
가슴 깊이 와 닿는 나의 시간은
한해의 끝에서 있는 이 겨울을
더욱 추운 겨울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소망이 있는 포기를 하려고 합니다.
내가 포기를 하고,
내가 내 자신을 진실로 죽였을때
진정한 삶이 있음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겨울이 채 가기 전에
완전히 죽으려고 합니다.
그 죽음으로 인해서
진정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알았기에,
기금 이 시간,
소망이 있는 포기를 하렵니다.
비가 오려면 하도 아파서 그냥 써 놓은 글이다.
그래도 기뻐요
모든 것에 순응하기로 했다.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옛날로 돌아
갈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몸 상태는 골반과 허벅지
뼈가 완전히 분리가 되어 있고, 아무런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리
는 형체만 있을 뿐이지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만 안겨다 줄뿐이었다.
나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수술을 하지 않은
것 보다 못하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한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의 믿음은 그 반대였다. 희망은 간 곳이 없지만, 그것
들은모두가 육적인 희망들이었다.
[그랬는데]
이번 퇴원 때는 기필코 휠체어를
기증하고 가려고 했는데,
타고 왔던 휠체어
다시 타고 가게 됐네 그랴.
가슴속의 서러움을
내버려두고 가려 했는데,
도로 갖고 가게 됐네 그랴.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 오라는
우리 주님의 말씀에,
서러운 내 짐,
무거운 내 짐 갖고,
주님을 찾아가고 있네 그랴.
시방 내 마음엔 근심 걱정 대신에
희락과 감사만이 넘치네 그랴.
홍해가 갈라진 것만이 어찌 기적이라고 하겠는가. 마음의 바다
가 갈라지고 그곳으로 길이 생겼으니, 이것이 더 큰 기적이 아니
겠는가.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예수라는 이름을 넣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했다. 아침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는 하모니카로
찬양을 드렸다. 별로 병실을 벗어나지 않던 나였지만, 한 번씩 병
실을 벗어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는 체를 한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나를 알고 있었다.
문병 온 사람들이 가지고 온 음료수나 과일은 다른 보호자들을
통해서, 늙고 외로운 환자들에게 전해졌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전
해졌다. 친한 간호사에게 힘들고 외로운 환자들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수시로 그분들을 보살폈다.
나는 수시로 하나님의 법칙을 체험했다. 내게 들어온 과일들을
다른 환자들에게 모두 나누어준다. 나는 분명히 통째로 과일을
보냈는데 그들은 오히려 내가 먹기 좋도록 과일을 깎아서 소반에
담아 준다. 이것이 하나님의 법칙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어집니다.
수술을 들어가는 환자들에게 며칠 전부터 기도를 해 준다. 어떤 때는
자다가 일어나서그 환자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수술은 모두가 성공적으로 끝났고,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기도 덕분에
수술이 잘 되었다가 고백들을 한다. 나의 대답은 "모두가 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니까 하나님께 감사하시고, 예수를 믿으시는 것이 보답하는 길입니다."
라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이런 생활 속에서 많은 영혼들이 주님을 구주로 영접해 가고 있었다.
화장실을 갔다 오면서 잠깐 다른 병실을 들리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수님
자랑에 열을 올린다. 자연스럽게 다른 병실을 환자들과도 친해지고, 서로를
위해 가슴아파 하는 마음들을 갖게 됐다. 하루는 몸이 너무나 안 좋아서 진
통제를 맞고 그래도 효과가 없어서 수면제까지 먹고 깊은 수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잠결에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나를 찾는 듯한 느낌을 받고, 얼른 눈을 떴다.
그런데 문가에 누워 있던 공주에서 오신 황선진씨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양미동씨! 양미동씨!" 식은땀을 흘리며 팔을 휘저으며 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일어나 휠체어를 타고 황선진씨에게 가서 그 분을 깨웠다. 온 몸을 땀으로
목욕한 황선진씨는 이렇게 말을 했다. "어느 무섭게 생긴 사람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하도 무서워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려워하고 있다.
무척이나 놀랬나보다. 오랜 투병 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이 약해 질대로 약해져서,
악몽을 꿀 때가 참으로 많다. 그럴 때는 후유증도 한참 간다. 잠을 깨우신 주님의
뜻을 깨달을 수가 있다. 황형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를 드려준다. 내가 겪었던
과거가 있었기에 더욱 간절한 기도가 됐다.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나니 황형은 다시
편하게 잠을 잔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정운도씨는 아픔을 참지 못한다. 겨우 잠들었던 정형이 황형
사건 때문에 깨어서 신음을 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정형께 가서 기도를 해준다.
기도를 하고 있는데도 정형의 신음 소리는 그칠 줄 모른다. 그러나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위로와 기도뿐이었다. 위로를 해주며 진심 어린 기도를 하고 있는데, 신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정형도 잠이 들었다. 이제 조금은 견딜만 한가 보다.
이 밤이 새고 나면 수술을 하는 양희영씨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다. 처음 받는 수술인데 너무 걱정이 되나 보다. 입원을 할 때 같은 양씨라고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손 수술까지 20번을 수술실에 들어간
기구한 나의 이야기를 해주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마음의 위로가 되나 보다. 얼굴이 많이 편해 졌다. 기도를 해 주겠다며 양희영씨의 손을
잡았다. 하나님의 은혜로 수술이 잘 되고, 이 분의 입술에서도 주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말이 나오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세분 모두가 기도를 받더니 순한 양같이 변하여,
푸른 초장 쉴 만한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양 같은 모습들로 변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세분 모두가 예수 믿기를 꺼려하던 사람들이었는데, 내게
기도를 부탁했고, 나는 기도를 드렸는데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들어 주셨다는 것이다.
정말 귀한 기도를 한 것 같다. 내가 주님의 영광을 나타내는데 절대 소홀함이 없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기도가 끝나니 시간은 벌써 아침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환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조그만 사랑이라도 나누기를 사모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어느 저녁때 일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음료수 박스가 눈에
띈다. 휠체어를 타고 무작정 가지고 병실을 벗어난다. 오해가 없길 바라며 간호사실로
가서, 힘들고 보호자가 잘 찾아오지 않는 환자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는
병실로 돌아와 성경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자가 나를 찾아왔다. 김순복씨의 며느리
란다. 나는 김순복씨가 누구이며, 보호자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 여자분의 얼굴에서
기분 나빠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오해를 풀어주느라고 진땀이 났다. 왜 현실을
왜곡하고 있을까? 주님의 뜻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들도 다른 환자들에게 베풀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환자가 빨리 낫기를 기도 드릴 뿐이다. 보호자인지, 며느리인지는 그
환자를 포기 한 것 같았다. 그 환자는 치매로 입원해 있었다. 간호는 시아버지가 하고 있
었다. 할 만큼 했다고 하는데, 글쎄? 어디까지가 할 만큼일까? 그것은 인간의 생각이 아
닐까? 갑자기 이 겨울이 더 추워진 것 같았다.
성탄절이다. 어제 주일이라 외출을 허락 받아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왔다.
반가워하는 목사님과 성도들 너무나 포근했다. 그러나 나는 환자가 아닌가. 저녁 예배까지
드리고 하명종 집사님과 둘이서, 강대상 앞에 가서 찬양을 드렸다. 찬양을 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집사님과는 눈빛만 마주쳐도 서로가 눈물이 나온다. 서로의 아픔을 너무나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도를 해도 서로의 기도가 우선이다. 그리고 마주보고 눈물짓고,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갔다. 병원으로 돌아 와야만 했다.
12월 24일 밤에는 의미 있는 기도를 드렸다. 양미동, 양미애, 양미남, 이름만 가지고는 친
척인가 하겠지만, 세명 모두가 각각 다른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과 여 사이이다.
미남이에게 내가 만난 예수님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예수를 왜 믿어야 하는지도 이야기
해 준다. 듣고 있던 미남이(여자 25세)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기 오빠(양희영)씨에게
해준, 나의 성의를 보고 예수 믿는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단다. 새벽 1시가 다 되어 병실
의 불을 끄고, 촛불(영혜가 선물한 천사의 모습을 한 양초)을 밝히고, 미애는 병관이의 손을
잡고, 미남이는 내 손을 잡게 하고, 다른 환자는 눈을 감게 하고 촛불 기도가 시작됐다. 평상
시 같으면 거부감을 보이던 환자들도 양같이 온순해진다. 병실이 복음화가 된 것 같다.
양초가 흘린 눈물과 내 마음이 흘린 눈물만큼 한 영혼 한 영혼이 구원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미남이는 마음이 녹았다. 그런데 그 가족이 문제다. 같이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기도를 해 줄 때는 녹아 가던 마음들도 다시 시들해지고 있다. 두드리면 열리고 구하면 구해
질 것이요, 찾으면 찾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 가련다.
좋은 밤이었다. 서로의 기도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새벽 4시가 넘었다. 좋았다. 이제는
퇴원을 해야 한다. 많이 힘들었다. 아직도 다리는 아프고 손가락으 신경은 자꾸 나를 괴롭힌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퇴원을 해야 한다. 퇴원을 앞두고 다리 수술 후로는 한 번도 보지
않았던 X-레이를 보았다. 실망할까봐 보지를 않았었는데 역시 실망을 했다. 골반과 허벅지
뼈는 완전히 분리가 되어 있고, 그 사이에는 근육이 채우고 있었다. 그러니 아플 수 밖에.......
그러니 다리가 제 멋대로 놀 수 밖에...... 가슴이 아프다. 점점 야위어 가는 다리를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아쉽다. 입원을 할 때에 50명을 전도하려고 했는데, 34명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것도 주님의 뜻이겠지.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믿는다. 이제는
사회에 적응을 해야 한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절망은 없기에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었다.
[소망이 있는 포기]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하기도 싫지만,
나의 시간은 눈물로,
눈물로 밥말아 먹는 시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잊고 살려고,
잊고 살아가려고 해 보지만
피부로 와 닿는 고통은 서러움이 되어,
오늘도 눈물로 밥을 말아야 합니다.
가슴 깊이 와 닿는 나의 시간은
한해의 끝에서 있는 이 겨울을
더욱 추운 겨울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소망이 있는 포기를 하려고 합니다.
내가 포기를 하고,
내가 내 자신을 진실로 죽였을때
진정한 삶이 있음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 겨울이 채 가기 전에
완전히 죽으려고 합니다.
그 죽음으로 인해서
진정한 삶을 살 수 있음을 알았기에,
기금 이 시간,
소망이 있는 포기를 하렵니다.
비가 오려면 하도 아파서 그냥 써 놓은 글이다.
그래도 기뻐요
모든 것에 순응하기로 했다.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옛날로 돌아
갈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몸 상태는 골반과 허벅지
뼈가 완전히 분리가 되어 있고, 아무런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다리
는 형체만 있을 뿐이지 아무런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통만 안겨다 줄뿐이었다.
나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수술을 하지 않은
것 보다 못하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한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의 믿음은 그 반대였다. 희망은 간 곳이 없지만, 그것
들은모두가 육적인 희망들이었다.
[그랬는데]
이번 퇴원 때는 기필코 휠체어를
기증하고 가려고 했는데,
타고 왔던 휠체어
다시 타고 가게 됐네 그랴.
가슴속의 서러움을
내버려두고 가려 했는데,
도로 갖고 가게 됐네 그랴.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 오라는
우리 주님의 말씀에,
서러운 내 짐,
무거운 내 짐 갖고,
주님을 찾아가고 있네 그랴.
시방 내 마음엔 근심 걱정 대신에
희락과 감사만이 넘치네 그랴.
홍해가 갈라진 것만이 어찌 기적이라고 하겠는가. 마음의 바다
가 갈라지고 그곳으로 길이 생겼으니, 이것이 더 큰 기적이 아니
겠는가. 작은 틈이라도 보이면 예수라는 이름을 넣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했다. 아침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는 하모니카로
찬양을 드렸다. 별로 병실을 벗어나지 않던 나였지만, 한 번씩 병
실을 벗어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는 체를 한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나를 알고 있었다.
문병 온 사람들이 가지고 온 음료수나 과일은 다른 보호자들을
통해서, 늙고 외로운 환자들에게 전해졌다. 하나님의 이름으로 전
해졌다. 친한 간호사에게 힘들고 외로운 환자들을 가르쳐 달라고
해서, 수시로 그분들을 보살폈다.
나는 수시로 하나님의 법칙을 체험했다. 내게 들어온 과일들을
다른 환자들에게 모두 나누어준다. 나는 분명히 통째로 과일을
보냈는데 그들은 오히려 내가 먹기 좋도록 과일을 깎아서 소반에
담아 준다. 이것이 하나님의 법칙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어집니다.
수술을 들어가는 환자들에게 며칠 전부터 기도를 해 준다. 어떤 때는
자다가 일어나서그 환자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수술은 모두가 성공적으로 끝났고,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기도 덕분에
수술이 잘 되었다가 고백들을 한다. 나의 대답은 "모두가 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니까 하나님께 감사하시고, 예수를 믿으시는 것이 보답하는 길입니다."
라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이런 생활 속에서 많은 영혼들이 주님을 구주로 영접해 가고 있었다.
화장실을 갔다 오면서 잠깐 다른 병실을 들리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예수님
자랑에 열을 올린다. 자연스럽게 다른 병실을 환자들과도 친해지고, 서로를
위해 가슴아파 하는 마음들을 갖게 됐다. 하루는 몸이 너무나 안 좋아서 진
통제를 맞고 그래도 효과가 없어서 수면제까지 먹고 깊은 수면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잠결에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며 나를 찾는 듯한 느낌을 받고, 얼른 눈을 떴다.
그런데 문가에 누워 있던 공주에서 오신 황선진씨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양미동씨! 양미동씨!" 식은땀을 흘리며 팔을 휘저으며 나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일어나 휠체어를 타고 황선진씨에게 가서 그 분을 깨웠다. 온 몸을 땀으로
목욕한 황선진씨는 이렇게 말을 했다. "어느 무섭게 생긴 사람에게 쫓기고 있었는데
하도 무서워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려워하고 있다.
무척이나 놀랬나보다. 오랜 투병 생활을 하다 보면, 마음이 약해 질대로 약해져서,
악몽을 꿀 때가 참으로 많다. 그럴 때는 후유증도 한참 간다. 잠을 깨우신 주님의
뜻을 깨달을 수가 있다. 황형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를 드려준다. 내가 겪었던
과거가 있었기에 더욱 간절한 기도가 됐다. 눈물의 기도를 드리고 나니 황형은 다시
편하게 잠을 잔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정운도씨는 아픔을 참지 못한다. 겨우 잠들었던 정형이 황형
사건 때문에 깨어서 신음을 내고 있다. 자연스럽게 정형께 가서 기도를 해준다.
기도를 하고 있는데도 정형의 신음 소리는 그칠 줄 모른다. 그러나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위로와 기도뿐이었다. 위로를 해주며 진심 어린 기도를 하고 있는데, 신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정형도 잠이 들었다. 이제 조금은 견딜만 한가 보다.
이 밤이 새고 나면 수술을 하는 양희영씨는,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다. 처음 받는 수술인데 너무 걱정이 되나 보다. 입원을 할 때 같은 양씨라고 호감을
갖고 있었는데,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손 수술까지 20번을 수술실에 들어간
기구한 나의 이야기를 해주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마음의 위로가 되나 보다. 얼굴이 많이 편해 졌다. 기도를 해 주겠다며 양희영씨의 손을
잡았다. 하나님의 은혜로 수술이 잘 되고, 이 분의 입술에서도 주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말이 나오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세분 모두가 기도를 받더니 순한 양같이 변하여,
푸른 초장 쉴 만한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양 같은 모습들로 변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세분 모두가 예수 믿기를 꺼려하던 사람들이었는데, 내게
기도를 부탁했고, 나는 기도를 드렸는데 하나님은 나의 기도를 들어 주셨다는 것이다.
정말 귀한 기도를 한 것 같다. 내가 주님의 영광을 나타내는데 절대 소홀함이 없게 해
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기도가 끝나니 시간은 벌써 아침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환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조그만 사랑이라도 나누기를 사모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 어느 저녁때 일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음료수 박스가 눈에
띈다. 휠체어를 타고 무작정 가지고 병실을 벗어난다. 오해가 없길 바라며 간호사실로
가서, 힘들고 보호자가 잘 찾아오지 않는 환자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는
병실로 돌아와 성경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한 여자가 나를 찾아왔다. 김순복씨의 며느리
란다. 나는 김순복씨가 누구이며, 보호자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 여자분의 얼굴에서
기분 나빠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오해를 풀어주느라고 진땀이 났다. 왜 현실을
왜곡하고 있을까? 주님의 뜻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들도 다른 환자들에게 베풀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환자가 빨리 낫기를 기도 드릴 뿐이다. 보호자인지, 며느리인지는 그
환자를 포기 한 것 같았다. 그 환자는 치매로 입원해 있었다. 간호는 시아버지가 하고 있
었다. 할 만큼 했다고 하는데, 글쎄? 어디까지가 할 만큼일까? 그것은 인간의 생각이 아
닐까? 갑자기 이 겨울이 더 추워진 것 같았다.
성탄절이다. 어제 주일이라 외출을 허락 받아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왔다.
반가워하는 목사님과 성도들 너무나 포근했다. 그러나 나는 환자가 아닌가. 저녁 예배까지
드리고 하명종 집사님과 둘이서, 강대상 앞에 가서 찬양을 드렸다. 찬양을 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집사님과는 눈빛만 마주쳐도 서로가 눈물이 나온다. 서로의 아픔을 너무나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도를 해도 서로의 기도가 우선이다. 그리고 마주보고 눈물짓고,
시간이 너무나 빨리 갔다. 병원으로 돌아 와야만 했다.
12월 24일 밤에는 의미 있는 기도를 드렸다. 양미동, 양미애, 양미남, 이름만 가지고는 친
척인가 하겠지만, 세명 모두가 각각 다른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과 여 사이이다.
미남이에게 내가 만난 예수님 이야기를 해 준다. 그리고 예수를 왜 믿어야 하는지도 이야기
해 준다. 듣고 있던 미남이(여자 25세)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기 오빠(양희영)씨에게
해준, 나의 성의를 보고 예수 믿는 사람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단다. 새벽 1시가 다 되어 병실
의 불을 끄고, 촛불(영혜가 선물한 천사의 모습을 한 양초)을 밝히고, 미애는 병관이의 손을
잡고, 미남이는 내 손을 잡게 하고, 다른 환자는 눈을 감게 하고 촛불 기도가 시작됐다. 평상
시 같으면 거부감을 보이던 환자들도 양같이 온순해진다. 병실이 복음화가 된 것 같다.
양초가 흘린 눈물과 내 마음이 흘린 눈물만큼 한 영혼 한 영혼이 구원되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미남이는 마음이 녹았다. 그런데 그 가족이 문제다. 같이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기도를 해 줄 때는 녹아 가던 마음들도 다시 시들해지고 있다. 두드리면 열리고 구하면 구해
질 것이요, 찾으면 찾게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아 가련다.
좋은 밤이었다. 서로의 기도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새벽 4시가 넘었다. 좋았다. 이제는
퇴원을 해야 한다. 많이 힘들었다. 아직도 다리는 아프고 손가락으 신경은 자꾸 나를 괴롭힌다.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퇴원을 해야 한다. 퇴원을 앞두고 다리 수술 후로는 한 번도 보지
않았던 X-레이를 보았다. 실망할까봐 보지를 않았었는데 역시 실망을 했다. 골반과 허벅지
뼈는 완전히 분리가 되어 있고, 그 사이에는 근육이 채우고 있었다. 그러니 아플 수 밖에.......
그러니 다리가 제 멋대로 놀 수 밖에...... 가슴이 아프다. 점점 야위어 가는 다리를 그저
바라 볼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아쉽다. 입원을 할 때에 50명을 전도하려고 했는데, 34명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것도 주님의 뜻이겠지.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믿는다. 이제는
사회에 적응을 해야 한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절망은 없기에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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